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지역에서의 성공적 비준 및 이행 전략’ 국제포럼 열려

제3차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10년(이하 아·태 10년)을 준비하고 아·태지역 UN장애인권리협약의 조속한 비준과 그 효과적 이행을 독려하기 위한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아·태 지역에서의 장애인권리협약의 성공적 비준 및 이행 전략’을 주제로 UN장애인궈리위원회 관계자와 국내·외 패널과 장애인관련 단체 및 학계, 정관계 정책 입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장애를 인간의 다양성, 장애인권리협약의 핵심개념은 ‘장애인에게는 문제가 없다’”

▲ UN장애인권리위원회 지아 양(Jia Yang) 부위원장. ⓒ정두리 기자
▲ UN장애인권리위원회 지아 양(Jia Yang) 부위원장. ⓒ정두리 기자
기조연설을 맡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지아 양(Jia Yang) 부위원장은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의미와 아·태지역에서의 협약 비준·이행이 동지역 장애인 권리 증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장애인권리협약을 소개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아 양 부위원장은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을 일깨워준다는 데서 문서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장애인권리협약을 통해 사고의 변화를 가져왔고, 과거 장애인을 바라보는 의료모델 기반에서 사회·인권에 기반한 모델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장애인권리협약의 핵심개념은 ‘장애인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기본.”이라며 “장애인들의 권리를 수호하는 데 사회·환경적 장벽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가 문제가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교통 수단, 고용, 교육, 문화생활, 선거, 은행권의 개선으로 권리를 보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아 양 부 위원장은 장애인권리협약이 국제법이라는 데서 향후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미칠 영향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아 양 부 위원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법에서는 장애인 차별적 용어를 사용하거나 차별 금지법이 있어도 피해갈 요소가 있다.”며 “다수의 국가들은 장애인 고용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고용주 중에는 할당제 적용보다는 차라리 벌금을 내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실질적이지 못하다. 더불어 제한적이 일자리 범주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를 인간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장애인권리협약은 차별적 태도와 사회 문화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이 가장 취약한 계층의 생존을 보호함으로 전 세계 사회를 통합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권리협약의 조속한 비준과 효과적 이행을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와 조직의 역할이 강화돼야”

첫 번째 토론인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에서의 정부와 장애인단체 등의 역할’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각 나라의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사례를 소개하며 이 과정 속에서 역할 했던 장애인 당사자와 조직을 소개했다. 이어 이들이 앞으로 장애인권리협약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만큼 역량 강화 및 교육은 물론 각국 정부와 국민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 제3차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10년(이하 아·태 10년)을 준비하고 아·태지역 UN장애인권리협약의 조속한 비준과 그 효과적 이행을 독려하기 위한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정두리 기자
▲ 제3차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10년(이하 아·태 10년)을 준비하고 아·태지역 UN장애인권리협약의 조속한 비준과 그 효과적 이행을 독려하기 위한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정두리 기자
세계DPI 자베드 아비디(Javed Abidi) 의장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2007년 3월 30일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한 80여 개 국 중 하나로 이후 같은 해 10월 1일 인도 대통령이 비준서에 서명하면서 세계에서 7번째로 비준국이 됐다고.

아비디 의장은 “인도 연방 내각이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했음에도 정부부처는 4개월이 지나도록 침묵으로 일관했고, 정부 측에서는 1995년 재정된 장애인법을 적절히 개정함으로써 장애인권리협약에 포함한 많은 이슈들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한 법률 전문가는 비준을 서두를 이유가 없고 ‘서두른다고 해도 시간을 걸릴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이에 대해 장애계는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인도정부의 비준이 방치돼서는 안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전국 캠페인은 물론 비폭력주의의 ‘간디식 저항 방식’으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결국 인도정부는 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을 승인했다.”고 비준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이 끝이 아니다. 인도 장애계는 전반적으로 장애인을 주류에 편입시키고 장애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이슈화 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국내법을 개정하는 운동과 장애인 관련 주무부서 창설, 장애인 규모 파악을 위한 인구 조사가 실시 중.”이라며 “인도의 사례에서 봤듯 각 국은 비준에 있어 적극적이거나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장애계의 핵심 역할 담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재단 이석구 사무총장은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사례를 소개하며, 이 과정에서 펼쳐진 장애계의 활동이 정부와 장애인당사자의 역량강화에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한국은 2008년 12월 2일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이를 위해 장애계에서는 연대체를 구성해 국회의원과 관련 부처,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면담을 진행했고, 장애인권리협약 번역 및 해설서를 발간해 제정배경과 이념, 철학에 대한 이해를 독려했다.”고 활동들을 소개했다.

이어 “장애인권리협약은 단순히 국제법 조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왜곡된 관점을 변화하고 국제사회가 같이 공유·합의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의미를 충분히 인지했기 때문에 장애인당사자들의 노력과 열정이 활발하게 작용했고, 비준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는 데 보여준 장애계의 활동은 정부와 장애계 사이의 파트너쉽을 형성시켰고, 장애인들의 정치세력화로 권리주장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한국은 2007년 DPI 세계대회, 2009 아태농인총회, 2011 아태지적장애인총회를 이뤘고, 2012년에는 UN 에스캅총회와 RI세계대회, APDF 총회, 아태DPI 지역 총회를 개최하는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에서 성장을 보였다.”며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이 국가와 장애계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 비준 과정에서도 아쉬운 점은 남는다.”며 “국내법과의 상충되는 부분이 아직 개정 논의 중이며, 선택의정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 정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이행이 가능한 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서 사무총장은 “한국과 인도는 조속한 비준을 해야 하는 가, 비준 후 국내법과의 조화를 시도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며 “한국의 경우 국내법과의 조화를 위한 어떠한 조치가 없었고 회의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권리협약의 조화는 연구된 바 있었으나 대대적인 개정은 시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권리협약은 ‘할 수 있다’는 권장이나 가능성적 선언이 아닌 ‘해야 한다’ 는 강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구제절차에 해당하는 선택의정서가 분리 비준됐다는 데 법적 구속력이 약화될 수 있어 법적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는 반드시 선택의정서를 빠른 시일 내에 채택해야 한다.”며 “특히 법적 해석과 판결을 내릴 사법부에 장애 감수성이 없다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어쩌면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가장 시급한 곳은 사법부다.”라고 강조했다.

호주 라트로브대학교 리 안 바서(L ee Ann B as s er)교수는 선택의정서에 대해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선택의정서의 선택여부를 묻지 않아도 되겠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선택 여부 제한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정부들이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는 과정서 선택의정서를 직접 포함한 강제적인 사항이었다면 서명을 유보했을 것.”이라며 “장애인권리협약에 참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이제 앞으로 정부를 설득하고 선택의정서를 채택시켜 이행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았던 UN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은 “장애인권리협약을 자신 있게 이행할 수 있는 나라였다면 선택의정서를 피하지 않았겠지만 무엇인가 부족하거나 부끄러웠기 때문에 피했을 것.”이라며 “선택의정서 채택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모니터’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모니터역할과 이행 실적을 확인하기 위해 비준한 국가가 가입 후 2년 이내에 국내 이행에 관한 ‘최초보고서’를 UN장애인권리협약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권리협약 이행과 관련해 정부의 보고서는 올해 초 제출 됐지만 NGO나 장애계에서 제출하는 대안보고서가 아직 제출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물론 방대한 분량의 이행 실적을 보고하고 평가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안보고서가 제출되지 않는다면 편할 수 있기에 무관심할 것이다. 그러나 발전과 이행을 위한 중요한 작업인 만큼 대안보고서 작성에 열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의 법률, 더 심한 차별 초래할 수 있어

두 번째 토론에서는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적 이행 현황과 문제점 및 극복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장애인개발원 최승철 국제협력팀장은 “우리나라는 2009년 1월 10일 장애인권리협약을 발효, 지난 6월 최초 국가보고서가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됐다.”며 “한국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 등을 계기로 장애인 이슈에 대한 권리에 기반한 접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장애인 권리에 대한 약속은 충분하지만 그 약속이 장애인들의 완전한 권리 향유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좀 더 노력을 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팀장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장애인복지법’, ‘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연금법’ 등을 소개하고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장애인정책발전 5 개년 계획 등을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성과로 소개했다.

▲ 세계DPI 자베드 아비디(Javed Abidi) 의장 ⓒ정두리 기자
▲ 세계DPI 자베드 아비디(Javed Abidi) 의장 ⓒ정두리 기자
이에 대해 아비디 의장은 “한국 정부는 자원과 제도적 정비가 부족해 입법조치들이 효과적으로 이행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며 “미준수시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없는 법률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보건과 교육 같이 보편적 문제에 관해서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의 법이 존재하는 경우 더욱 심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수교육에 관한 별도의 입법대신 장애어린이나 비장애어린이 모두에게 교육을 기본권으로 규정함으로써 장애를 현행법 안에 포함할 수 있는 대안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비디 의장은 접근성과 관련한 해석의 문제에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아비디 의장은 “한국 정부의 국가보고서는 ‘정당한 편의’ 차원에서 접근성이 보장된다고 언급하지만, 합리적 편의 또는 정당한 편의가 접근성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개념은 상당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리적 편의는 직접적이고 개별화된 개입으로서 접근성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반면 접근성은 보편적이며 모든 장애의 요구를 고려해야만 하는 더 큰 문제.”라며 “이는 더욱 상세하고 정교하게 다뤄져야 한다. 합리적 편의는 특정 장애인의 개별적 요구와 더욱 관련이 깊으며 보편적이지 않고 따라서 모든 장애인에게 접근성을 보장하는 개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인쇄물과 웹 양자에서의 정보접근성은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한 영역으로 보인다.”고 덧 붙였다.

또 “한국정부가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조치를 취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2009년 4월 11일 이전에 건설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며 “접근성은 기본적 필요로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경우 모든 견리와 자격이 완전히 행사되고 향유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비디 의장은 “한국은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한 단호한 조취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애인권리협약의 효과적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제33조(국내적 이행 및 모니터링)는 보고서에서 다루지 않았다.”며 “제33조 이행을 위해 취해진 모든 조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제공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