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 공청회 개최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 놓고 방송사 장애계 간 입장대립

▲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열고 장애계와 방송제작사 등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열고 장애계와 방송제작사 등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내년 5월 12일부터 인터넷사업자를 제외한 모든 기간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장애인방송을 강제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운데 ‘권고사항으로 해야 한다’는 방송사와 ‘의무화해야한다’는 장애계의 의견이 또다시 충돌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11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열고 장애계와 방송제작사 등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에는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제작물 또는 서비스를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자막, 수화통역, 화면해설 등 장애인 시청편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번 달 중으로 공포할 예정인 시행령에서 방통위가 그 기준과 방법을 정해 고시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 방송법에서도 장애인방송 제공을 법으로 정하는 개정안(국회 법사위 회부. 2011년 4월 22일)이 추진 중이나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지 않아 아직 장애인 방송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방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안에 따르면 ▲중앙 지상파와 지역지상파 방송사는 각각 2013년과 2014년까지 자막 100%, 화면해설 10%, 수화 5% 수준으로 편성확대 ▲보도·종합편성 채널 사업자는 2015년까지 자막 100%, 화면해설 10%, 수화 5% ▲위성방송, SO, PP 등은 2015년까지 지상파의 70% 수준으로 설정됐다.

▲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에 따른 방송사업자별 목표 범위 및 달성시점.
▲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에 따른 방송사업자별 목표 범위 및 달성시점.

이에 대해 KBS 편성기획부 김호석 연구원은 “현재 편성 규제가 과다해 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을 의무사항으로 하는 것 보다 권고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장애인방송은 본질적으로 복지차원의 선행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엄격한 의무조항 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선행을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MBC 노혁진 TV편성부장 역시 “수화방송의 경우 화면의 한 부분을 가리게 되고, 화면해설 방송의 경우 스테레오 방송을 모노방송으로 바꿔야하며, 하나의 채널에서는 화면해설을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방송의 질을 항의하는 비장애인 시청자들이 실제로 있었다.”고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화면해설은 생방송이 불가능하고, VJ물과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말이 끊어지지 않는다. 또 다큐멘터리의 경우 화면이 의미 없이 흐르는 경우도 많아 화면해설이 불가능해 대부분은 드라마 재방송을 위주로 편성하고 있다.”며 방송장르 편성목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스카이라이프 대외협력팀 공희정 팀장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국 임성원 팀장은 “기술과 수화에 대한 표준화가 마련돼야 효율적인 장애인방송을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한국디지털미디어상업협회 사업개발부장은 “음성인식을 통한 자막 자동 생성 또는 수화창의 크기를 설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장애인방송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장애계 관계자는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이 권고사항으로 남을 경우 이행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은 “지상파의 경우 장애인방송 편성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방송매체가 다양해지고 시간 또한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오히려 시·청각장애인들의 방송접근권은 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장애인당사자들의 현실적인 체감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권고사항으로 할 경우 이행을 담보할 수 없는 원론적인 문제가 있으며, 유예기간을 두는 것 또한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현재 시행하는 장애인방송조차 자막과 수화통역의 오류가 상당하고, 수화창의 화면분할이 적어 올바른 정보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질적 향상을 요구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 황덕경 센터장은 “공공의 개념에서 제공돼야 할 것을 단순히 권고조항으로 나눴을 때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라며 “가이드라인에서는 장애인방송 적용 제외를 기술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자막 등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욕구가 배제됐다. 서비스 이용자의 필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형석 장애인정책팀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방송 편성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해당 사업자들은 의무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고 일축했다.

조 팀장은 “그동안 장애인의 방송접근권과 관련해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과도한 비용과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라는 예외적 부분이 때문이었으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은 인권위가 장애인차별을 판단할 최소한의 기준으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방송의 의무화 여부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방통위 시청자권익증진과 양한열 과장는 “관련법에서 이미 장애인방송 편성을 의무화 하고 있는 만큼 권고에 대한 의견은 논의대상이 아니다.”며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감안했을 때 법적 의무를 떠나 이제는 장애인방송을 적극적으로 편성하고 확대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라고 정리했다.

한편, 장애인방송 가이드라인은 이날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 중 확정될 예정이며, 이에 따른 각 방송사들의 장애인 방송접근권 강화에 대한 노력이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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