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축구계 ‘루키’ 오명석 선수 인터뷰

“국가대표 선수가 돼 열심히 뛰고 싶어요. 호나우두 선수처럼 좋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제5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축구 경기가 진행 중이던 지난 25일 진주스포츠파크 축구장. 경기를 막 마치고 난 오명석(18, 지적장애, 안동영명학교) 선수는 닮고 싶은 선수로 호나우두를 꼽았다.

호나우두 선수의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을 배우고 싶다는 오 선수. 그의 목표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돼 축구장을 누비는 것.

▲ 지적장애인 축구 국가대표로 선발된 고등학생 선수 오명석 군.
▲ 지적장애인 축구 국가대표로 선발된 고등학생 선수 오명석 군.

오명석 선수는 이번 학생체전 축구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경상북도 대표팀의 주력 선수다. 그리고 학생 신분으로 2011년 지적장애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루키’다.

185cm의 큰 키와 100m를 12초에 돌파하는 빠른 스피드, 뛰어난 슈팅력이 강점인 오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쉬지 않고 달리고, 선수들과의 몸싸움도 피하지 않으며 열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 결과 본 대회 첫 경기였던 제주도 대표팀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고,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오 선수는 “이기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뛰었다.”며 “학교 이름을 걸고 뛰는 이번 대회도 승리하고, 국가대표 선수로도 열심히 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 선수는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그동안 학생체육대회 등을 비롯한 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뽐내왔다. 또 지난달 제주도에서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지사기 전국지적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에서는 총 6골을 기록해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왕에 오르며 안동영명학교 축구팀의 전승을 이끌었고, 그동안 보여준 실력을 토대로 이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최종 결정됐다.

중학교 3학년 당시 최연소로 국가대표 선수가 됐지만 후보 선수에 그쳤던 오 선수.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국가대표 1군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적장애인 축구계의 루키로써 그의 꿈이 이제 막 시작됐다.

▲ 오명석 선수(좌)와 그를 가르친 안동영명학교 김희수 교사. ⓒ정두리 기자
▲ 오명석 선수(오른쪽)와 그를 가르친 안동영명학교 김희수 교사. ⓒ정두리 기자
“힘들 땐 타이어를 끌며 운동하던 때를 생각해요.”

지적장애인 축구 경기는 전반과 후반 각 25분씩. 비장애인 축구경기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적장애학생들이 달리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오 선수 역시 경기 중간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 했지만 그때마다 ‘타이어를 끌며 훈련하던 때를 생각한다.’고.

오 선수가 소속돼 있는 영명학교 축구부의 훈련은 여느 팀과 같이 고되다. 아침부터 시작해 하루 3회 실시되는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을 버티는 것이 지적장애학생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 선수는 스스로 ‘프로정신’을 갖고 훈련에 임한다.

영명학교에서 오 선수를 가르치고 있는 김희수 코치는 “오 선수가 중학교 때 학교에 전학을 와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그냥 뛰어 다니면서 노는 정도였다.”며 “그러나 탁월한 신체조건과 축구에 대한 열정은 오 선수를 어엿한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오 선수가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를 기억하며 “축구를 좋아는 하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훈련을 버텨내는 것을 어려워했다.”며 “고등학생이 되고 국가대표의 꿈을 꾸는 오 선수에게는 특히 인내심을 기르고 마인드 컨트롤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장애로 인해 고된 체력훈련과 힘겨운 경기 연습을 견뎌내 주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며 “피동적인 사고가 능동적으로 바뀌면서 솔선수범해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고 변화한 오 선수의 모습을 전했다.

▲ 빠른 스피드와 강한체력으로 앞으로 지적장애인 축구 국가대표로 주목받고 있는 오명석 선수. ⓒ정두리 기자
▲ 빠른 스피드와 강한체력으로 앞으로 지적장애인 축구 국가대표로 주목받고 있는 오명석 선수. ⓒ정두리 기자
“스피드와 슈팅력 탁월, 국가대표팀의 주축 될 것.”

달리고 운동하는 것이 좋아 시작했던 축구. 오 선수의 슈팅력과 강한 체력은 앞으로 국가대표팀의 주축이 될 재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적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 장우선 감독은 “오 선수는 스피드와 슈팅력, 지구력이 탁월하다.”며 “큰 키와 몸집으로 밀어붙이는 외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지지 않는 강점이 돼 국가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감독의 평가처럼 오 선수는 대회를 치르는 동안 축구 경기장에서 중심 라인을 훨씬 넘은 곳에서 반대편 골대까지 공을 날려버리는 엄청난 슈팅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직 완벽한 선수가 된 것은 아니다. 장 감독은 “지적장애선수들에게 가장 우선돼야 할 훈련은 팀워크를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오 선수 역시 국가대표 훈련이 시작되며 팀 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가장먼저 신경쓸 것.”이라고 계획했다.

특히 장 감독은 오 선수와 같이 지적장애인 축구계에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발굴되는 것에 대해 지적장애인축구의 전반적인 성장을 이유로 밝혔다.

장 감독은 “지적장애인의 체육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높은 참여율 만큼 그동안 전문 지도자가 뒷받침돼주지 못했다.”며 “그러나 최근 전문 운동선수 출신의 지도자들이 팀을 맡아 이끌면서 기술을 가르치고 기본기와 체력을 강화시켜 지적장애인 축구팀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제 오 선수와 같은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외국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며 “그만큼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기대를 전했다. 
 

▲ 지적장애인 축구 선수들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제5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정두리 기자
▲ 지적장애인 축구 선수들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제5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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