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에 의존, 7시간30여분 만에 결승점 통과

“힘겨운 레이스, 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다.”

세계 4대 메이져 대회 중 하나인 뉴욕 마라톤이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 경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서쪽 끝 지점에서 결승점을 향해 김진희(여·43, 절단장애)씨가 나타났다.

이미 해가 떨어진지 오래, 대부분의 선수들이 결승점을 통과한 뒤여서 도로는 한산했고 짙은 어둠이 깔린 상태였다. 김씨는 제대로 걷기도 어려운 듯 의족을 한 다리로 쉬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20Km 지났을 때부터 의족을 한 다리의 통증과 다치지 않은 다리의 무릎과 허벅지가 끊어질 듯 통증은 계속됐다. 가쁜 숨으로 가슴은 터질 것처럼 차올랐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보내준 응원을 생각하면 도저히 중도에 포기 할 수가 없었다고.

김씨는 13년 전 출근길 마주오던 5t트럭과의 충돌로 한쪽다리를 잃었고 한쪽 팔과 얼굴을 다쳤다. 그리고 그는 결국 출발점을 떠난 지 7시간30여 분만에 결승점을 밟았다.

평소 짧은 거리를 걷는 것조차도 힘들었던 김씨는 이번 대회를 위해 매일 5km씩 연습을 했다. 비장애인들도 중도에 포기를 한다는 42.195km의 거리를 의족을 착용한 절단장애의 몸으로 인내와 끈기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한국절단장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씨가 난생처음 마라톤 42.195km의 완주에 도전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신체일부를 상실하고 좌절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을 바깥으로 이끌어내고 서로 정보를 공유 할 수 있는 절단장애인들만을 위한 재활센타건립기금을 마련하기위해서다. 또 자신과 같은 의족이나 의수를 착용하는 후천적 절단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도전과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최대빈국 중의 하나인 캄보디아 만해도 내전으로 팔다리를 잃은 절단장애인들을 위한 센터가 수십개나 되는데, 우리나라는 6,25라는 전쟁과 월남전 파병으로 수많은 절단장애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의수의족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없다.”며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일부를 절단하고 의족으로 첫걸음을 걷거나 의수로 첫 단추를 끼우는, 밥숟가락을 어떻게 드는지 볼펜은 어떻게 잡는지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가르쳐주는 곳이 없다보니 오랜 시간이 흘러 스스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이 전의 나는 이랬었는데’라며 움츠러들고 위축돼 사람들과 단절된 삶을 살게 된다.”며 “나와 같이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할 이들이 좀 더 빨리 사회에 나올 수 있게 올바른 재활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재활센터가 필요 하다.”고 마라톤 완주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실 며칠 잠을 못 잤다. 마라톤으로 걱정도 되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막상 출발신호와 함께 울려터지는 함성에 쓸려서 출발한 것 같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들과 멀어지고, 겁이 났다. 다른 곳으로 빠지는 것은 아닐까, 나 혼자만 남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니 못하겠더라. 게다가 의족을 한 다리에 통증도 오기 시작했다. 도중에 몇 번 의족을 빼서 다시 착용했고, 나중엔 붓기 때문에 의족이 들어가지 않아 포기를 할까도 했다. 그런데 제가 완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동양의 한국에서 온 여자가 의족을 착용하고 반바지를 입고 뛰는 모습에 응원하는 현지인들과 같이 뛰는 마라토너들이 어깨를 쳐주며 ‘you can do it(유 캔 두잇, 할 수 있어)’이라며 응원을 해줬다. 그 응원에 힘을 얻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것이 결승점에 도착하게 됐다. 메달을 목에 걸어주며 박수를 받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것 같다. 해냈다는 기쁨이었다.”

▲ 세계 4대 메이져 대회 중 하나인 2011 뉴욕 마라톤이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 경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서쪽 끝 지점에서 결승점을 향해 김진희(여·43, 절단장애)씨가 나타났다. 본 사진은 김진희씨가 직접 보내준 사진으로 함께 경기를 뛴 선수들이 대회 직후 촬영해 흔들려있다. ⓒ김진희
▲ 세계 4대 메이져 대회 중 하나인 2011 뉴욕 마라톤이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 경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서쪽 끝 지점에서 결승점을 향해 김진희(여·43, 절단장애)씨가 나타났다. 본 사진은 김진희씨가 직접 보내준 사진으로 함께 경기를 뛴 선수들이 대회 직후 촬영해 흔들려있다. ⓒ김진희

이날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장애인은 김씨 뿐이 아니었다.

4살 때 양다리와 한팔을 잃은 절단장애인 신명진(34) 씨와 20대 한창인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한 가규호(36)씨, 시각장애인 차승우(48)·정운로씨도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완주에 성공했다.

김씨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처음 마라톤에 나간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말렸어요. 무모한 짓이라고. 그런데 저는 장애를 이유로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장애를 이유로 ‘난 못해’가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면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비록 출발선에서 남들보다 조금 느리긴 하겠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을 보게 될 장애인들에게 당부를 전했다.

한편 마라톤 외에도 백두산과 히말라야 등반 등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김씨는 앞으로 남아프리카의 최고봉 김씨는 킬리만자로(5,984M)등정에도 도전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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