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폭력 혐의로 실형선고한 원심 파기...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여성장애인 인권 유린 빌미를 준 처사" 규탄

대법원이 지적장애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가해자에 대해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적장애가 있는 A 학생(피해당시 17세, 지적장애 3급)을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간간 등)로 기소된 태권도 관장 김모(37) 씨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적장애여학생 피해자 진술에 대해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간음죄의 요건인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의문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김 씨는 지난 2008년 8월 다른 관원생들을 모두 집으로 보낸 뒤 도장 안에 있는 사무실로 A 학생을 불러 강제 추행하고 며칠 뒤 같은 장소에서 강간한 혐의와, 2010년 5월 A 학생을 불러 추행하고 강간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1형사부는 A 학생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지난해 6월 2일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 10형사부는 2010년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정보공개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는 충격으로 인해 범행 당시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기억이 불분명할 수 있고, 지능지수가 낮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면 더더욱 기억이 온전할 수 없다.”며 “원심은 A 학생이 지적장애 3급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종심인 대법원은 유죄 판결을 또 다시 뒤집은 것. 대법원은 지난 10일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성명서에서 “지적장애에 대한 무지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장애인 성폭력사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판결한 것.”이라며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우리사회 여성장애인의 인권이 계속해서 유린되는 빌미를 준 처사.”라고 질타했다.

이어 “재판부의 여성장애인 인권말살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무죄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대법원의 제대로 된 판결과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며, 사법부는 법조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교육과 장애인성폭력 교육을 실시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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