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현실 속에 갇힌 장애인 권리 쟁취 위한 결의 다져
장애계의 요구를 전하기 위해 광화문역사 내에서 노숙농성을 펼친 지도 언 200여 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정부를 두고 장애계는 ‘마치 꽁꽁 언 얼음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대회에 참여하기 전 주민센터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420공투단 이형숙 대표는 “딸아이가 휴학을 했으니 이제 일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더라. 지금까지 부양의무제 폐지를 그토록 외쳐왔건만 아무것도 개선된 것이 없다.”며 “학생 신분인 어린 딸에게 부양의무자라는 짐을 지우는 이 세상이 너무 시리다.”고 울분을 토했다.
420공투단과 연대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바라본 장애어린이의 교육 환경에 대해 꼬집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학급에 장애어린이가 있었지만, 등급을 받지 않아 학교 내에서 아무런 편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이 두려워 등급을 미루고 있던 당사자 어머니를 설득해 한 달여만에 등급을 받게 됐지만, 문제는 ‘급수’였다. 급수가 낮아 서비스를 누릴 수 없는 것이 많았다.”고 밝히며 “왜 우리 사회는 장애어린이에게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등급을 따지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420공투단과 연대한 시민협동조합 작은연대 임호영 활동가는 “우리나라의 상당히 많은 일들이 약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연대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단체들의 연대에 힘을 입은 420공투단은 “‘국민행복시대’를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장애인과 가난한 자들의 복지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희망의 새 시대란 사회적 약자의 요구와 삶이 현실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복지공약 이행과 이를 위한 부자 증세를 촉구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발달장애인법 제정 ▲수화언어권리 확보 ▲장애인활동보조 24시간 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등급제 폐지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 5개 요구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드시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우리의 희망은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투쟁하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장애인과 가난한 자의 힘으로 보편적 권리를 쟁취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420공투단은 스스로 ‘차별’이라는 얼음을 깨고 나올 것을 다짐하며, 5대 요구안이 담긴 얼음을 깨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편, 이날 대회를 마친 뒤에는 시청광장까지 행진을 펼쳤으며, 재능교육 노동조합의 농성장에 들러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