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보문화누리 논평

수화와 자막으로 드라마를 방영한 美 상업방송

언론보도(연합뉴스)에 의하면, 지난 4일 미국의 대표적인 ABC 방송가 ‘뒤바뀐 출생(Switched at Birth)’이라는 드라마를 음성을 없애고 수화와 자막으로만 방영했다고 한다. 그동안 ABC방송이 이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수화를 사용하기는 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려 음성을 완전히 뺀 것은 처음이라 4일 방영된 드라마를 시청한 일반 시청자들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이러한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나라 방송소외계층의 방송접근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방송소외계층의 한 부류인 청각장애인 시청자를 위하여 방송에서 방송의 내용을 수화로 통역을 해주는 ‘수화통역방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수화통역을 내보내는 오른쪽 귀퉁이의 화면이 작아 청각장애인 시청자들이 시청하는데 힘들어한다. 시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수화통역방송 비율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지상파에서 제공하는 수화통역방송은 평균 5% 내외이다. 케이블, 위성 등 상업방송으로 가면 수화통역은 안 하는 방송프로그램도 많다. 방송법의 개정으로 수화통역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방송사들이 의무적으로 제공하여야하는 수화통역방송의 기준치는 5%까지다. 95% 방송프로그램은 통역을 안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

방송에서 배우나 리포터 등이 직접 수화로 진행하는 ‘수화방송’도 간혹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화방송의 경우 비장애인 배우가 급하게 수화를 배워 극중에서 표현하다보니 표현의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 방송사들이 이런 방송을 내보낼 경우 일반 시청자들을 의식하여 음성과 자막 등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국의 ABC방송 사례를 방송사들이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리고 방송사들이나 방송위원회가 방송소외계층에 시청권을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반성을 해야 한다. 지상파를 위시한 방송사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을 한다고 하면서 소외계층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는 외면하는 것들을 말이다. 방송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일반시청자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방송사들의 행동을 유도해 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들을 말이다.

방송사들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청각장애인 등 방송소외계층을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시청자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시각의 변화를 위한 행동들을 모여주어야 한다. ABC방송 사례와 같이 방송소외계층의 특수성을 방송으로 완전히 표현하려는 시도와 수화통역 화면 등을 과감히 확대하려 시도들을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일반 시청자들의 저항을 인식 개선을 통하여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2013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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