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대위, 장애계 관계자 초청 정책간담회 개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정책쇄신분과위는 지난 달 30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새 정강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국회에서 장애계 관계자 등과 정책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한나라당 정책쇄신분과위원회 김종인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위해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며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의 움직임을 자주 볼 수 없다. 이는 여러 제약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다 활발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 법과 정책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지적해 달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장애인권과 권리에 입각한 정책 방향 설정과 취업과 연결되는 실질적 복지정책 수립이 제안됐으며,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유형의 세분화 및 맞춤 정책수립, 대통령직속 장애인 정책 조정위원회 구성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소설가 고정욱 작가는 “나는 결혼을 해 아이 3명과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결혼 당시 장인의 잘못된 장애인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무지가 장애인을 사회에서 배제시키고 있다.”며 인식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나는 장애인이지만 180여 권의 책을 썼고 초·중·고등학교로 강연을 다니며 인식변화를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 내용 뿐 아니라 장애인이 사회에 나와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며 “전국에 초·중·고등학교가 1만 개가 넘고 장애인을 의무 고용해야 하는 기업이 2만 개가 넘는다. 이곳에서 장애인을 채용해 인식개선 교육을 한다면, 장애인 취업과 인식개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새로운 방안을 제안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벤처회사 엑스비젼 테크놀로지에서 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김정호 이사는 “시각장애인 판사가 나올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 기기상의 접근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보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며 “장애인이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격차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홍경순 정보접근진흥부장 역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좋은 회사에 취직하더라도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고객지원센터로 이동하거나 퇴사한다. 심지어 인터넷으로 수수료 500원만 내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업무를 은행에 직접 찾아가 수수료를 지불하며 업무를 봐야한다.”며 “현저히 떨어지는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과 IT 접근 불편은 시각장애인을 취업에서 멀어지게 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남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최동익 상임대표는 상설화된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최 상임대표는 “정부 각 부처에서 장애인과 관련한 3조 원 가량의 예산이 쓰이고 있지만 상당 부분 중복되거나 연결되지 않는다.”며 “국가장애인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돼 정책적 효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유형에 맞는 정책 수립 요구도 이어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유경미 회장은 “장애어린이를 위한 치료서비스가 언어치료 등 5개 서비스로 제한돼 있다.”며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회장은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경제적 고통까지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특히 현재 장애인복지법은 지체장애에 초점이 맞춰져 특수한 욕구가 있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가족의 욕구를 반영한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각장애인을 대표한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의 문제로 취업에서도 교육에서도 배제되고 있고, 지역사회와 문화 활동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장벽 해소 방안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성과 현장 목소리에 대한 관심촉구도 요구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한나라당은 비대위를 꾸려 쇄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장애인활동보조시간 확대와 장애등급제 폐지 등을 주장한 박 대표는 “우리는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 아니라 집권여당에 문제를 제기하고 책임을 묻고자 왔다.”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책을 펼치더라도 시혜와 동정의 관점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장애인들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인식부터 반드시 수정하라.”고 꼬집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안진환 상임대표 역시 “한나라당의 문제는 책상머리형 연구와 정책을 폈다는 점.”이라고 비판한 뒤 “2013년이 되면 장애인 정책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 때 명망가나 교수가 아닌, 장애인당사자의 참여와 목소리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협력과 관련해서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유명화 사무국장은 “장애인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펼치는 것이 생산적일 수 있으나, 이제는 장애인도 한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정책에서 장애관점이 보편화돼야 한다.”며 “새로운 정부에서는 일반 정책 속에서 장애인을 위한 예산이 몇% 인지를 갖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국장은 “오는 10월 우리나라에서는 UN ESCAP회의를 비롯한 장애관련 4개 국제행사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제3차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10년 시작을 맞아 우리나라가 이를 주도함을 선포하게 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만 했을 뿐 25조 보험관련 조항과 선택의정서를 유보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조속한 국회통과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재희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인위원회 설립에 관해서는 크게 공감한다.”며 “그동안 장애계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미흡했다. 교수나 전문가와 이야기하기보다 현장에서 당사자와 직접 만나라는 충고를 깊이 받아들이겠다. 어느 당이 집권하게 되던지 여야 관계없이 현장을 중시해야 할 것이며 한나라당 역시 그렇게 되도록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장애인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선 의원은 “오늘 나온 의견들은 기본 중 기본인 인권과 이것을 지켜가기 위한 교육과 정보접근성, 장애인이 사회인으로 살기위해 가장 필요한 취업 등 대부분 헌법에 의해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할 부분.”이라며 “큰 틀에서 분야를 나눠 법과 제도를 만들어 장애인이 사회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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