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설’ 개원 때부터 반대… 계양구청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인천장차연 “끊이지 않는 사건, 인천시의 장애인주거시설 중심 정책 문제”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인천광역시 계양구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에서 인권침해를 행한 생활지도원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징계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관할 구청의 허술한 관리·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권위는 생활인을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힌 생활지도원 4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이 사건을 알고도 방치했던 점에 대해 담당 공무원을 징계할 것을 관할 구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11월 익명의 제보에 따라 기초조사 및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활지도원 ㄱ 씨가 생활인 A(남, 당시 11세, 지적장애 2급) 씨의 대퇴부를 골절시킨 사실 ▲생활지도원 ㄴ 씨가 생활인 B(여, 당시 53세, 지적장애 1급) 씨를 폭행한 사실 ▲생활지도원 ㄷ 씨가 생활인 C(남, 당시 9세, 지적장애 2급) 씨를 성희롱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의 생활지도원 담당 팀장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보고 및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시설장 또한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후조치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관할 구청의 지도·감독공무원이 두 차례에 걸쳐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인천장차연)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 2010년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이 개원할 때부터 비리 및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들을 제기해 왔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대규모 장애인주거시설 폐기 및 정원 30명 미만의 소규모화를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내놨으며, 장애인주거시설 중심이 아닌 자립생활 방향으로 전환하는 흐름이었다. 이에 인천장차연은 정원 80여 명인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의 개원에 반대했으며, 건축 과정 및 위치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인 허가가 이미 내려졌기 때문에 개원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은 문을 열었으며, 인천장차연은 “당시 계양구청은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우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만약 인권침해 등이 일어난다면 폐쇄조치 등 엄중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천장차연은 “개원한지 불과 2년 만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은, 결국 담당 공무원 몇 명만 구슬리면 손쉽게 장애인주거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를 숨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의 시설장·가해자·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폐쇄조치를 통해 장애인의 인권을 묵살한 시설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작은자야학지회 장종인 사무국장은 “우선적으로 피해자를 분리조치하고 심리치료 등 후속조치를 취하는 게 시급하다.”며 “이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계양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 지난 2009년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위치한 한 장애인주거시설은 생활인이 ‘밖으로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3개월간 쇠사슬로 묶어두고, 기초생활수급비를 횡령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 지난 2009년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위치한 한 장애인주거시설은 생활인이 ‘밖으로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3개월간 쇠사슬로 묶어두고, 기초생활수급비를 횡령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되면서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8,000만원으로 건물을 새로 지었다. 시설장애인이 생활하는 방은 5평정도, 그 좁은 공간마저 세탁실로 나뉘어져 실제 생활하는 공간은 매우 비좁았다.
▲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위치한 한 장애인주거시설이 생활인을 묶어뒀던 장소. 생활하는 방은 5평정도, 그 좁은 공간마저 세탁실로 나눠져 실제 생활하는 공간은 매우 비좁았다.

피해자 분리조치 등 후속조치 없어… ‘해당 생활지도원 근무하지 않도록 하라’는 공문만 달랑

계양구청은 피해자에 대한 분리조치 및 심리치료 등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며,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뒤늦게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에 ‘생활지도원 3명(1명 퇴직)을 당분간 근무하지 않도록 하라’는 공문만을 보냈다.

계양구청 한 관계자는 “행정조치 권고에 따른 과정을 진행 중이며, 담당 공무원들은 행정처분 결정을 기다리며 근무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동안 인권에 대해서 소홀했다는 데 인정하나, 생활지도원이 성희롱하지 않았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런 결정이 났는지 모르겠다. 폭행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생활인이 먼저 때리니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 같다. 내부고발자의 악의와 함께 인권위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사실과 관계없이 너무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인천시에서 장애인주거시설의 비리 및 인권침해 사건 발생은 계속돼 왔다. 2009년 강화군에 위치한 한 개인운영신고시설은 생활인이 도망간다는 이유로 쇠사슬로 묶어둔 채 3개월 동안 방치했으며, 기초생활수급비 및 장애수당 등을 횡령해 긴급 폐쇄조치가 이뤄졌다.

또한 같은 해 인천지역 개인운영신고시설 민관합동 실태조사 결과, 한 장애인주거시설은 생활인을 싸운다는 이유로 지하실 방에 가둬놓거나 신고한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 있었다. 해당 시설의 관리·감독 기관인 연수구청은 실태조사에서 ‘문제상황 있다’고 표시해놓고도, 실태조사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허술함을 드러냈다.

“인천시의 장애인주거시설 중심 정책이 낳은 결과”

인천장차연은 A중증장애인주거시설을 비롯해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받고 있는 ‘명심원’ 등 끊이지 않는 장애인주거시설의 비리 및 인권침해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인천시에게 물었다.

인천장차연은 인천시의 장애인주거시설 중심 정책을 비판하며 “자립생활예산은 3억 원이 채 되지도 않는 반면, 장애인주거시설에는 연간 2,5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퍼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소중한 국고를 낭비해 시설장의 배는 불리고 장애인의 인권만 팔아먹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천장차연은 인천시를 상대로 ▲장애인주거시설 중심 정책을 폐기하고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할 것 ▲비리와 인권침해가 일어난 장애인주거시설 폐쇄조치 등 강력처벌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인천장차연은 “자신의 배를 불리고 장애인의 인권을 짓밟는 장애인주거시설은 더 이상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 향후 연수구청, 계양구청, 인천시와 타협 없는 투쟁을 통해 비리 및 인권침해 장애인주거시설의 폐쇄를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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