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장애연대, 정신보건법 개정 및 복지부 실태조사 요구

지난 달, 전라북도 정읍시 소재 A정신병원에서 병원 측의 과도한 인권 침해를 견디지 못한 환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1명이 격리실에서 의문사를 당한 사건이 드러났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병원 측은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반항하는 환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또한 처우에 불만을 갖고 병원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퇴원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가혹행위를 가했다.

또한 ㄱ정신병원에서 25년간 입원됐다가 가족을 찾은 신원미상 환자도 있었다. 1987년 실종돼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임미남(45)씨는 한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찾게 됐다. 임씨는 “정신병원에 감금된 상태에서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신원을 밝혔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지난 7일 보건복지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정신병원에서의 정신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신병원 입원절차에 본인의사가 존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정신보건법 제24조의 허점에서 야기된 것으로, 정신병원 입원이 본인의 동의 없이도 민법상 정신질환자의 부양의무자 또는 후견인(시장·군수·구청장)의 동의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데서 발생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내용은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을 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인의사’가 없는 정신보건법으로 인한 강제입원이 속출된 바, 2006년 국립서울병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 가족 등에 강제입원률이 77.4%에 달한 반면 자의입원은 9.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입원환자의 63.2%가 자신들이 강제로 입원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신장애연대의 권오용 사무총장은 “이혼이나 재산, 종교, 성격갈등, 가족간의 불화 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병원을 감금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며 악용되는 사례를 꼬집었다.

이어 “정신장애인의 입원기간이 너무 길고, 퇴원을 했다해도 재입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장애인에게도 본인의지에 의해 입원할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8년 서울시 정신보건심판위원회는 증상 회복으로 입원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돼 퇴원명령을 받은 정신질환자 121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퇴원 후 재입원한 환자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9.1%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 사무총장은 정신보건법 제24조 개정 및 폐지를 요구했으며, 한국정신장애연대는 보건복지부에 ‘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원에 입원·입소 중인 신원미상 환자의 숫자와 이들의 신원을 찾아 퇴원·퇴소 시킨 사례 제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정신병원 입원 경험자들에 의해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보호자들이 환자들에 대해 신체적인 가혹행위 등 비인격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며, ▲정신의료기간에 종사하는 보호사의 자격기준을 마련하고 ▲보호자들에 대해 환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상시적으로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정읍의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이 인권침해의 상황에 처해도 외부에 이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유린행위를 자행한 A정신병원 폐쇄 및 징계와 △정신의료기관 등에 설치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서신함을 환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보장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위해 타 장애인과 같이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와 인권침해예방을 위한 기구를 설치·운영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