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연·DPI 등 참여단체 탈퇴 잇따라… “공천에만 치우쳐 장애계 문제는 뒷전, 자성의 목소리 요구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2012장애인총선연대(이하 총선연대) 핵심단체의 대표들이 개별 공천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에 오르자, 참여단체들이 잇따라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정록 후보(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 회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와 최동익 후보(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는 개별적으로 공천을 내, 지난 20일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아 사실상 19대 국회 입성이 확정됐다.

그러자 총선연대 참여단체들의 ‘줄줄이 탈퇴’가 일어나 총선연대 와해로 치닫는 분위기다.

▲ 웰페어뉴스 DB.
▲ 웰페어뉴스 DB.
23일 오전 현재 총선연대를 탈퇴한 단체는 ▲장애소수자연대(한국저신장장애인연합회·한국근육장애인협회·한국정신장애인연합·피닉스소사이어티·장애여성네트워크·화교장애인협회·한국절단장애인협회)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한국DPI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5개 단체이나 추가탈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연대 중심단체 중 하나였던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김정록 후보가 개별 공천을 낸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진작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신희원 사무처장은 “총선연대 중심단체이자 양대 장애계단체 대표가 약속을 어기고 개별 공천한 상황에 대한 부끄러움 반, 책임감 반으로 탈퇴했다. 총선연대의 취지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더 이상 (희망적인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라며 일축했다.

한국DPI는 지난 21일, 장애소수자연대는 22일 탈퇴 의사를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DPI는 성명서를 통해 “총선연대를 주도했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최동익 상임대표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정록 상임대표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절차와 방법조차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비례대표를 신청했다.”며 “이는 단지 개인의 부도덕으로 끝날 문제만은 아니다. 두 대표가 소속돼 있는 단체는 물론 장애운동의 정신을 훼손시킨 쿠데타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내지 못한 지금 상황에서 총선연대가 장애인정책을 제안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당에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어떠한 명목으로 당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며 탈퇴를 선언했다.

장애소수자연대는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과정과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폭거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 19대 국회가 시작되고 나서 혹시나 떨어질지도 모르는 떡고물을 기대해서인가. 이것은 정치세력화가 아니며, 장애인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편승하는 이권추구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 단체는 “우리 장애소수자들은 총선연대의 이후 행보에 함께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통탄한다. 우리 자신의 대표성을 지켜나가고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있는 날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표했다.

한국DPI 김대성 사무총장은 “두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총선연대의 약속을 깨고 개별 공천 낸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한다.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져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지만, 일단은 본인들이 문제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두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공직선거법상 현재 갖고 있는 자리를 다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 새 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내부적인 정리를 해야 할 텐데, 방향을 설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총선연대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총선연대 참여단체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마무리를 함께 잘해야지, 원했던 결과대로 되지 않았다고 탈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참여단체들의 탈퇴 사유에 대해 반박했다.

특히 장애소수자연대가 성명서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비판에 앞서 자신들이 총선연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주류단체의 횡포를 주장하는 일부 세력에 표를 더하기 위해 참여한 것밖에 없지 않느냐.”고 맞받아쳤다.

이 관계자는 “총선연대는 대의적인 명분이나 실의를 찾기 보다는 각 단체의 욕심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는지 반성할 점이 많다.”며 “비록 이런 결과를 낳았으나, 반드시 실패했다고만은 보지 않는다. 어디를 가나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은 있으며, 이번 과정은 사회적으로 냉대 받던 장애계의 당당함을 보여준 데 의미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련의 과정들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패배주의에 빠질 것이 아니라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으며, 신희원 사무처장 역시 “비록 탈퇴는 했으나, 장애계단체들이 모여 과정을 만들고 논의한 자체는 장애계단체의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총선연대는 앞으로 투표소 감시 및 참정권 보장을 위한 활동과 함께 각 정당의 공약을 모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선연대 당초 계획 달성했어도 ‘출세 위한 과정으로 치부될 우려 커’… 자성과 함께 장애계 문제 이끌어내는 데 함께해야”

총선연대의 행보를 ‘정치권 줄서기’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탈퇴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남병준 정책실장은 “김정록 후보에 이어 최동익 후보까지 총선연대의 방식을 깨는 상황까지 치닫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남 정책실장은 “총선연대는 처음부터 정책 중심의 대응이 아닌, ‘누가 금배지를 다느냐’에만 초점을 둔 후보자 중심의 대응을 해 왔다.”며 “새누리당의 장애인공약 발표 이후 총선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부실함을 지적했지만, 그것을 바로잡거나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누가 공천 받을 것인가만 갖고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이어 “총선연대의 원래 계획이 성공했다하더라도, 장애계단체의 대표자라는 위치가 이후 출세하기 위한 과정으로만 치부될 우려가 있다. 현재 장애계의 가장 화두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등 부족한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고, 오직 ‘자리’에 대한 추진만 이뤄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 정책실장은 “아직 시간이 있다. 총선연대 참여단체들이 이번 사태로 허탈해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자성과 함께 장애계의 문제를 알리는 등 정책을 바꿔나가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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