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농아인의 언어선택권 보장 등 촉구위해 100일간의 1인 시위 개최

‘농아인의 삶을 억압하는 차별과 편견을 깨부수고, 생존권을 보장받는 그날까지 투쟁을 선포한다!’

한국농아인협회가 농아인에 대한 인권이나 복지제도증진을 위해 ‘전국농아인 권리보장촉구대회’를 지난 1일 개최하고 농아인에 대한 사회적 장벽으로부터의 투쟁을 선포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수화를 사용하는 농아인은 장애극복에 실패한 낙오자로 여기고, 농학교에서는 수화를 음성언어를 배우기 위한 보조수단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농학생들은 음성언어 중심의 학습 환경에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방송을 통한 정보의 취득이나 문화향유에서 이방인.”이라며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과정에서의 소외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을 통한 생계유지의 현장에서 조차 농아인은 여전히 다수의 음성언어 사용자 중심의 사회에서 다양한 차별에 노출돼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는 발언을 통해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농아인은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되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없다. 수화통역센터는 주중에만 운영돼 수화통역 요청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농아인은 참기만 할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농아인의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며 “정부와 관련부처에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농아인 인권을 회복시키기 위해 하나로 모여 투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아인에게도 알권리가 있다. 청인과 동등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음성정보가 아닌 시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제공을 통해 농아인은 한층 더 완벽한 사회통합이 가능할 것.”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 등이 제공되고 있으나 우리(농아인) 삶이 얼마나 달라졌나. 이 법들에 의해 불편이 많이 해소됐나. 각종 민원의 현장에서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 우리가 받아온 불편, 차별을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 요구해야 받을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에 잠재한 분노를 일깨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아인의 언어권’ 확보를 위한 투쟁발언에는 한국농아인협회 손원재 이사가 나섰다.

손 이사는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실린 기사를 읽었다.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청각장애 디자이너 이야기다. 그는 청각장애가 있지만 비장애인과 겨뤄 당당히 대등한 실력을 보여준 그 청년이 굉장히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수화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는 선천적 청각장애인이지만 입모양을 보고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으로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수화를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수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에 실망했다.”며 “수화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를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음성언어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왔다. 음성으로만 가르친다고 제대로 된 교육이 되나. 이 모든 일은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고 하지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화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언어다. 수화가 당장 언어로서 인정돼야 하고, 그래야 평등한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 그 꿈을 같이 이뤄 나가자.”고 주장했다.

김성완 농통역사는 수화를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농학생의 교육권’에 대한 침해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대전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학생 2명이 지난 4~5월 두 차례에 걸쳐 등교를 거부했다. 학교와 관할 교육청에 ‘학습권 참여’를 위해 전문수화통역사를 배치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수화통역이 가능한 수화통역사를 배치하겠다고 했으나, 수화통역 자격증도 소지하지 않고 수화통역이 가능하지 않은 사람을 배치해 청각장애 학습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4년이 넘었다. 이 외에도 헌법,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등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학습권 보장을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장애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 수화만 사용하면 타인에게 의존해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를 사용하지 말 것을 강요하고 있다. 농아인에게 교육권은 노동권과도 연계되고, 이는 결국 생존권과 연결된다. 수화를 언어로 인정해 농아인의 교육권 확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농아인의 생존권(근로, 노동)’에 대해 한국농아인협회 조병규 이사는 “지난 1991년,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생겼다. 하지만 이 제도가 지체·지적장애인 등 위주일뿐 농아인에게 준 것이 무엇이 있나. 처음 이 제도가 생기고 20년이 흐른 지금에도 농아인은 노동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농아인은 제대로 취업할 수 없는 환경이다.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여전히 억압받으며 살아오고 있다. 그렇다면 제도를 왜 만들었나.”라며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농아인이 제대로 삶을 영위할 수 있나. 노동권을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장사하며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농아인을 취업시켜줘도 수화통역사가 없는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퇴직하거나 이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농아인도 노동권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생존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날 권리보장촉구대회를 통해 ▲수화를 농아인의 고유한 언어로 인정하고 언어선택권 보장 ▲농학생의 학습권 보장하고 체계적인 지원 제공 ▲농아인의 방송접근권 및 정보취득권 보장 ▲농아인의 노동권 및 생존권 보장 ▲선거의 모든 과정에서 정보취득의 차별없는 농아인의 찹정권 보장 ▲농아인의 문화향유권 보장 ▲농아인에게 필요없는 음성통화 무료 300분, 휴대폰 요금제 다양화 등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농아인협회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지난 3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시작으로 100일간의 1인시위를 전국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이후 8~9월경 서울에서 대규모 촛불시위와 10월경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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