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성명서

‘일제검문’ 부활,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둔갑

부당한 불심검문, 저항합시다!

최근 강력범죄 대응을 이유로 경찰이 불심검문 부활을 천명하고 나섰다. 2010년 10월 경찰이 일제검문을 중단한지 2년만이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9월 3일 오후 각 지방경찰청과 회의 후 ‘성폭력 강력범죄 총력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김 청장은 적극적으로 불심검문을 실시하며 적법절차에 따라 인권침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불심검문을 전 방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경찰의 ‘일제검문’ 조치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감시와 통제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에도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은 불심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식과 대상을 일상적으로 일반 국민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실재 범죄예방 차원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불심검문을 통해 범죄가 줄었다는 그 어떤 실증적 통계도 없다. 강력범죄 대응에 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다시금 행정편의 주의가 활개를 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불심검문이란 경찰관이 거동이 수상한 자를 발견할 때 이를 정지시켜 질문하는 것을 말한다. 범죄수사의 단서가 될 수는 있으나 수사 그 자체는 아니며 치안과 범죄예방을 담당하는 경찰관의 직무수행상 필요한 하나의 행위이다. 그러나 공권력이라는 우월적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가 크게 침해될 염려가 크기 때문에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서 그 요건과 행사방법 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은 법률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아래 검문을 해야 한다.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불심검문은 시민들의 신체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아무리 임의조항이라고 해도 공권력과 시민이라는 비대칭적인 권력관계에서 시민들은 위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불심검문은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이기에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은 어떤 경우나 반드시 검문을 받는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할 수 없다. 따라서 특정한 이유도 없이 강제로 검문을 하거나 법에 정한 대로 하지 않는 경우 거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른 인신구속 절차없이 불심검문만으로는 신체를 구속할 수 없으며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위법한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대항하고 거부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으며 고발조치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동안 일제검문 식 불심검문을 중단시키기까지 인권단체들과 피해자들은 부당하고 불법적인 경찰의 불심검문 관행에 맞선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1998년부터 ‘법대로 하자! 불심검문 거부캠페인’을 진행했고 2010년 5월 경찰이 신원확인을 강제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조진형 한나라당 의원입법으로 개악하려 하자 2차 불심검문 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인권단체들의 반대와 시민들의 저항으로 18대 국회에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악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경찰이 불심검문 부활을 계기로 19대 국회에서도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악할지 지켜봐야 한다.

경찰은 불심검문이 ‘임의조항’이고 여러 대책 중에 하나이기에 인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높지 않고 시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이른바 강력범죄를 처방하는 대책이 결국 국가권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때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의 감시를 통해 열려진다. 일제검문의 부활이 자의적인 권력남용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저항이 필요한 때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일제검문을 철회하도록 촉구한다.

2012년 9월 3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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