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시 단체 유형 및 지방·지원 단체 포함 놓고 의견 분분… 그러나 통합이 갖는 역량과 필요성에는 공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의 통합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지난 6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장총과 장총련의 통합 논의 자리는 이미 지난 해 4월 장총 최동익 상임대표의 제안으로 이야기된 바 있으나, ‘통합 논의 시기 적절성’ 등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장총 김동범 사무총장은 “통합은 그 무엇을 위한 수단일 뿐이지, 통합이 목적은 아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통합한다는 대의명분을 분명히 하고, 이에 장애계 모두가 공감한다면 복잡한 절차라도 단지 수단에 불과할 것.”이라며 통합의 긍정적인 효과를 바라봤다.

그는 “장애인 인구 250만 명은 우리나라 인구에서 약 5%로 이는 각종 선거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표의 결집은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캐스팅보드’의 역할로는 충분하다.”며 “그러나 선거 때마다 준비도 많이 하고 열심히 활동했지만 전체 장애대중에게 전달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원하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 총선과 대선의 준비과정에서 처음으로 함께함으로서 과거와는 다른 결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며 이 경험은 두 단체가 연합하거나 통합돼야 하는 결론을 증명해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김 사무총장은 “통합하게 된다면 거대한 단체의 등장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나,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연합단체인 두 단체보다 오히려 중증장애인단체 및 소수자 단체들이 복지 발전의 근간을 이뤘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두 단체만이 아닌 외곽의 다른 단체까지 아우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장총과 장총련의 통합마저도 각각의 소속단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단체와 지방의 연합체를 제외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본래의 당사자주의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당사자주의가 또 다른 패권과 이기적인 관점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협력적 관계에 있는 ‘장애인을 위한 단체’까지 당연히 아울러야 하며, 지방연합체는 중앙단체의 통합의 연장이므로 지방의 연합체를 인정해야 통합의 확장과 당위성을 동시에 갖는다. 다만, 시설단체의 경우 장애인정책에서 다른 견해를 가지므로 시설 문제를 풀기 전까지는 통합의 대상에서 유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총련 서인환 사무총장은 통합 구조 속에서 당사자의 결정권이나 주도권을 인정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통합할 의지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서 사무총장은 “법인은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결혼하면 이혼하기가 어렵고, 이혼자라는 낙인이 붙게 된다. 그러므로 법인이 해산해 다시 당사자 조직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에 대해 장총련은 많은 고민이 있다.”며 “통합했을 때 누군가가 ‘자리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다양한 의견이 필요할 때는 오히려 손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
▲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
지방의 연합체를 아울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지방 조직을 포함하면 상대적으로 장총의 입지가 커져 장총련과의 대등한 관계가 깨진다.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상의 협의체라면 당연히 보건복지부 산하의 조직이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부처의 단체들은 이사 자격뿐 아니라 회원 자격도 날아갈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단체’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를 배척할 생각은 없으나 당사자성을 포기할 순 없다. 대표는 반드시 장애인이어야 하며, 장애인의 입지는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통합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부는 일단 통합을 해 하나로 만들고 두 단체가 해산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부가 지원하도록 장애인복지법에 명시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를 먼저 만드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장총련은 일종의 DPI 조직과 같다. 외국의 경우 DPI는 당사자 단체들의 결성체이자 연대체인 우산 조직.”이라며 “한국에서는 DPI가 그러한 위치를 획득하지 못했지만 국제적으로는 한국 대표이므로 장총련 정관에는 국제 DPI 대표권은 DPI에 위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장총련이 통합한다면 그러한 당사자의 우산조직은 새로이 만들어지거나, DPI가 그 기능을 맡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사무총장은 “통합은 대표성을 확실하게 획득하고 장애인 서비스의 전달체계에 한 영역으로 주도할 힘을 가지는 등, 그 필요성이나 효과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려점이 많기 때문에 급하게 통합부터 말할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한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 동거부터 한 다음 혼인신고를 해보자는 이야기.”라고 통합에 대한 의지를 열어뒀다.

“구체적인 통합 논의 위해 합의와 소통 먼저 요구돼”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은 “구체적인 통합을 논의하는 데 대한 분위기가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으며, 통합된 구조가 과연 장기적으로 유지가 가능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전장애계의 합의와 소통이 먼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국 DPI 김대성 사무총장은 “두 단체가 비슷하면 통합되는 게 맞지만, 장총과 장총련은 그렇지 않다.”고 바라봤다.

이어 “장애인이 운영하고 회원으로 있는 단체가 장애인단체라면, 장애인을 지원하는 단체는 장애인을 위한 단체지 장애인단체가 아니다. 통합한다면 장애인이 중심이 되고 전문가나 지원 단체는 포진돼 있어야 한다. 분리를 명확하게 해야 협의하고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정책기획팀장은 “통합이 갖는 효과적인 부분들에 비해 분리돼 가는 것이 낭비적인 면이 크다.”며 “실제로 장애인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이익에 관심 있을 뿐이다. 이념적 갈등과 이야기는 장애인이 만드는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이념적 갈등에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모습이 가려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정책팀장은 “지원 단체도 궁극적으로 보면 장애인을 위한 것인데, 왜 논쟁하느냐는 시각이 많다. 가치는 다르나 당사자주의를 내세우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며 “통합한다면 분명히 두 단체가 부조화를 이루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직 안에 분쟁을 견제하는 조직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오민석 기획조정실장은 “이렇게 통합에 대한 필요성만 던져놓고 보자는 식으로 자리가 마련된다면 전진은 없을 것.”이라며 “두 단체의 대표가 별도의 회담을 거쳐 초안을 만들고 실무자들이 회의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각 단체가 내부적으로 합의한 세부적인 내용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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