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 아고라 토론회 열려

▲ ▲ 지난 1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10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가 열렸다. ⓒ박종근 아나운서
▲ ▲ 지난 1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10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가 열렸다. ⓒ박종근 아나운서

지난 14일 열린 제10회 전국장애인부모활동가대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과 전문가들이 발달장애인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발달장애어린이, 기본 교육권 보장 ‘시급’

자녀의 장애를 처음 발견하는 시기는 출생 직후나 6개월에서 만1~2세 정도. 대개 부모들은 병원 재활의학과나 소아정신과를 통해 여러 검사를 거쳐 아동의 장애를 판별한다.

그러나 신체의 이상이 없는 발달장애아의 경우 의사들의 진단이 저마다 달라 여러 병원에서 검사를 하게 되며, 이런 검사에만 평균 1년 정도의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장애 판별이 된 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자녀의 치료와 보육을 위한 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관 등 각 시설별로 이용 절차가 다르고 비용도 천차만별이며 대기 시간이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보육기관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서울지부 영등포지회 남수진 과장은 “전반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곳이 없어, 아는 사람을 통해 듣는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아이를 맡길 교육기관을 선택해야 하는 사실이 불안하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발달장애인 가족지원이 미비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장애아동 가족지원 서비스는 그 내용과 양에 있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활동보조사업의 경우 1급 장애아동·청소년 가족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1급’이라는 제한이 있을 뿐 아니라, 개별적인 장애 유형과 특성에 맞춰진 조건이 아니고 단지 장애등급에 따라 이를 결정하기 때문에 장애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경감하기에는 부족한 실정.

이에 대해 부모연대 경남지부 함안지회 문순복 지회장은 “현재 장애아동 가족지원은 일부 지자체에서만 수행되는 등 제도화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장애아동 가족지원 서비스가 장애유형별 특성과 생애 주기적 특성, 가족 환경 등을 반영해 제공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달장애 아동의 재활치료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부모연대 강원지부 박정숙 지부장은 “장애아동 조기교육기관과 재활치료기관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발달장애아동이 재활치료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확보하기 어렵고, 체계적인 재활치료기관도 드물다.”며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재활치료를 장애인복지관이나 사설시장에 맡길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재활센터와 같은 전문화된 기관을 설치해 통합적인 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아동 부모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난 후, 토론자들의 추가적인 문제 지적과 더불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영동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이현수 교수는 “장애아동 지원을 체계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장애아동의 교육권 보장.”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기본법(제2조, 제3조, 제4조, 제12조)과 장애인차별금지법(3조, 13조, 14조)에는 장애를 이유로 교육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와 학교에서 장애아동을 지원해야 하는 이념적 틀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정작 장애아동들이 동등한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요건들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교수는 “장애아동이 입학이든 전학이든 어디에서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입학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개별화교육의 경우, 국어나 수학 등 한 과목만 부모의 승인을 받아 받도록 되어 있다. 학교에서 과제는 일반학교 아이들과 같은 양을 내주고 있다. 직업 교육도 너무 단순한 것만 받고 있다.”며 현실에서 장애아동들이 차별받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4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장애아동의 교육권 확대에 따른 학교의 시설·설비 및 학습지원과 평가방법 개선 ▲장애아동을 위한 물리적 교육환경 조성과 교수·학습지원 제공 ▲교수·학습 및 시설·설비 확충을 위한 재정확보와 지원 ▲특수교사의 증원 등이 그것이다.

발달장애아동 가족지원에 관해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최복천 센터장은 서비스의 새로운 판정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즉, 장애아동의 의료적,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생활환경적 요인과 가족의 필요 욕구에 근거해 서비스가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이계윤 사무총장은 ‘장애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국가의 가족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앞서 박정숙 지부장이 언급한 재활치료 문제에 대해 선진국의 예를 들어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장애아동의 재활치료에 투입되는 인력은 의사 수준의 자격을 요구할 정도로 강화되고 있다. 그는 “현재 3, 4년제나 일종의 연수 기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재활치료 인력 대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장기적으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 발달장애아동 부모들과 전문가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현실과 정책 개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종근 아나운서
▲ ▲ 발달장애아동 부모들과 전문가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현실과 정책 개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종근 아나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첫걸음

발달장애아동이 교육, 가족지원, 재활치료 등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듯이,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돼서도 노동, 주거, 소득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장애인 경제활동인구 중 92.2%가 취업해있어 장애인 실업률은 7.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장애인 실업률 3.2%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이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적장애 25.7%, 자폐성장애 37%로 장애인 평균 경제활동 참가율 38.5%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고명균 사무처장은 “가장 우선돼야 할 방안은 취업이 가능한 발달장애인 모두가 일자리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예산을 늘려 발달장애인들이 직업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

또, 중부대학교 노인복지학과 이경준 교수와 한국장애인개발원 이복실 선임연구원은 발달장애인 고용활성화를 위해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두 토론자는 이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유관기관들의 협력체계가 강화되는 것이 선행돼야 함을 주장했다.

발달장애성인의 주거권 문제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발표자로 나선 울산장애인부모회 김옥진 회장은 “장애인의 처지나 조건에 입각한 주거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주거약자에 대한 주택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거약자’를 장애인, 고령자, 한부모, 북한이탈주민, 조손가정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런데 이들 주거약자는 그 처지와 조건이 제각각이어서 어떤 주택이 그들의 보다 나은 삶에 도움을 주는지 개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장애인 주거정책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 주무부처에서 전담하거나 장애유형에 맞는 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복실 선임연구원은 장애인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은 장애인의 주거복지개선을 위해 공정주택법(Fair Hours Act)을 규정하고 있는데, 공정주택법에서는 모든 유형의 주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시 연방정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또한, 일본은 지자체에서 주택생활지원비를 지급하도록 명문화돼 있고, 덴마크는 주택 관련전문기업이나 공기업이 장애인이 적합한 주택건설을 지원하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성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득이 관건. 하지만 이진섭 씨(부산장애인부모회)에 따르면, 한국의 장애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181만 9천 원으로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54% 수준이다. 장애 관련 연금과 수당의 지출비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발달장애인 균도와 세상걷기’로 잘 알려진 이균도 씨의 경우 장애인연금법에 의해 91,200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 소요되는 비용은 월 50만 원 이상이다. 이 씨는 자폐성장애인으로 현실적으로 취업도 어려운 상황.

이진섭 씨는 발달장애 성인의 소득보장 방안으로 장애인 등록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장애인을 등록해 등급을 받으면 국가나 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낙인’이 찍힌다.”며 “장애인 등록제도 자체를 폐지하고 장애인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소득지원 정책은 연금과 수당을 통해서 지원된다. 그러나 이렇게 국가가 제공하는 현재의 소득보장 정책으로는 헌법에서 강조하는 인간다운 삶을 보전하는 데에는 부족하다.

이복실 선임연구원은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고용(노동)을 통해 소득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달장애인 균도와 세상걷기'의 이균도·이진섭 부자. ⓒ박종근 아나운서
▲ ▲'발달장애인 균도와 세상걷기'의 이균도·이진섭 부자. ⓒ박종근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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