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1년 앞으로, ‘피후견인 신상보호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논의
발제자 ‘성년후견대체제’ 제시…“사회적 비용 절감 이유로 한 면죄부일 뿐” 반대

▲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피후견인 신상보호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3일 이룸센터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정두리 기자
▲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피후견인 신상보호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3일 이룸센터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정두리 기자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피후견인 신상보호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3일 이룸센터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성년후견제는 지적·발달·정신장애인이나 치매노인 등 일정 부분 판단의 어려움을 겪는 성인을 위해 후견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민법 개정으로 시행을 1년 앞두고 있으며, 민법 947조에서는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할 때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이 경우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면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년후견제는 기존 한정치산이나 금치산의 재산관리 중심 후견이, 피후견인의 신상보호영역까지 확대되는 것.

그러나 법에서 말하는 ‘신상보호’에 대한 개념이 불명확해 그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 등 과제가 남아있다. 또 후견인에 의한 권한 남용으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 만큼 그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어떻게 의사를 확인해 나가느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결국 신상보호는 피후견인의 생명, 신체, 사생활은 물론 각종 복지서비스의 이용에 관한 사항 등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렇다면 피후견인의 신상에 관한 사항이 후견인에 의해 남용될 경우 후견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자기결정권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그 대안 마련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 피성년후견인 의사결정능력 존중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시급’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는 “새로운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에 맞춰 신상관련 법령의 정비함으로써 잔존능력과 피성년후견인의 의사결정능력 존중 등 제도의 취지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  ⓒ정두리 기자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 ⓒ정두리 기자
제 교수는 성년후견제의 원칙으로 잔존능력의 극대화와 후견인의 피후견인에 대한 최소 개입을 꼽았다. 의사결정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일률적으로 행위능력을 배제하거나 제한해서는 안 되고, 후견인이 선임되더라도 가급적 피후견인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있을 때에는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의미이자 가치기준이라는 것.

이에 제 교수는 “그러나 개정민법에서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해 시행법률이나 제반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신상보호와 관려된 법률을 정비함으로써 성년후견제가 인권친화적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최윤영 교수 역시 성년후견제 시행에 따른 구체적 실천을 담은 법 제정에 동의를 표했다.

최 교수는 “개정민법은 성년후견제의 기본적인 내용만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한 연금이 제외돼 있다.”며 “성년후견제 시행을 위한 후속조치로 지원법 제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의 구체적 내용으로 ▲피성년후견인의 인권과 권리 ▲성년후견인의 자격 및 양성교육 ▲제도운영과 전달의 주무부서의 역할과 책임 ▲법원의 역할과 의무 ▲후견법인과 후견감독기관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더불어 성년후견제 시행으로 충돌될 수 있는 △의료행위에 관한 법률 △정신병원, 정신요양원에 입원·입소하는 정신보건법 △노인요양원, 요양병원 등 기타 생활시설 입소 관련 법 △임상실험에 관한 법 등의 재정비를 촉구했다.

신상영역의 의사결정능력 판단과 관련 한 기준의 입법적 제시도 강조됐다.

제 교수는 “성년후견제가 시행되면 의료행위를 관여하는 의사나 간호사 또는 요양서비스 제공자 등이 피성년후견인 또는 요보호성인에게 신상영역의 의사결정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며 “이에 신상영역이 무엇인지와 의사결정증력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을 입법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체적 입법 내용 제시로 제교수는 ‘신상’을 ‘요보호성인의 일신에 밀접한 사항’이라 정의하고 ▲의료 ▲대면·서신·전화·이메일의 방법으로 타인과 교류 ▲교육·훈련·여가활동 ▲주거 및 이동 ▲의식주를 포함해 일상의 생활유지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의 구매 ▲기타 성질상 요보호성인 자신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사항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는 ‘성인이 신상에 관해 의사결정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를 할 수 없는 경우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정의를 달아 △당해 의사결정에 관련된 정보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 △제공된 정보를 의사결정의 시점까지 기억할 수 없는 경우 △특정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제공된 정보를 이용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능력 △특정의 의사결정을 타인에게 전달(언어·수화·그림·사인·표정 등 방식 여하 불문) 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김명실 소장 ⓒ정두리 기자
▲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김명실 소장 ⓒ정두리 기자
신상보호와 관련한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김명실 소장은 무엇보다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요건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성년후견제에서의 피성년후견인 대상으로는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 그리고 치매환자 등이 대상이 된다.”며 “이들은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관련법은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총체적 자기결정권 보장 내용을 담고, 나아가 시행령 등을 통해 섬세한 의사결정 판단 기준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발달장애인과 관련해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폄하하지 않을 것 ▲선 경험 후 선택을 원칙으로 의사결정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 보장 ▲국가차원의 발달장애인에 관한 정보시스템 구축 필요 등을 요구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 의사결정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보장은 중요한 원칙.”이라며 “발달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언어적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경험으로부터 선택이 가능하므로 발달장애인에게 선 경험을 제공한 후 후 선택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성년후견대체제도 과연 필요할 것인가?

제 교수는 “요보호성인의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한 성년후견제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면서 동시에 개인적·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지출을 위해서는 후견인이 선임되지 않는 사안이더라도 요보호성인의 자기결정권한이 존중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로 성년후견대체제도 마련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교수가 성년후견대체제에 대해 성년후견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요보호성인 모두가 동시에 성년후견제를 이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후견인이 선임돼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의사결정능력상 장애로 사회생활의 영위에 어려움을 겪는 성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어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및 국가의 복지서비스 공급차원의 개임이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년후견대체제에 대한 의견은 ‘사회적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한 정부의 면죄부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질타 받았다.

김 소장은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이유로 성년후견대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한 국가의 면죄부에 불과하다.”고 꼬집으며 “사회적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성년후견제의 취지에 맞도록 국가가 예산적 비용부담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 보호받아야 할 이들과 관련해 비리가 터진다고 해서 지자체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년후견대체제는 지자체가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성년후견제 취지를 떠나 인권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의무를 기회비용을 이야기하며 피성년후견인과 그 가족에게 넘긴다면 제도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분노만 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부분에서 제시되고 있는 ‘유능한 자원봉사 투입’에 대해서 “성년후견인으로 유능한 자원봉사자를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유능함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것은 물론 전문성과 책임을 담보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인권과 복지에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만약 ‘비용 절감’을 이유로 무료 성년후견인 투입을 주장한다면 피성년후견인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게 될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 ⓒ정두리 기자
▲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 ⓒ정두리 기자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성년후견제 도입에 있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추가적 비용지출은 불가피 한 것.”이라며 김 소장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이어 “추가적 비용지출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혹은 기타 친족, 심지어 시설장에게 사실상의 사무관리 권한을 인정해 성년후견인이 없는 상황에서 사무처리를 맡도록 하는 성년후견대체제도를 입법화한다면 제도의 취지를 몰락시키고, 금치산·한정치산제도와 같이 사문화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며 “성년후견제가 정착되기 위해서 사회는 추가비용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년후견대체제에 대한 지적에 대해 제 교수는 “성년후견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대상자가 한 번에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만큼 시간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라며 “나아가 제도 이용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가 성년후견제의 취지인 피성년후견이 보호와 의사 존중을 이해하고 인식화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안이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성년후견제 관련 구체적 내용은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에 포함 될 것

한편 이 자리에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팀 이재란 팀장이 참석해 성년후견제 시행과 관련한 준비상황으로 “조만간 발표될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에 성년후견제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발표될 것.”이라고 밝힐 뿐 구체적 내용 공개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팀장은 “성년후견제 대상은 100만 명 정도로, 단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복지부 내에서는 장애인서비스팀이 주도적 역할을 하며 연구를 발주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해 노인정책과, 정신보건정책과와 협조해 구체적 내용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토론회 내용 중 관련 법 개정에 대해서는 복지부 내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법무부 및 대법원조직과 정기적 대화가 진행 중.”이라며 “성년후견제 시행에서 가장중요한 것은 피성년후견인과의 의사소통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이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향후 의사소통과 잔존능력 확인에 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피후견인 신상보호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3일 이룸센터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정두리 기자
▲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피후견인 신상보호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3일 이룸센터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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