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활동보조인·중계기관 등의 어려움 토로… 개선 방안 모색

▲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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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홀로 있던 중증장애인의 잇따른 죽음으로 인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한계가 드러난 가운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장애인 자립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계단체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활동보조서비스 위원회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라는 공공정책의 위기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일 오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420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1년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집에서 거주하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하지만 부족한 시간과 본인부담금, 획일적인 대상 선정 과정 등으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뿐만아니라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계기관의 업무 과중과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근로 환경 등으로 인한 고충 또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중계기관 근무자, 장애계단체 전문가가 참석해 각자의 입장과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과도한 본인부담금’, ‘획일적인 인정조사표’ 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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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동식 회장. ⓒ안서연 기자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동식 회장은 현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본인부담금’이라고 꼽으며 “본인부담금이 가구 소득에 따라 산정되기 때문에 이용자의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본인부담금이 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본급여 1급으로 전국가구평균소득 150% 초과시 본인부담금이 9만4,500원 부과되고, 인정점수 400점 이상의 독거장애인의 추가급여를 받게되면 같은 소득구간을 적용해 10만8,100원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해 총 본인부담금은 20만2,600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한 회장은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이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을 갖고 살아가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영구적인 장애에 수급자격 유효기간을 두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으며 “지금처럼 2년 또는 3년의 유효기간이 아닌 당사자의 결정과 선택에 의해 갱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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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활동보조위원장. ⓒ안서연 기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활동보조위원장은 “장애인의 심신상태·생활환경에 대한 인정조사 결과에 따라 활동지원 등급을 결정하고, 월 한도액 범위 내에서 일률적으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급자의 주거상황·생활여건·일상 및 사회활동 정도 등 장애인의 다양한 욕구 파악을 위한 면밀한 조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활동보조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수급자격조사는 국민연금공단의 직원이 인정조사표에 일방적 방식으로 점수를 채점하고, 결과조차 당사자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으며, 당사자의 의견이나 이의는 반영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인정조사 점수가 400점이 넘고, 추가시간을 받게 되면 거의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이에 박 활동보조위원장은 “인정조사표를 자가진단하고 그 검증을 자격심사과정에서 상호확인하는 과정으로 바꿔야 한다.”며 ‘인정조사표 발송→자가진단→자가진단표 발송→자가진단표 상호확인→수급자격위원회 개최→보인에게 통보’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동보조인과 ‘장애유형에 대한 교육 필요’, ‘근로 여건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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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최혜영 센터장. ⓒ안서연 기자
이어 사지마비 지체장애인인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최혜영 센터장은 “밤중에 곁에 아무도 없을 때가 가장 두렵다. 하지만 중계기관에서는 ‘12시 이후에는 활동보조인을 부르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용자가 시간적인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 센터장은 “활동보조를 받는다 하더라도 장애유형별 특성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않는 활동보조인일 경우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활동보조인의 교육과정은 총 50시간으로 자격증이 아닌 이수증만으로 장애인활동보조를 할 수 있으며, 교육 커리큘럼을 보면 실제 장애유형별 특성에 대한 교육은 있으나 실질적 다양한 장애특수성을 교육받진 못하고 있다.

이에 최 센터장은 “기본적인 교육보다 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장애유형별 전문 교육이 이뤄져야 더 나은 질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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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순희 사무국장. ⓒ안서연 기자
또한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순희 사무국장은 “활동지원인력을 교육하는 기관이나 채용하는 활동지원기관에서 성폭력 사실 등을 조회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상대적으로 약자인 장애인에게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경찰서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자 중에서도 술을 마시고 폭행을 저지르는 등 활동보조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고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활동보조인의 근로 여건과 관련해 이 사무국장은 “현재 활동보조인이 하루 8시간, 월 22일을 일할 경우 114만4,000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고용노동부가 2012년 4월 발표한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 217만9,000원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활동보조가 가정주부 또는 학생들의 용돈 벌이나 아르바이트로 전락하고 있으며 잦은 이직이 이어지고 있는데, 활동보조인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월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욕구 반영해 ‘인정조사표’ 마련해야… ‘개별급여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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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DPO UNITED 서인환 의장. ⓒ안서연 기자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AP-DPO UNITED 서인환 의장은 ▲서비스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일상생활·사회생활·외출 등의 여건을 고려해 필요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인정조사표를 마련하고 ▲서비스 문항의 답이 바로 서비스 시간(기본급여+추가급여=최대 720시간)이 되도록 해야 하며 ▲이는 개별급여제로 운영되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단순히 장애유형에 보너스처럼 추가점을 줄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라면 ‘책을 대신 읽어주는 데 필요한 시간’ 등을 정하는 식으로 추가 시간을 책정해야 하고 ▲방문목욕과 방문간호를 활동지원서비스로 두지 않고 별개의 추가 서비스로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토론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본인부담금’ 문제에 있어서는 ▲기본급여의 자부담 비율을 현재 15%에서 5% 수준으로 낮추거나 추가급여의 자부담을 폐지하는 방식으로 삭감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활동지원인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심야나 공휴일에는 토요일도 포함해야 하고, 4시간만 수가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일은 오후 6시부터 공휴일은 하루 종일 증액된 수가가 적용돼야 하며 ▲활동보조인은 한 전문기관의 소속이 아니라 시 단위로 인력풀을 만들어 해당 지역 전문기관이 공동 이용하고 개인사업직으로 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본인부담금 폐지는 불가, 인정조사표는 개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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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김인천 사무관. ⓒ안서연 기자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김인천 사무관은 “본인부담금의 경우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을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에 부과되는 본인부담금과 형평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무조건 폐지는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활동보조인의 처우 개선을 위해 올해 수가를 인상했고, 이 과정에서 급여량이 줄지 않도록 보완 조취를 취했으며, 앞으로도 급여량이 줄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최근 발주한 장애인욕구사정연구개발 용역 결과가 나오면 앞으로 방문목욕, 방문간호 외에도 다양한 활동지원급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사무관은 “현행 인정조사표의 한계는 단시간 내에 개선되지 않을테지만, 다른 외국에서 활용하는 인정조사표 등을 참조해 좀 더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는 조사표를 마련하겠다.”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 서비스를 권리로서 보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김정록 국회의원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오는 18일에는 이날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활동지원제도의 올바른 개선방향을 촉구하기 위해 420장애인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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