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어린이집 위탁문제 ‘공보육’ 관점에서 바라봐야”

▲ 위탁체 및 원장 내정자 선정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신당1동 어린이집. 건물 여기저기에 위탁업체의 재선정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정유림 기자
▲ 위탁체 및 원장 내정자 선정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신당1동 어린이집. 건물 여기저기에 위탁업체의 재선정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정유림 기자
"구청이라든가 (국공립)어린이집이라는 곳이 어린이들의 교육이나 보육만 생각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구립 신당1동 어린이집. 어린이집 건물 벽면에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원장과 위탁체를 재선정해 주세요’, ‘우리 부모와 아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위탁체 재선정을 요구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었다.

해당 보육시설은 작년 10월, 어린이집의 운영이 개인에서 ‘ㅅ’ 민간위탁업체로 바뀌면서 위탁체 및 원장 내정자 선정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수차례 이의를 제기하고 위탁업체의 재공고를 요구하고 있어 수개월 째 학부모와 관할 구청, 위탁 업체 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으로 어린이집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2월 안에 끝냈어야 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시행조차 되지 못했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이집의 위탁체 변경 기간 동안 시설장으로 지원한 A씨가 과거 원내 교사를 폭행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신당1동 어린이집 관련 조사특위에서 원장 내정자 A씨는 자신이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영유아보육법 제16조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의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로 명시돼 있다. 지난 2008년 자신이 있던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폭행해 벌금형을 받은 A씨는 실제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A씨는 “내가 원장으로서 능력이 없다고 (주변에서) 말하지만 그 교사와의 일 때문에 왜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반드시 학부모와 힘을 모아 그동안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 측은 “정서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원장을 (구청과 위탁체가)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학부모들은 구청이 향후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없었고, 제보와 직소민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자료조사 없이 ‘ㅅ’ 업체 단독으로 심의를 진행한 점 등의 이유를 들며, 보육에 대한 철학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위탁업체와 원장 선임을 위한 재공고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집 학부모 대표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벌이고 있는 ‘신당1동 어린이집 재공고 요망 서명운동’에도 이미 496명의 학부모가 참여해 서명을 마치며 학부모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 윤재희 씨는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좀더 공정하고 투명한 어린이집 원장과 위탁체 선별”이라고 강조하며, “구청이라든가 (국공립)어린이집이라는 곳이 어린이들의 교육이나 보육만 생각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위탁체 재심의와 재위탁을 요청해 줄 것.”을 호소했다.

중구청 또한 “A씨가 원장 자격에 결격사유가 없고, 심의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강조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원만하게 (학부모와 위탁업체가) 합의가 안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조속하게 학부모와 위탁업체가 원만하게 합의가 돼 (어린이집 운영이)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국공립 보육시설 위탁운영 ‘허점투성이’…전문가 “직영화 비율 높여야”

▲ ⓒ정유림 기자
▲ ⓒ정유림 기자
민간위탁은 최종적인 관리책임과 비용부담은 정부가 가지면서 서비스 공급은 민간이 담당하는 것으로, 영유아보육법 제24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와 함께 최초 위탁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체 선정관리 기준에 따라 심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이나 직장 보육시설 등에서는 위탁 운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의 ‘보육실태’ 조사 결과, 법인이나 개인에 위탁해 운영되고 있는 비율이 전체의 70%에 육박했고, 시군구 직영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의 3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위탁과 관련한 모든 절차 및 방법, 심의 결과는 위탁 업무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위해 위탁기관의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공개돼야 하지만 해당 사건은 구청 홈페이지에 심의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찾아볼 수 없었다.

아울러 어린이집 조사에서 위탁 심사절차를 조사한 결과, 현장관찰보다 서류심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사 결과, 신규위탁 시 서류심사가 있었다는 비율이 91%로 가장 많았고 발표 78.9%, 면접 72.9%가 그 뒤를 이었다. 어린이집 현장관찰은 12%로 가장 낮았는데, 이는 보육정책위원회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실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보육기획팀 김현미 주무관은 “신규위탁의 경우에는 현장이 없기 때문에 현장조사를 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재위탁 심사의 경우에는 이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운영체에 대한 심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필요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때 국공립어린이집 직영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직영에 필요한 예산과 담당공무원의 관리능력 부족, 행정의 비탄력성 등의 이유로 민간위탁 체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의 위탁자 선정과 심의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심사 과정에서 근거자료를 더욱 강화하고, 정부가 위탁 문제를 ‘공보육의 지향’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줄 것을 당부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보육협의회 심선혜 의장은 “국공립어린이집의 민간위탁 운영이 투명하게 되기 위해 위탁과정에서 심사기준이 더 명확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방법은 직영을 하는 것.”이라며 “지자체가 그 지역 아이들의 보육은 자체적으로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직영을 하면 민간위탁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앞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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