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부모 절반 가량 ‘아이 맡길 곳’ 필요…전문가 “양육 부담 줄이는 정책 시급”

13년 차 직장인 권자영 씨는 7세, 4세의 딸 둘과 매일 3년 째 출근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직장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 때문이다.

직장 내 보육시설이 개원하기 전 집 근처 민간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다는 권 씨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직장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면서 생활주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일을 하다 아이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달려와 볼 수 있고, 전에 비해 보육교사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이다.

권 씨는 “일단 부모 입장으로 아이에게 원하는 부분을 보육교사에게 직접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양육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전달사항이 있을 때 바로 가서 (아이를) 만날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전했다.

이어 권 씨는 “직장어린이집은 아무래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회사에서 많은 비용을 투자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보호 및 서비스, 안전 같은 부분이 (민간어린이집과 비교해) 확실히 차별화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직장 내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냈을 때 심리적 안정감이 커져 업무 집중도 또한 높아졌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권 씨가 자녀를 맡기고 있는 직장어린이집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부모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운영되고 있으며,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을 배려해 미리 신청할 경우 밤 10시까지 연장 보육이 가능하다.

개원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영아반의 경우 대기인원이 꽉 찼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장 내 보육시설이 직원들의 업무능률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평한다.

주식회사 대상 복지지원팀 이용성 팀장은 “여성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위탁하고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회사에서는 업무 능률이 향상되고 이직률이 감소하는 효과를, 여성근로자 개인으로는 자신이 맡기고 있는 어린 자녀가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서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며 “차후에도 사업장별로 여성 근로자의 비율을 감안해 제2, 제3의 직장보육시설을 개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장 내 보육시설 출산여성 노동복귀율 ↑…“출산 장려 정책 필요”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가 맞벌이 부모 1,000인을 대상으로 정부의 육아지원책 중 가장 도움이 되는 제도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5.8%가 '직장어린이집 제공'이라고 답했고, 그 다음으로는 ▲보육비 지원(19.1%) ▲육아휴직 및 육아휴직 급여 지급(14%) ▲육아를 위한 근무시간 단축(9.9%) ▲산전후 휴가 및 산전후 휴가 급여 지원(7.7%)을 꼽았다.

아울러 현재 두 곳의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화재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임직원 60인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직장어린이집 운영이 업무에 집중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65%로 나타났으며, '여성인력의 육성을 위해 직장어린이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92.5%에 달해 양육과 업무를 병행하는 직원들에게 직장어린이집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직장 내 보육시설이 있으면 여성이 출산 후 노동시장 복귀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아주대학교 김정호 교수가 지난 2월 '2013 경제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직장보육시설과 여성의 고용안전' 논문에 따르면, 출산한 지 36개월이 지났을 경우 직장어린이집의 존재가 여성의 업무복귀율을 4.3%p 높였고, 출산 후 48개월이 지난 후에도 복귀율을 1.9%p 끌어올려 '직장어린이집'이 출산 후 노동시장 복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육아휴직 이용 기간은 출산 후 12개월 이내에 집중돼 있었으며, 직장보육시설이 있는 사업장의 여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10.7%p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직장어린이집의 존재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피하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직장어린이집을 꼭 갖춰야 하는 일터 833곳 중 이를 지키는 곳은 절반도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모를 위해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장려하고, 그와 더불어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대안을 더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능사는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기업이 이를 어겼을 경우 정부의 처벌이 강해지면 가임기 여성 근로자들을 덜 고용하려는 유인이 생기기 때문에 처벌보다는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사업장에 대해 보조금 지원정책을 비롯,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의 접근도를 높이는 정책 등 (정부는 구조를) 조금 더 넓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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