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 골동품 상가거리서 고즈넉함을 만끽하다
동묘 골동품 상가거리서 고즈넉함을 만끽하다
  • 전윤선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1.05.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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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어항 같은 도시에서 물기 없는 호흡을 하고 있을 때, 한낮인데도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이 찾아왔을 때, 달콤한 바람이 불고 몸이 뜨거워지고 그래서 눈을 감고 싶을 때, 이런 날이면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나고 싶어진다.

지하철을 타고 무작정 길을 나서서 한참을 노선표를 들여다보며 어는 곳에서 내려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그냥 내렸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으니 발길이 동묘 역에서 내리라 한다. 동묘 역에서 내리니 유난히 노인들이 눈에 띈다. 하얀 모시저고리에 중절모자를 쓰고 부채를 흔드는 노인의 잘 다듬어진 긴 수염이 꼭 도인 같다. 세상사 모든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세상의 작은 욕심을 털어버리고 자신의 큰 욕심인 깨달음이란 연옥의 세계로 안착하는 모습이다.

▲ ⓒ전윤선
▲ ⓒ전윤선
밖으로 나와 이리저리 눈길을 돌리니 풍물시장이 펼쳐져 있고, 왼쪽으론 옛 건물의 담장이 잘 보존돼 있다. 이곳이 동묘역이라 했는데 저 고건물이 동묘인가보다. 건물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60년대에서나 봄직한 물건들을 좌판에 늘어놓고 무심한 표정으로 무심하게 앉아있다. 파는 사람은 물건을 팔지 않아도 이곳에 온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 일을 다 하고 있다는 듯 억척스러운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들의 표정은 느린 화면을 돌리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느릿함이 열기를 내뿜는 날씨 탓인지 속도전에 밀려 난 한구석의 세상처럼 보인다. 물건들을 자세히 보니 백화점이나 여느 상점에 잘 진열된 새 물건처럼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조금은 낡고 허술해 보이는 물건들을 산처럼 쌓아놓고 혹은 가지런히 줄 세워 맞춰 놓고 그냥 앉아 있으면, 물건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흥정을 하기 시작한다. 새것만 찾은 사람들에게서 밀려난 중고물품을 착한 가격으로 직거래 하는 곳이다.

헌책방, 헌옷, 헌 신발, 일제 명품 주제품, 천 원짜리 CD, 80년대에 한창 같고 싶었던 일제 쏘니 중고카세트, 카메라까지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게다가 싸고 맛있다는 옛날 국밥집, 만물상, 고미술품가게, 오백 원짜리 노점 카페까지 잘만 고르면 필요한 물건을 값싸게 흥정하여 살 수 있으니 과거로의 귀한 한 것 같다.

시장 길을 따라 걷다보니 동묘라는 비석이 서있고, 옛 건물엔 동묘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동묘가 내 발길을 이곳에서 내리라 했나보다. 서울 흥인지문(보물 제1호) 밖에 있는 동묘는 중국 촉한의 유명한 장군인 관우에게 제사지내는 묘로 원래 명칭은 동관왕묘(東關王廟)이다.

▲ ⓒ전윤선
▲ ⓒ전윤선
동묘를 짓게 된 이유는 임진왜란 때 조선과 명나라가 왜군을 물리치게 된 까닭이 성스러운 관우 장군께 덕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서 인데, 명나라의 왕이 직접 액자를 써서 보내와 공사가 이루어졌다.

동묘는 선조 32년(1599)에 짓기 시작하여 2년 뒤인 1601년에 완성되었다. 현재 건물 안에는 관우의 목조상과 그의 친족인 관평, 주창 등 4명의 상을 모시고 있다. 규모는 앞면 5칸·옆면 6칸이고 지붕은 T자형의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으며, 지붕 무게를 받치는 장식은 새의 부리처럼 뻗어 나오는 익공계 양식이다.

평면상의 특징은 앞뒤로 긴 직사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과 옆면과 뒷면의 벽을 벽돌로 쌓았다는 점이다. 또한 건물 안쪽에는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데, 이와 같은 특징들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한국의 다른 건축들과 비교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묘 안으로 들어가 봤다. 좀 전 소란스럽던 시장과 달리 내부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시원하고 고즈넉함을 느끼며 잠시 쉬어가도 좋을듯하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 관우의 사당 안까지 접근할 수 없으나, 곧 공사가 마무리 되면 관우를 모신 사당 앞까지 이동할 수 있다한다. 휠체어가 접근하기에 편의시설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멀 발취에서 볼 수밖에 없다. 공사가 끝난 연말쯤 다시 와서 관우와 대면해야겠다.

다시 시장 길로 나와 착한 가격 먹을거리를 찾아 나섰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휠체어가 접근할만한 식당이 꽤나 많다. 자장면과 우동 한 그릇에 천오백 원이란다. 믿어지지 않는 가격이다. 가격만큼 맛도 착하다. 시원한 냉면 생각이 간절해 냉면을 찾아 길 건너로 갔다. 3대에 걸쳐 내려온다는 ‘이강三代냉면’대를 잇는 맛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이곳의 메뉴는 냉면과 만두 가을엔 칼국수, 쌀국수를 함께 한다고 한다. 비빔냉면을 먹어보니 감칠맛이 난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마치 어릴 적 ‘엄마 표 냉면’을 먹는 듯 한 느낌이다. 우연히 내린 동묘역에서 벼룩시장과 잘 어울리는 동묘도 보고, 게다가 값싸고 푸짐한 냉면까지 먹으니 횡재한 기분이다.

가는 길
지하철: 지하철 1호선 청량리 방면 3번출구(엘레베이터)앞에서 좌우 앞, 지하철 6호선 2호기 엘레베이타고 올라와 1호선 내부 엘리베이터 3호기 이용 (안전발판서비스 시행, 장애인화장실 좋음)
전화: 02-502-5491 (이동약자 원스톱 서비스 시행)
버스: 경성여객 271번, 해원여객201번, 메트로버스 260번·427번, 삼진운수 261번, 북부운수 262번, 다모아자동차 270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