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의족을 신체 일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은 헌법·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의학자, ‘장애인보조기를 신체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데 의견 모아

최근 의족을 사용하던 한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의족 파손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돼,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의족을 신체의 일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급여지급 요청이 기각됐다.

이는 의족이 신체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조수단의 개념으로 보고 있어, 신체의 일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산재보험법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부상을 ‘근로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생물학적 기준만으로 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회의원 김정록·최동익 의원은 27일 ‘장애인보조기 신체의 일부 될 수 없는가’ 토론회를 갖고 의족 등의 보조기가 신체의 일부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1995년경, 교통사고로 우측 무릎 위를 절단하는 부상을 당한 양태범 씨는 사고 당시 근무하던 회사는 육체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회사라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 퇴직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 양태범 씨.
▲ 양태범 씨.
이 후 몇 가지 일자리를 거쳐 2009년 2월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입사했고, 2010년 12월 ‘60년만의 폭설’이 내리던 날 눈을 치우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양쪽 무릎과 우측 의족이 망가졌다.

양씨는 의족이 망가져 다시 의족을 만드는 데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되고 병원에서 치료도 받아야 하지만, 결근할 수 없어 목발 등을 사용해 1주일간 어렵게 근무에 임했다.

이후 아파트에서는 산재보험료를 내고 있느니 근로복지공단에 신고를 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대퇴부 상처는 승인해 주지만, 파손된 우측 우족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보상승인을 할 수 없다’였다.

이에 양씨는 “의족이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판단한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실제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시 ‘자신이 의족이 아니면 걷지 못할 때도 과연 의족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말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양씨가 근무하던 경비원의 주된 업무는 ‘불법적인 침입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주·야간 2시간마다 아파트 순찰돌기’며, 업무 수행을 위해 우측 대퇴부가 절단된 장애인이 ‘의족’을 착용하지 않고서는 경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의족은 지팡이나 목발 등 다른 보장구와는 달리 외견상이나 걸어 다닐 때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체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회의원 김정록·최동익 의원은 27일 ‘장애인보조기 신체의 일부 될 수 없는가’ 토론회를 갖고 의족 등의 보조기가 신체의 일부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국회의원 김정록·최동익 의원은 27일 ‘장애인보조기 신체의 일부 될 수 없는가’ 토론회를 갖고 의족 등의 보조기가 신체의 일부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유)태평양 조원희 변호사는 원심에 대해 △평등의 원칙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신체, 부상 법리를 오해하고 있다고 꼽았다.

조 변호사는 “원심판결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 및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해 산재보헙법상 요양급여에 있어 장애인 근로자와 비장애인 근로자를 합리적 사유 없이 차별하는 위법을 범했으며, 근로복지공단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으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임에도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혜적 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차별에 합리적인 배제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장애인인 원고는 의족의 착용을 통해 근로에 있어서 신체의 완전성을 달성하고, 그러한 조건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의족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어 결국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돼 근로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 경우와 비장애인이 생물학적 다리를 다쳐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됨으로써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사이에는 요양급여 수급과 관련해 어떤 차이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심 판결은 근로에 있어서 완전한 기능적 대체성이 있는 의족에 대해 생물학적 관점에 치중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신체성을 부정하는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남세현 조교수와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김윤태 교수, 한서대학교 재활과학기술학과 김장환 교수 등 전문가들도 ‘장애인보조기를 신체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신대 재활학과 남세현 조교수는 “장애인보조기구의 용어 정의를 살펴보면 법정용어를 정의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과 국제적 정의로 자주 인용되고 있는 미국의 보조공학법에서는 ‘장애인이 사용하는’과 ‘기능 유지·보완·향상’ 등의 공통된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며 “단순화 시켜보면 ‘장애로 인해서 제약을 받고 있는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유지’하는 목적이 기본적인 전제로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1년 WHO에서 발표한 ICF에서는 장애의 문제를 기능과 장애(신체기능과 구조·활동과 참여), 상황적 요인(환경·개인적 요소)의 복합적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며 “장애개념의 변화 속에서 장애인 보조기구는 개인의 신체 기능과 구조를 보완·대체하거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 사회적 환경의 제약을 최소화 시키는 방법으로 장애인이 ‘기능과 구조의 통합, 참여와 활동, 사회환경의 제약 해소’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바라볼 수 있다. 즉, ‘신체’의 의미를 단순히 생물학적으로만 해석하고 있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률과 국제기술표준에 기반한 용어의 정의에 기반할 때 ‘의족’은 장애로 인해 결손된 신체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으로 장애인에게 있어서는 신체의 기능과 외관을 복원하는 신체의 일부와 다름 없음 ▲‘의족(넓적다리 의지)’은 휠체어, 안경, 목발 등의 장애인 보조기구와 달리 민감한 신체 손상 부위에 직접 접촉·체결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의족이 단순히 소지 또는 휴대하며 활용할 수 있는 장애인보조기구와는 성질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 의사와 의지보조기기사와 같으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개입이 요구되는 등 사용상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신체에 장착할 만큼 사용자에게 설대적인 의존성을 갖게 한다는 것을 의미 ▲‘경비원’과 같은 특정 직업의 수행에서 ‘의족’은 종사 중인 업무의 필수 과업 수행을 위한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신체 부위로 판단해야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라는 고유 설립 목적의 달성을 위해 원고가 당초 직장에 복귀해 근로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사례자의 직업재활이 어려워질 경우 우리 사회는 공공 복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 등을 제기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김윤태 교수도 토론을 통해 ‘의지, 인공적인 신체의 일부’라는 데 동의했다.

김 교수는 “재활학과 의사로서 모든 장애인보조기가 신체 일부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하지만 심장·폐 등 내부 장기나 절단돼 기능을 완전히 사용할 수 없는 팔·다리를 대신하는 의지·인공장기는 실제 생물학적 신체는 아니나, 몸에 장착해 생존·대체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신체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다는 데 의심하는 의학자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산제로 인한 부상임에도, 의지가 생물학적 신체가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했다.”며 “의지를 신체일부로 보지 않는 것은 이식한 심장을 신체의 일부로 보지 않는 것과 같다. 없어도 생존가능하다고, 탈부착이 쉽다고 신체의 일부로 보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서대학교 재활과학기술학과 김장환 교수도 “신체일부로 생각한다.”며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씨는 의지를 통해 서고, 걷고, 안을 수 있는 등 기본적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의지가 없다면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신체의 일부가 맞다는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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