부양의무제 폐지하고 노인 빈곤층 복지지원 확대하라!
부양의무제 폐지하고 노인 빈곤층 복지지원 확대하라!
  • 웰페어뉴스 기자
  • 승인 2011.04.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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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사회연대 성명서

김 할머니의 안타까운 죽음에 부쳐 

지난 4월 14일 한 70대 노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78세 김선순 할머니는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의원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은 뒤 보건소와 시립병원을 오가다 거리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만일 한국사회가 이 사건을 가난한 이웃의 쓸쓸한 사연 하나로만 치부한다면 이는 썩고 곪아 감각이 사라진 죽은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고 병들게 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이자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복지제도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절망의 빈곤

 첫째, 공공부조 수급을 가로막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어야 한다. 김 할머니는 아들 셋을 뒀다. 둘째 아들은 11년 전 사망하였고 셋째 아들은 소득은 없지만 큰 아들 내외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을 수도 없었다. 평생의 가난한 삶과 힘겨운 노동의 결과가 2평짜리 월세 15만원짜리 여관방이었다. 수입이라고는 올해부터 서울시 특별구호지원 20만원을 매달 받는 것 말고는 없었다. 김 할머니의 사망원이 폐결핵과 영양실조였다는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가난한 환경과 가난하다는 것 그 자체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죽게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가난하다. 공적연금제도가 부실한 가운데, 공공부조 수급도 조건이 까다로워 많은 노인들이 절망적인 빈곤 속에서 노구를 이끌고 폐지 수집 등의 일자리로 연명하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생계대책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OECD 평균 65세 이상 노령인구 빈곤율은 평균 13.3%인데 반해 한국은 45.1%에 달한다.(OECD, 연금편람, 2009) 서울시가 2008년 65세 이상 노인 5,0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4.1%가 소득이 없다고 했고 29.4%는 월 50만 원 미만이라고 밝혔다. 소득 70%까지의 노인인구를 포괄한다는 기초노령연금은 고작 9만원 수준에 불과해, 용돈연금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노인인구의 상당수는 기초생활수급 등 공적 지원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기준은 여전히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 돌리며 비현실적인 잣대로, 수많은 노인을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수급이 절실한 노인, 장애인 등 가난한 이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소득과 재산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수급 기준에 충족하는데도 부양의무자 규정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 인구는 10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한국복지패널> 분석 자료) 수급신청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은 기준에 부합하나 부양의무자로 인한 수급신청 탈락비율은 58.37%에 달하고 있으며 (신청)탈락 이후 부양의무자로부터 생계비를 일부라도 지원받은 경우는 32.59%에 불과해 부양의무자 기준 탈락 가구 중 3분의 2는 공적 지원 없이는 소득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질병 악화 - 돈 없으면 아파도 죽어라? 

둘째, 의료지원체계의 문제점이다. 김 할머니는 가난 속에서 병을 키워갔고, 치료비 부담에 병원 가기를 미루다가 상태가 악화된 14일 오전에서야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치료비가 무서워 무료 치료를 지원받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강북구보건소에서는 시립서북병원을 추천했고, 시립서북병원에서는 치료가 시급한 김 할머니에게 검사결과 없이 처치할 수 없으며, 김 할머니의 건강보험은 며느리 명의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치료를 받게 되면 치료비 청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관계만 전달하였다. 결국 할머니가 택한 것은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김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빈곤층에 대한 의료급여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되면, 건강보험보다 본인부담금 부과율이 낮고 본인부담금 일부가 의료급여 재정에서 지출되므로, 의료비 부담이 훨씬 덜어진다.

자녀의 소득이 현행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조금 높더라도, 실제로 부양능력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다치거나 병이 생겼을 때 부모의 치료비를 충당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급자가 되어야만 생계, 주거, 의료, 교육, 해산, 장제급여를 지원받는 방식, 즉 수급자가 아닐 경우 어느 하나도 도움받지 못하는 급여운영방식(전부 아니면 전무)을 고수하고 있어서,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지 못하면 의료급여 등 긴급한 지원마저 전혀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김 할머니가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것이다. 시립병원 등에서 긴급한 의료지원을 하는 경우도 임산부, 행려환자, 미성년자 등 일부에게만 국한되어 있어, 할머니와 같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사람들은 아플 수도 없고, 아프면 그냥 죽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할머니의 죽음은 가난 그 자체로 인한 것이며, 가난한 이들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모는 제도로 인한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아프면 그냥 죽어야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을 통해 말하고 있는 끔찍한 진실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이들에게 기초생활 수급권을! 긴급한 복지지원을! 

이렇게,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가난의 책임을 가족에게 맡겨두고, 개인의 무능 탓으로 돌리는 사회에서, 국회라는 곳에서 여야의원들이 취득세 반값인하에 합의하는 순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개정을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이 버젓이 공존한다. 30대 기업의 자산이 전년보다 1.5배 커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동안, 최저생계비는 단 5.6% 인상되고 복지예산은 근래 1년 사이 사상 최저치로 증가되었다. 

수 십 년째 연락이 두절된 자녀가 근근이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수준인데도 부양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억지, 장애인에 대한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그대로 둔 채 장애인 자녀의 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는 죽음까지도 불러오고 있다. 103만 명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복지를 이야기하고 민생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기준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긴급한 생계지원과 의료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는 김 할머니의 죽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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