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시행 1년을 돌아보는 정책토론회 개최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법률로 제정·시행된 지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지난 1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과 정책제안을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시행 1년을 돌아보는 정책토론회’를 10일 개최했다.

현재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는 법률로 보장됐으나, 여전히 이용자·활동보조인·중계기관·교육기관 등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제도적 한계점과 문제만 돌출시키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를 장애등급 1급으로 제한하고, 차등적으로 이용시간 상한선을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등급재심사 소득에 따라 자부담 등 복잡한 이용절차 때문에 신규이용자가 늘어나지 않고 신청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계는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고,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개선을 위해 ▲장애등급 2급 장애인까지 신청 확대 ▲장애아동 시간을 성인기준으로 인상 ▲추가급여 신설 ▲활동보조인 시간급여 인상 등을 제시하고 있고, 활동보조 인정조사표를 새롭게 개정해 인정조사를 더 객관적으로 할 것을 개선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발제자로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개선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남 정책실장은 “서비스 하락사태에 대한 대책과 인정조사표 개정은 별개의 문제.”라며 “대량하락 사태는 인정조사 문항의 문제가 아닌 점수기준과 예산 문제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정조사표 개정은 근본적 문제가 아닐뿐더러 올바른 해결책도 아니다. 오히려 의학적 기준을 강화하는 형태로 사정체계가 경직되는 상황.”이라며 “인정조사표 점수만으로 서비스가 판정되는 사정기준과 사정체계의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인정조사표 중심의 사정체계는 장애인으로 하여금 욕구와 자립의지를 표현하지 못하도록 하고, 절망적인 상태에서만 서비스를 받게되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는 것.

그는 “인정조사표 기준뿐 아니라 환경과 욕구가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일본을 예로 들어 “한국과 가장 유사한 장애등급으로 서비스를 제한하지 않고, 장애정도 구분이 판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나 환경과 욕구를 감안해 지자체 심사위원회에서 서비스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신청대상을 장애등급 2급까지 확대한다는 개선안에 대해서는 “장애등급제가 악용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장애등급에 의한 서비스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며 “장애등급 2급으로 신청자격을 확대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의미없는 장애등급제를 유지하려는 기만적인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고작 5만여 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는 35만 인(전체 장애인의 14.5%) 중에서 고작 15%만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제한적인 제도.”라며 “시행령, 시행규칙 등에 의해 이의신청, 변경신청, 수급자격갱신 등의 경우 장애등급재판정의 의무가 없음에도 공무원이 내용을 몰라 일방적으로 장애등급재판정을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포로 장애인이 법적으로 보장받은 서비스신청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본인부담금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남 정책실장은 “본인부담금을 최대 15%로 정하고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 수준으로 본인부담금의 상한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부가급에에 대한 상한제한 없이 추가 본인부담금을 추가로 부과하도록해 실질적으로 본인부담금의 상한이 없는 상태다. 현행 본인부담금 제도는 서비스를 많이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일수록 더 많은 비용을 산한없이 부담하게 하는 상황.”이라며 “현행 본인부담금 제도는 서비스의 제공형태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노인요양보험과 동일한 수준으로 설정됐으며, 과도한 본인부담금은 현장에서 부정수급 발생의 한 원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서비스 수가인상에 대해서는 “서비스 수가인상은 서비스의 질향상의 한 요잉ㄴ일 수는 있으나, 현재 발생하는 문제들은 장애인과 보조인 모두가 서비스 질향상을 위한 근본적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서비스 질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과 상담, 인권침해사건 대응 등에 책임과 권한을 갖고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활동보조인 처우개선에 대해서도 “매년 6~7%의 수가인상 계획으로는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상황을 바꾸지 못한다.매년 10% 이상의 수가인상을 통해 활동보조인의 임금인상과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수당지급을 명시해야 한다.”며 “활동보조인의 심야·휴일 노동에 대한 수당이 장애인의 바우처 삭감없이 지급돼야 하며, 일정비율 이상을 정규직 고용 등 장기적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는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 한자협 박현 활동보조위원장, 활동보조인연대 고미숙 집행위원장, 인권연대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 등이 참석해 현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신대 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인정조사표는 기본적으로 일상생활과 도구적 일산생활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나, 서비스 선정기준에서 사회활동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사회활동정도는 추가급여에서 적용하고 있으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회활동 참여정도를 고려해 활동이 많은 경우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자협 박현 활동보조위원장은 “보건복지부는 모든 문제는 예산의 문제라고 변명하지만, 올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예산 중 약 750억 원이 환수된다고 한다.”며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갖고 예산의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모르겠다. 지난 2007년 활동보조가 시행된 후 매 해마다 내용이 조금만 바뀌면 전체 사업이 흔들리거나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 했는데, 보다 안정적으로 자립생활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활동지원법’이 시행 1년만에 또 혼란과 질타를 받게 될 거 같다. 이제 법에 명시된 대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법으로 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활동보조인연대 고미숙 집행위원장은 활동보조인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고 집행위원장은 “장애인에게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있다면 활동보조인에게는 노동자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활동보조인이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을 방어조차 할 수 없다.”며 “노동자라면 누구도 함부로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은 이용인이 그만두라고 하면 바로 해고된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혹은 부당한 이유라고 해도 아무런 방어를 할 수 없다. 월급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들쭉날쭉한 임금을 해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일을 하면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최소한이라도 확보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인권연대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활동보조인 이용자의 불안한 활동’에 대해 밝혔다.

김 대표는 “내게 주어진 토론과제가 ‘이용자로서의 경험’인데, 수년 동안 이용자였으면서 이 과제가 어려운 이유는 활동보조지원제도가 내 삶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불안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활동보조지원 시간을 다시 정하기 위해서 다시 상의를 올리고, 치마를 걷어 얇은 다리를 드러 내 놓아야 한다. 의사 앞에서 내 장애를 입증하기 위해 모욕적인 검증을 받게 되면 ‘인정조사표’에 의해 1급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인정조사표는 내가 1급이 아니라고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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