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동, 한가위 맞아 윷놀이·연날리기 등 즐거운 투쟁

“2012년도 지금도 가난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소·돼지처럼 등급으로 나뉘어 차별 받는 장애인이 있습니다. 더 이상 가난 때문에 멸시당하고 방구석에 처박혀 자신을 탓하며 죽어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야만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고 가난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지 이야기하고, 더 이상 그러지 않도록 함께 나갑시다. 투쟁!”

지난 30일 한가위, 서울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특별한 차례상이 차려졌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 기준 폐지를 주장하며 지난 8월 21일부터 광화문역사에서 천막농성을 시작, 광화문 광장에서 추석 한마당을 꾸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추석을 맞아 농성하는 동지들, 집 없는 사람들, 집이 있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 기준으로 차별 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길 기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차례상과 함께 합동으로 절했으며, 개별적으로 술을 올리며 절하기도 했다.

차례가 끝나고 공동행동은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과 음식을 나눠먹었으며, 몇몇 시민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 기준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현주(57, 여) 씨는 “주변에서 부양의무 기준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을 자주 뵙는다. 나 역시 60세를 바라보고 있는 입장에서 ‘나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이 씨는 “아무 문제 없이 좋은 가정이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질적으로 자식이 있다하더라도 연을 끊고 산다면, ‘호적상 자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가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이고, 하루빨리 부양의무 기준을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탈병(59, 남) 씨는 장애등급제가 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인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귀가 들린다는 이유로 장애등급을 받지 못했다. 필요한 서비스가 있어도 받을 수 없고, 일하고 싶어도 한쪽 귀가 안 들린다는 이유로 취직자체가 안 된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막노동뿐인데, 그마저도 몸이 약해 할 수 없어 어렵게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동자동사랑방에서 온 오승희(26, 여) 씨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 기준 폐지의 필요성을 직접 느끼고 있는 당사자로서 투쟁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오 씨는 “현재 시각장애와 지체장애가 있으며 장애등급은 1등급이지만, 재판정 받아야만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정작 재판정 받으면 등급이 떨어질 우려가 커 재판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아닌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부모라고 해서 다 큰 나를 무조건 부양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부모님이 주민등록상 말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재산 등의 문제에 있어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될 수 없던 적도 있다. 지금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받고 있는데, 쪽방의 월세를 내고나면 한 달 25만 원이 남는다.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수급비 등이 깎이기 때문에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도 광화문역사에서의 서명운동과 선전전은 계속됐다. 시민단체 등이 보내온 응원의 선물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영희 소장은 “개인적으로 생각보다 부양의무 기준 폐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공감이 많아 뜻밖이었다. 반면, 장애등급제에 대해서는 ‘없으면 어떻게 살래’ 등의 편견이 많아 이해시키기까지 많은 설명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현장을 전했다.

양 소장은 “긴 시간동안의 싸움 끝에 이 자리에 투쟁의 깃발을 꽂았다는 것 자체가 의미 깊다. 많은 사람이 오고가며 관심을 보이고, 특히 밤늦게 선전전을 마무리하고 자기 위해 천막에 들어가면 경찰이 들어와 개인적으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 기준에 대해 묻을 때 인상 깊다.”고 말했다.

이번 천막농성에는 파키스탄에서 온 Naureel Abbas(노릴 아바스, 23, 남) 씨가 참여했다. 아바스 씨는 지난 8월 10일 한국에 왔으며, 한국의 장애인운동을 알고 싶어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장애인운동을 배워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서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아바스 씨는 11월 6일 파키스탄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날 공동행동의 추석 한마당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 기준 폐지를 위한 윷놀이와 연날리기 또한 이뤄졌다.

 

윷놀이는 3판 2승, 3개의 말을 먼저 도착하는 팀이 이기는 것으로 장애등급제 폐지 팀과 부양의무 기준 폐지 팀으로 나눠 진행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팀이 빠르게 말을 도착시키며 2승을 거뒀으나 장애등급제 폐지 팀의 박경석 공동대표가 ‘단판’을 제안, 단판짓기에서 부양의무 기준 폐지 팀이 장애등급제 폐지 팀을 이겼다.

연날리기에서는 방패연에 각자의 소망과 염원을 적은 꼬리를 달아 날렸으며, 지나가는 시민들이 꼬리표의 의미를 묻거나 직접 얼레를 잡고 연을 날려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과정서 광화문광장 보안팀이 ‘시민에게 불편을 준다’며 거둘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특별한 마찰 없이 행사는 마무리됐다.

아래는 공동행동의 추석 한마당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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