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 부양의무자 조사 결정 철회 및 기준 폐지’ 촉구
복지부 ‘들쭉날쭉’, 정확한 통계조차 없어… 수급권 박탈 비관 자살이 ‘소극적인 성격 탓’?

지난 12일과 13일, 충청북도 청주시 64세 노인과 경상남도 남해군 70대 노인이 기초생활수급 탈락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지난 21일 ‘기초생활수급자 죽음으로 내모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을 복지부 앞에서 열었다.

공동행동은 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부양의무자 조사로 인한 수급 삭감 및 탈락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는 ‘화장실 삼남매’를 본 뒤 빈곤 사각지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복지사각지대 전국 일제조사를 실시했다고 했다. 샅샅이 뒤져서 구제해준다고 하면서, 그 뒤로는 10만 명 넘는 사람들의 수급권을 박탈하고 깎아버렸다. 한쪽에서는 빼버리고 그걸로 또 복지를 한다고 치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부는 야만적이다 못해 야비하며, 더 이상 복지부라고 부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년간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다가 지난 해 자립생활을 시작한 윤국진(뇌병변장애 1급) 씨는 “‘아버지가 실업급여를 받는다’는 이유로 수급비 중 12만 원이나 깎였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 아마 힘들어서 나쁜 생각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5년간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김학식 씨는 “지난 달 20일, 매달 수급비가 지급되는 일자라 통장을 확인했는데 수급비가 많이 깎여있었다. 동사무소를 찾아가 이유를 물어보니 ‘딸이 소득이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IMF 때 가족과 헤어져 소식은커녕 연락처도 모르고 지금까지 지내왔다. 구청 등을 찾아갔더니 소명자료를 내라고 해서 편지와 함께 제출했지만, 이번 달에도 수급비가 깎여서 나왔다. 그 삭감으로 인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딱 한 가지다. 요즘 나는 수면제를 모으기 위해 약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한 곳에서 한 알 이상 주지 않아, 시골로 내려가 농약을 구입할 생각.”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손대규 간사는 먼저 부양의무자 확인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 간사는 2011년 5월 부양의무자 확인조사에 따라 복지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업무처리 요령 문건을 제시하며, “지침을 보면 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모의적용 결과 상당수의 탈락자 및 감소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민원발생이 최소화하도록 신중하게 업무처리를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는 소명절차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고작 지침과 몇 차례의 공무원 교육만 갖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10만 명이 수급권에서 탈락 되고, 1만5,000명이 소명절차 중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통계조차도 10만 명이 탈락인지 삭감인지 발표할 때마다 다르고 들쭉날쭉하다. 통계자료조차 취합할 능력이 없다면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손 간사는 업무처리 요령에 따른 지침 또한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9월까지 3개월간 소명 기회를 준다고 했다. 이 기간 동안 수급자 자격은 유지되지만 생계급여는 끊기고 대신 의료급여와 임대주택 입주 자격은 유지된다. 그러나 지침을 보면 변동사유에 대해서 사전 안내를 한 뒤,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소명 사항이 확인되고 나면 최종적으로 급여자격 및 내용을 결정하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명 기간 동안 생계급여를 끊는다는 언론보도와, 소명 사항을 확인한 뒤 자격 및 내용을 결정하라는 지침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

손 간사는 “생계급여는 끊기고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주겠다는 것은 어차피 ‘3개월 뒤 나가라’는 이야기와 다를 것 없다. 굉장히 베푸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기만.”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법과 지침에 따르면 수급자를 우선 보호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적극 권장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자들이 무더기로 탈락하는 사태를 풍자한 퍼포먼스. 복지부가 수급권자의 수급비를 잘라내고  있다.
▲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자들이 무더기로 탈락하는 사태를 풍자한 퍼포먼스. 복지부가 수급권자의 수급비를 잘라내고 있다.

손 간사는 “청주시의 한 어르신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던 날, 공동행동은 복지부와 면담을 가졌다. 복지부는 ‘자살한 어르신이 소극적인 성격이라 민원을 제기하지 않아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연 제2, 제3의 사태가 발생해도 개인의 문제로만 돌릴까봐 무섭다. 이것은 명백히 사회적 타살이며, 복지부는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수급자들의 죽음에 대한 사죄 ▲부양의무자 조사로 인한 탈락 및 삭감 결정 즉각 철회 ▲부양의무자 기준 즉각 폐지를 촉구했다.

이어 공동행동은 복지정책국 권덕철 국장과의 면담을 진행한 결과, 복지부 측은 정확한 통계·모의적용 결과 공개에 대해 ‘잘 모른다’,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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