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에 시설장 교체, 공익이사제 도입, 담당공무원 징계 등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인천시 연수구 소재 A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시설장애인에 대한 폭행·상해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직원 2인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거주생활인들에 대한 폭행·학대가 심각했던 A시설의 관할 관청인 연수구는 ‘인천판 도가니’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시설 내 중증장애인의 특수성과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이유로 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직권조사를 결정한 인권위 조사결과 ▲거주생활인들에 대한 폭행·학대 심각 ▲거주생활인에게 시설장 어머니 집을 청소시키는 등 부당 처우 ▲문서 허위 작성, 지속된 인권침해에 대한 대처 노력 없는 등 운영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재활교사, 거주생활인들에 대한 폭행·학대 심각해

인권위에 따르면 재활교사인 B씨는 중증장애거주생활인들의 팔을 뒤로 꺾거나 막대기와 안마기로 때리고, 이불을 둘둘 말아 나오지 못하게 한 채 발로 차는 등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거주생활인들의 머리카락을 잡고 목을 뒤로 제쳐 숨쉬기 어려운 상태에서 강제로 약 투약 △찬물로 샤워시키기 △차가운 타일바닥에 매트 없이 눕힌 상태로 목욕시키기 △매트로 옮길 때에도 한쪽 팔과 다리만 잡고 들었다 함부로 내려 머리를 바닥에 부딪게 하는 등 폭행 및 학대 행위를 저질렀다.

생활재활교사인 C씨는 거주생활인이 방충망을 뜯었다는 이유로 방충망에 끼는 하얀색 고무로 얼굴·목·허벅지 등을 폭행해 우측 눈, 좌측 턱 밑, 우측 종아리 등에 상처를 냈고, 이로 인해 해고된 바 있다.

또 다른 생활재활교사 7인은 거주생활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추운 날씨에 문 밖으로 내보내고, 걷기 연습을 못한다며 뒤통수를 때리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A시설 소속 종사자들이 거주생활인들을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일이 수차례 있었고, 어떤 종사자는 거주생활인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며 그들이 다치면 손·발을 묶고 마취 없이 직접 봉합시술을 한 사실도 있었다.

인권위는 “생활재활교사들은 모두 ‘거주생활인에 대해 폭행 등 인권침해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목격자가 다수이거나 목격진술이 구체적으로 일관되고 피해·목격자가 제기한 인권침해 유형이 유사해 거짓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할 때 피조사자들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들의 행위가 관련 법에서 금지하는 폭행 및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재활교사 B씨와 C씨가 행한 폭행·상해는 범죄행위고, 그 정도가 위중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총장에게 고발했다.”고 전했다.

A시설, 거주생활인에게 시설장 어머니 집 청소시키는 등 부당 처우

A시설이 거주생활인에 대한 부당처우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A시설은 거주생활인들의 예금통장을 관리하면서 장애수당·장애인연금 등의 입·출금 내역을 알려주지 않고 용돈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거주생활인 D씨에게 4년간(2003~2006) A시설 이사장 어머니 집의 청소와 빨래 등을 시켰고, 대가로 매월 8~9만 원을 피해자가 아닌 이사장 지인 통장으로 입금해 왔다. 이 지인은 이 내용이 문제가 되자 지난 2009년 2월 375만 원을 피해자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시켰으나, A시설은 입금 사실에 대해 지난해 10월 23일 현재까지 피해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A시설은 ▲거주생활인들이 무단으로 생활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각 생활관 출입문에 보안키를 설치해 종사자만 열 수 있게 한 후 평소에는 문을 닫아 놓아 거주생활인의 자유 제한 ▲거주생활인이 다치거나 폭행으로 상해를 입어도 치료 미제공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장애인급여 현장점검에 대비하기 위해 거주생활인에게 급여관리에 대한 동의를 사전에 받은 것처럼 지정동의서 허위로 작성 ▲종사자들을 근무시간 중에 강화도에 있는 밭 등에 고구마 캐기 등을 위해 수차례 동원 ▲전 이사장은 1년 이상 시설 일부를 부당하게 사택으로 사용 ▲A시설과 운영주체인 사회복지법인E는 시설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폭행 등에 대해 관련자 징계 등의 조치는 했지만, 재발방지대책 등의 논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에 인권위는 A시설의 처우가 관련 법을 위반해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 침해 △재산권 행사의 권리 제한 △이동 및 거주의 자유 제한 △건강관리 의무 소홀 등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관할 지자체 공무원의 지도·감독 태만, 징계 사유

관할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지도·감독 태만도 인권위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시설은 2008년 인권위에 인권침해 등으로 진정이 제기된 바 있고, 언론보도 등을 통해 거주생활인 인권침해 심각성이 수차례 제기돼 왔으며, 연수구가 인천시에 제출한 자료에도 A시설에 사업정지를 명해야 하나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지자체는 A시설의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한 실효적인 개선조치 등의 지도·감독을 철저하게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인천시, 연수구의 A시설에 대한 장애인급여 현장점검에 앞서, 연수구 소속 공무원들은 A시설에서 허위로 동의서 등을 작성한 것을 알고도 묵인하는 등 ‘지방공무원법’에서 규정된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를 태만히 한 때’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피조사자 B씨를 다수의 거주생활인들에 대한 폭행 등 혐의로, 피조사자 C를 상해혐의’로 고발하고, 연수구청장에게 ▲A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시설장 교체 등 행정조치 취할 것 ▲A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담당공무원에 대해 징계절차 개시 ▲인천시 연수구 소속 공무원들에 대해 장애인 인권교육을 실시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내 사회복지법인 및 장애인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인천시장에게는 △A시설의 거주생활인들의 인권보호와 증진과 투명한 시설운영을 위해 A시설의 운영주체인 사회복지법인E에 공익이사제 도입할 것 △A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담당공무원에 대해 징계절차 개시할 것을 권고하고, 사회복지법인 E의 이사장 및 A시설의 장에게는 △피조사자 B씨를 거주생활인들과 즉시 분리조치 하고 징계조치할 것 △다수의 거주생활인을 때리는 등으로 인권침해를 한 피조사자 7인에 대해 엄중 경고조치할 것 △A시설을 포함한 사회복지법인E 소속 시설에서 거주생활인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계획을 마련·시행하고, 전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및 장애인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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