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백수였던 사위가 취직했다는 이유로 수급 중단 통보를 받은 70대 노인이 거제시청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딸과 사위의 생활도 넉넉치 않은 데다 ‘짐’이 되기 싫었던 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2010년 10월,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장애아들의 수급권을 위해 자살했으며, 같은 해 12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을 받지 못한 노부부가 동반 자살했습니다. 지난 해 4월, 같은 이유로 수급에서 탈락한 김씨 할머니는 폐결핵 치료를 받지 못하고 객사했으며, 같은 해 7월, 역시나 같은 이유로 수급 중단 통보를 받은 청주 시설 거주 노인과 남해 시설 거주 노인이 자살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양산의 지체장애남성이 자녀의 소득으로 인해 수급 중단 통보를 받고 집에 불을 내 자살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빈곤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이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나타난 대량실업과 빈곤의 확산, 새로운 형태의 빈곤 출현은 우리 사회에 빈곤대책의 필요성을 인식케 했습니다. 이에 최저생계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이들의 자활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입니다.

그러나 기초법이 시행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은 4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4%에 이릅니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인구의 2.5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러한 사각지대가 생긴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지적했습니다.

INT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
“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경우에, 수급자가 되려면 두 가지 기준을 충족을 해야 하는 되요. 우선 본인의 소득 인정액과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여야 하구요, 그것은 1인 기준 55만 원가량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충족 돼야 하는데요.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은 1촌 이내 직계혈족이나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 역시 부양능력에 미달을 한다고 판정이 될 때만 가능한데요. 지금 현재 최저생계비 미만의 생활을 하지만 최저생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받지 못하는 사람의 수를 100만명 이상으로 추계를 하고 있거든요.”

개인의 소득과 재산이 아무리 최저생계비보다 낮아도,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인 경우, 기초법 적용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0년 한국복지패널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못한 이유로 “부양의무자의 소득 및 재산이 기준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4.13%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부양의무자로부터 사적이전소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INT 김현수 /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
“저는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요. 나오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재조사라는 게 있어요. 재조사를 해야 하는데, 재조사를 받게 되면 대부분의 시설 사람이 탈락을 하게 되요. 그 이유가 보호자가 있거나, 또는 보호자가 재산이 있거나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금도 시설 안에 있는데, 못 나오는 이유가 그거예요.”

탈시설한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급권자가 돼야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현수씨는 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INT 김현수 /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
“외국 같은 데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어요. 근데 그 아버지는 땅이 많이 있데요. 돈도 많이 벌고. 그 아버지의 아들은 장애인이예요. 그 장애인만 바라보고 기초생활수급권을 준다고 해요. 왜냐, 외국에서는 그 아들의 재산만 따지는 거예요. 부모가 재산이 있고 없고 간에 상관이 없고, 나에게만 재산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경우가 있데요.”

실제로 미국·영국 등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기초생활수급 지원 여부 결정시, 신청자와 그 배우자에 한해서만 조사할 뿐, 자녀나 부모에게 부양의무를 따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반해, 우리나라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보호해야 할 빈곤층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2013년 보건복지부 예산요구안에 기초생활수급자가 올해 155만 명에서 147만 명으로 감축 편성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INT 한영규 /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사무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예산은 실제 수급자 수와 아니면 제도개선제에서 보호될 대상자들에 대한 기준들을 고려해가지고 예산상 수급자 수가 결정이 되구요. 그 예산상 수급자 수를 이번에 결정하는 데 있어가지고 실제 수급자 수를 반영한 숫자가 저희 내년도 예산안에 요구가 되었습니다.”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국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기획재정부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 예산이 어떻게 조정될 지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INT 한영규 /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사무관
"정부에서 지금 접근을 하는 부분은 완전 폐지나 범위를 줄여나가는 것보다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 부양의무자가 부양할 수 있는가를 보는, 소득이나 재산 기준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완화를 해나가면서 좀 현실성 있게 기준을 조정해나가자 하는 부분으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반해,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는 소폭의 완화조치가 아닌 부양의무자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INT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
“현재 나타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 것처럼, 굉장히 막무가내식 행정으로 일단 수급권을 박탈하고 혹은 삭감하는 식으로만 수급자들에게 우선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에 대해서 현실을 직시해야 된다고 봅니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복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난에 빠질 수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약속인 기초생활보장법은 겉핱기식으로만 다뤄지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마련된 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마련되야 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신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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