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 4~5일 열려

‘제9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가 지난 4~5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가운데, 대토론회 ‘장애인부모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가 4일 진행됐다.

함께웃는날 김도현 편집장은 “장애인부모 진영 안에서 가장 큰 화두이자 과제로 떠올라 있는 것은 발달장애인법 제정이다. 이 법이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지역사회 통합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 전망 속에서 상당히 지난한 투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문제는 대중조직들은 장기적 투쟁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천하기 보다는, 소위 말하는 ‘실리주의’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운동성을 잃고, 서비스제공단체·이익단체로서의 성격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실리주의는 한 단체의 이익은 도모해줄 수 있을지언정, 전체 장애인대중과 가족들의 권익을 담보해줄 수는 없다.”고 충고했다.

김 편집장은 “발달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는 한 사회의 인권과 복지를 나타내는 척도.”라며 “장애인부모운동이 발달장애인법에서 담으려고 하는 권리와 복지의 내용을 실질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전반의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연대운동이 주요한 활동의 한 축으로 반드시 병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함께웃는날 김도현 편집장.
▲ 함께웃는날 김도현 편집장.
김 편집장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존재하는 장애인부모 조직은 장애인부모 당사자 단체 또는 장애인부모 당사자 및 전문가의 협력단체 두 형태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 김 편집장은 운동단체로서의 성격을 형성·유지·강화하기 위해서 장애인부모 당사자가 아닌 활동가들도 내부적 연대자로서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애인부모 당사자 및 활동가의 협력단체’라는 새로운 조직의 형태를 시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류경미 지부장은 “전체 장애인복지예산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발달장애영역에만 많은 복지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먼저 ▲장애인등급제 폐지 운동 ▲부양의무제 폐지 운동 ▲지역사회 중심 정책 요구 운동 ▲공적인 장애인복지전달체계 구축 요구 운동 ▲장애인복지예산 확대 요구 운동에 주력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한국장애인부모회 박태성 정책기획부회장은 “장애인부모단체와 장애인부모운동단체의 구분은 주체인 장애인부모를 배제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장애인부모 활동에서 장애인부모는 없었다. 자녀 양육에 얽매여서 못 나오고, 사회활동을 하느라 못 나오고, 그동안 장애인부모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지역사회에서 투쟁으로 얻어낸 게 많았으나, 지역사회에서 스스럼없이 섞일 수 있도록 하는 행동도 중요하다. 실생활에서 참여해서 즐겁게 활동하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권오형 사무국장은 “각 장애계단체마다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경로가 다른데,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배척해 왔다.”고 꼬집었다.

권 사무국장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영화 ‘말아톤’의 흥행으로 만들어져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중성 확보 및 장애계 화제에 대한 연대의 틀을 만드는 데 부족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운동에도 귀 기울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단체의 경험과 지식 등을 함께 나누길 소원한다.”고 전했다.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김명실 소장은 “활동가는 장애인부모의 인식을 이끌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장애인부모운동에서도 활동가의 역할을 조력자이어야 한다. 만약 장애인부모와 활동가가 수평적인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장애인부모단체와 분리돼 내·내외적으로 공식적 독립단체로 장애인부모단체와 연대활동하는 것이 더 수평적이고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소장은 “부모와 협력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최소한만을 지원하는 역할이어야 한다.”며 “발달장애인 당사자 조직의 운영이나 활동을 위해 장애인부모단체가 재정 지원하는 것보다는 발달장애인 자신들의 힘으로 조직을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진정한 발달장애인 당사자 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장애인부모는 장애인 당사자가 아니지만, 장애인 당사자 주의는 갖고 있어 권익옹호자로서 든든하다.”고 말했으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허경아 기획부장은 “장애인부모 역시 등록된 장애인은 아니나, 장애자녀 양육 부담으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는 다른 장애영역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 기획부장은 “다만 장애인부모운동이 사회적으로 제약 받는 장애인부모만을 위한 운동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끊임없는 논의와 논쟁, 협력과 연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우리사회의 거의 모든 장애계단체들은 장애인운동을 ‘표방’하고 있으나, 운동을 ‘표현’하고 있지는 않다.”고 비판하고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관한 문제라 할지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효과와 운동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환경은 이미 충분히 복잡해진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띄웠다.

남 정책실장은 “‘등속도 운동을 하는 것은 정지 상태와 구분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운동은 애초에 가속도며, 따라서 변화·발전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잘해왔지만, 외부적 변화는 그보다 더 빨랐다. 사회생활과 달리 1년이면 신입이 아니고, 3년이면 이미 중견이며, 5년이면 노년인 게 장애계의 특징이다. 지금의 상황을 과거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부모운동과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의 연결지점이 미약한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짚었다. 그 원인으로는 장애인자립생활이 복지패러다임의 전환이라기보다 미국과 일본식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심의 사업 표본과 같은 좁은 의미로 해석되고 실천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 조직인 소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사업과 장애인부모단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

아울러 장애인자립생활은 자립이 가능한 장애인이나 신체적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라는 오해와, 자립생활운동에서 주장하는 ‘자기결정권’도 ‘결정능력’이 있는 장애인만의 이야기라는 오해도 만연해있는 것도 이유다.

남 정책실장은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이라는 것이 결국 탈시설화를 지향하고, 지역사회의 자립생활 표본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장애인부모가 이에 열광하고 장애인부모단체가 적극적으로 자립생활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부모는 자녀를 숙명적으로 ‘보호’만 하는 존재가 아닌, ‘보육’하는 존재.”라고 당부했다.

이어 “당사자주의에서 당사자중심, 당사자주권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 조직의 완결성을 갖추면서도, 개인의 문제를 외면하면 신뢰가 깨지고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사업의 목표와 목적은 분명히 하되,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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