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산마을’, ‘달콤한 목욕’ 두 편의 e북 선 보여
‘달콤한 목욕’과‘행복한 우산마을’은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홀트복지타운(이하 홀트타운)에서 생활하는 20대~50대까지의 장애인 12명이 지도교사들과 함께 만든 동화다.
지난 4월~10월까지 경기도가 제공하는 교육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총 15번에 걸쳐 진행된 이번교육은, 미디어교육 전문 강사인 김태황 씨 외 3명의 보조교사가 장애인들에게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스스로 직접 만들어 성취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하기 위해 진행했다.
그들은 삽화를 그리기 위해 우선 선긋기부터 시작해 주위에 있는 물건을 관찰해 그려보는 드로잉 연습을 했다. 개인차에 따라 잘 그리는이도, 조금 못 그리는 이도 있었지만, 각자의 개성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성격에 따라 큼직큼직하게 그리기도 하고 섬세하게 그리기도 했다. 장애가 심해 손에 힘이 없는 이가 그린 그림은 그 자체로 개성이 됐다.
또한 그들은 동화 두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두 개 팀으로 나눠 자신들의 주변에 있는 사물이나 경험 등을 떠올려보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 결과 더운 여름 “더운데 물이 안 나오면 샤워를 어떻게 해?”, “사이다로 목욕하면 더시원할 것 같아.”, “그럼 몸이 끈적해지잖아.”, “그럼 개가 핥을거야.”, “아니면 비로 씻으면 되잖아.”라며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달콤한 목욕’이라는 동화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에 맞는 그림들을 본격적으로 스케치했다. 각자에게 배분된 노트에 마커나 크레파스로 그린 것을 스캔받은 뒤 아이패드를 이용해 색을 입히고 배경을 넣는 등 더욱 다양하게 표현해냈다. 손에 힘이 없어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하던 이들도 아이패드로는 손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렇게 그려진 캐릭터들과 배경을 김태황 씨가 최종 편집해 동화를 완성해 낸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동화는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일반 동화책들과 견줘도 손색없었다. 동화를 본 한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이 소박한 듯 하지만 개성 넘치고 색감도 예쁘다. 내용도 유쾌하고 기발하다.”고 평했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이 동화를 읽은 아이들이‘재밌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는데, 홀트타운 관계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이들은 특히 ‘사이다로 목욕한다’는 이야기에 열광했다고 한다.
이 사회복지사는 “그러나 모두들 동화 만드는 일을 즐거워했고, 다양한 나이와 장애유형이 모인 만큼 서로의 역할을 잘 배분해 수업에 참여했다.”며 “마우스를 잘 못 다루는 이들도 아이패드 같은 터치 기반 태블릿은 손쉽게 다뤘으며, 그래서인지 기대보다 훨씬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동화 제작에 참여한 이들은 결과물이 나오자‘정말 내가 만든 게 맞냐’며 신기해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그들의 자존감이 높아질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결과물이 나온다는 건 그들에게 분명 성취감을 주는 일이고 성취감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번 교육의 목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회복지상에 따르면, 내년에는 ‘팟캐스팅’에 도전할 생각이다. 홀트타운에 사는 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씩 홀트타운 안에서 일어나는 자신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직접 취재하기도 하고 DJ가 돼 이야기로 전하기도 할 예정이라고. 이를테면 요즘 유행하는 ‘나는꼼수다’같은 형식이다. 이 사회복지사는“홀트타운에는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채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그 삶이 녹아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자’며 인식 개선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들이 만든 작품, 그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 소통의 방법이 아닐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행복한 우산마을’과 ‘달콤한 목욕’은 이슈(www.issuu.com)에서 제목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복실이 엄마’박지혜 씨(43) 인터뷰 | ||||||
사실 사진을 찍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동영상도 연기하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재밌게 촬영했다. 그런데 처음에 동화책을 그린다고 했을 땐 걱정이 앞섰다. 학교다닐 때 글쓰기와 그림그리기가 너무 싫어서 친구가 대신 숙제를 해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화 만들기 전에 사진찍을 때나 단편영화를 찍을 때처럼 이번에도 내가 정말 아끼는 우리 복실이를 주인공으로 했다. 복실이와 함께 하니 즐거웠다. 나에게 복실이는 큰 의미다. 동화를 만드는 작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사람들과 동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의견을 내고 이야기할 때도 마음이 잘 맞았고, 누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함께 웃다가 거기에 이어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워서 잘 그리는 애들이 부러웠는데, 마을에서 일하는 공익요원에게 복실이를 그려달라고 한 뒤 그대로 따라그리는 연습을 자꾸 하다보니 처음보다 쉽게 그릴 수 있었다. 나중에 선생님이 우리가 만든 책을 나눠줬는데 받아들고보니 기분이 참 묘했다. 다들“이게 진짜 우리가 만든 책이야?”라고 얼떨떨해 했다. 우리가 썩 잘 그린 게 아닌데도 이렇게 나올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뭔가를 해냈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다. 동화책 작업이 다 끝나고 나니 아쉬운 맘이 든다. 기회가 되면 또 만들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