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농성에 전기·난방 차단한 현 위원장, “인사청문 아닌 인권침해 조사대상”

▲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현병철 후보자. ⓒ정두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현병철 후보자. ⓒ정두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에 대한 첫 인사청문회가 지난 16일 진행된 가운데, 현병철 후보자가 지난 3년 간 보여온 ‘반인권적 태도’에 의원들은 증거자료와 함께 각종 비리의혹들을 쏟아냈다.

현 후보자는 2009년 인권위원장 직을 맡아 3년의 임기를 수행, 지난달 청와대는 현 위원장의 연임 내정을 발표한 바 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인사청문회는 자정이 가까워서 까지 계속됐으며, 야당 의원들은 현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여온 장애인 인권 침해 실상과 용산참사와 관련한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발언 등은 물론 논문표절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문제를 제기하며 ‘연임 절대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여당 의원들 역시 비판적 질의를 이어가며 곱지 않은 시선을 나타냈다.

그러나 현 후보자는 모든 의혹에 ‘모르쇠’로 답하거나 ‘사실무근’이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이에 인사청문회장을 찾았던 장애인당사자와 용산참사 유가족 등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 장애인들의 점거농성에 전기·난방 끊은 인권위 “인사청문 아닌 인권침해 조사 대상”

인사청문회에서는 현 후보자 재임 당시 인권위의 승강기 차단 등 ‘장애인 인권침해’ 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장애계단체는 지난 2010년 12월 활동보조인 지원과 관련한 정책적 문제와 현 후보자의 퇴진을 촉구하며 인권위에서 농성을 벌인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전기와 난방을 차단하고 승강기 운행을 중지해, 사실상 장애인들을 고립되게 만드는 등 문제가 발생해 ‘장애인 인권 침해’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중증장애인 10여명이 인권위에서 농성을 벌였고 인권위는 식사반입차단, 난방 및 전기 차단, 승강기 운행 중단으로 사실상 감금, 활동보조인 출입차단 등 장애인 인권 침해 사실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현 후보자는 “주장은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전기를 차단한 적은 없다. 승강기 운행은 2시간 정도 중지해 사무총장이 사과한 적은 있다.”며 “인권위는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기 때문에 난방이나 전기 차단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권한이 없다.”고 사실 무근임을 주장했다.

인사청문회를 방청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인권연대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상임활동가는 “당시 현장에 있던 장애인들이 여기 있다.”, “현병철 위원장님, 거짓말 좀 하지 마세요.”라고 비판을 쏟아냈고, 국회 경위들에 의해 밖으로 쫓겨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 인사청문회를 방청하던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상임활동가는 “현병철 위원장은 위증을 하고 있다.”고 외쳐 쫓겨나기도 했다. ⓒ정두리 기자
▲ 인사청문회를 방청하던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상임활동가는 “현병철 위원장은 위증을 하고 있다.”고 외쳐 쫓겨나기도 했다. ⓒ정두리 기자
특히 당시 인권위가 전기와 난방 등을 중단하면서 현장에 있던 한 장애인 활동가가 폐렴으로 사망했음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장 의원은 “인권위는 농성에 대비한 지침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고, 지침에는 ‘식수는 최소화’, ‘식사 반입금지’, ‘편의제공 제한’ 등 내용이 담겨 있다.”며 “건물 관리자에 확인한 결과 층별 전기 공급은 조작이 가능하며 인권위의 요청으로 주말에 별도로 남방 등을 제공한 적이 있었음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증인으로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인권위 장향숙 전 상임위원은 “12월 3일은 UN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날’로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이야기하기 위해 인권행동을 벌이고, 당시에 인권위에 왔었음을 기억한다.”며 “그런데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칠흑 같이 어둡고 춥다. 화장실도 갈 수 없다.’는 중증장애인들의 전화였다. 그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 인권위에서 벌어졌다. 이야기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인권위는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내가 근무하는 동안 인권위에 ‘인권’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장 의원은 “현 후보자의 ‘사실무근’ 답변이 분명한 위증임이 드러났다. 이는 장애인의 신체적 약점을 이용한 ‘명백한 인권침해’로,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가 아닌 인권위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증인과 참고인. 이 자리에는 용산참사 유가족(오른쪽 세번째)도 함께 자리했다. ⓒ정두리 기자
▲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증인과 참고인. 이 자리에는 용산참사 유가족(오른쪽 세번째)도 함께 자리했다. ⓒ정두리 기자
■ 용산참사 유가족 “떳떳하다면 유가족들의 표정을 봐라. 비참하다.”

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동안 용산참사 유가족들에 막혀 출입 시 국회 경위들의 호위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현 후보자는 2009년 12월 용산참사 안건을 다루는 전원위원회에서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폐회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어왔고, 현 후보자는 “인권위는 용산참사와 관련해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고 했다”고 짧게 답변했다.

인사청문회에는 용산참사 희생자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가 증인으로 참석해 현 후보자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권씨는 “현 후보자가 용산참사 해결에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현 후보자는 유가족 앞에서 위증을 하고 있다. 정말 떳떳하다면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표정을 봐라. 비참하다.”라고 한 서린 목소리를 냈다.

이어 “현 후보자는 UN인권위원회도 찾아왔던 용산참사 현장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우리 발로 인권위를 찾아가 약자들의 인권을 외치고자 했지만, 인권위는 각 층마다 공익근무요원을 세웠고, 우리는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다.”며 “단 5분, 10분을 만나달라는 요청도 들어주지 않은 인권위였고, 현 후보자다. 자격 없음을 인정하고 유가족 앞에서 떳떳하게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비리 종합세트(?)

현 후보자는 지난 3년 인권위원장으로써의 행적 뿐 아니라 자질 시비에서도 자유롭지는 못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현 후보자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 병역 특혜 의혹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등을 비롯해 민간인 사찰 직권조사 사전 조율 의혹과 용산참사 및 쌍용차 사태에 대한 인권현안 축소 문제가 지적됐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은 “현 후보자는 타인의 논문을 훔치고 자기 논문을 베끼는 등 7편의 논문 표절이 확인됐고, 심지어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기도 했다.”고 지적하며 ‘타인의 논문 짜깁기와 베끼기, 자기표절 등’으로 판정된 학술단체협의회의 소견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현 후보자는 “논문 인용 기준은 2004년 생겨났고, 논문들은 기준이 생겨나기 전의 행위 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현 후보자의 아들은 병역과 관련해 1년 만에 13kg을 늘려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받았고, 이에 대해 의도적으로 체중을 늘린 것 아니냐는 의혹과 더불어 수차례 병역을 연기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 후보자는 “아들이 재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운동을 못해 몸 관리가 안됐다.”며 “불시에 통지를 받고 재검을 받았는데 똑같이 113kg이 나와 공익요원 판정을 받았다.”고 답했다.

▲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정두리 기자
▲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정두리 기자
이어 서영교 의원은 “단 한번도 비행기 1등석을 타지 않았던 현 후보자는 인권위원장이 된 후 1등석만 타고 다니는 등 3년 재직 기간동안 1억2,000여 만 원의 출장경비를 썼고, 업무추진 비 1억7,000여만 원 중 1억6,500여 만 원이 식장에서 술값과 밥값으로 사용됐다. 그 중 일식집이 총 300여 차례, 주말에도 쓰였다. 국민의 혈세를 흥청망청 쓴 것은 윤리성에 문제가 있다.”고 압박하자, 현 후보자는 “저는 술을 한잔도 못하고 생선회도 잘 먹지 않는다. 업무 외 업무추진비를 썼다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이 제기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부동산 광풍이 불 때 약 2년 6개월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아파트 두채를 사고팔면서 4,5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고, 이는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2억~2억5,000만 원의 차익에 해당한다.”는 의혹에 현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는 절대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도덕적 시비가 계속되자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은 “현 후보자는 지난 3년간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인권위 직원들이 사퇴를 촉구하는 광고를 냈고 국제사회에서 현 후보자의 연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내 시민사회 및 인권단체 모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인권위 직원들은 현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신문광고를 게제, 시민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연임반대 성명 발표와 더불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각계의 반대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마친 국회 운영위원회는 오는 18일 오전 전체 위원회를 열어 현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권위원장은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강행할 수 있는 만큼 계속된 진통이 예상된다.

▲ 인사청문회장 밖, 장애계와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물론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현병철 후보자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정두리 기자
▲ 인사청문회장 밖, 장애계와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물론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현병철 후보자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정두리 기자
▲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청문회가 잠시 정회하자 현병철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국회  경위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정두리 기자
▲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청문회가 잠시 정회하자 현병철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국회 경위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정두리 기자
▲ 지난 16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연임 내정 인사청문회에 용산참사 유가족과 장애계단체,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정두리 기자
▲ 지난 16일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연임 내정 인사청문회에 용산참사 유가족과 장애계단체,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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