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책 국정과제 추진계획’에서 장애인공약 ‘후퇴’
장애계 “장애인은 ‘보호’ 아닌 ‘권리 보장’ 원해”

▲ ⓒ안서연 기자
▲ 장애계는 지난 9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박근혜 정부 장애인 정책, 화나 난다’는 슬로건을 걸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안서연 기자

대선 당시 약속했던 장애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9일 오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대선장애인연대가 장애인공약으로 요구한 내용을 수용하면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선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을 약속했으며, 민생안정 공약으로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완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장차연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장애인정책조정실무위원회’에서 논의된 ‘장애인정책 국정과제 추진계획’에는 이같은 약속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제정 검토’로만 언급됐을 뿐 세부추진계획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으며,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은 ‘중증장애인 보호 대책’이라는 말로 바뀌었고,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법안을 수정한 뒤 12월경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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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안서연 기자
이에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는 “지난 청문회에서 보건복지부 진영 장관이 장애계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단언해서 국정과제에 반영 될 줄 알았는데, 추진계획에는 장애계와의 공약이 전혀 배제돼 있다.”고 꼬집으며 “입바른 공약으로 장애인들을 속여 자기 권력만 챙기고는 이제와선 우릴 우롱하고 있다. 이것은 엄연한 ‘사기’.”라고 개탄했다.

이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실무 계획이 전혀 없고, 발달장애인법은 원안 통과도 아니고 수정을 거쳐야 한단다.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공약 또한 24시간이란 말은 쏙 빠지고 응급안전서비스 등으로 중증장애인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으로 바뀌었고, 장애등급제 폐지의 최대 쟁점인 소득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장애인을 거짓말과 사기, 시혜와 동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투쟁으로 화를 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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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박정선 부회장. ⓒ안서연 기자

 

전국의 20만 성인 발달장애인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나왔다고 밝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박정선 부회장은 “발달장애인법을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법안을 수정한 뒤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발달장애인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주거를 보장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며 “기본적인 권리조차 의무적으로 수행하지 않는 정부에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지속적으로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항상 처음에는 예산 문제, 그 다음은 국민 정서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정부는 자신들이 규정해 놓은 빈곤선에만 사람들을 맞추고, 빈곤선 위로 조금이라도 올라오면 국민이 어떤 삶을 살든 매정하게 뿌리쳐 버린다.”고 규탄했다.

이어 “올 하반기에 기초생활보장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될 예정인데 복지부는 그 개정 내용이 무엇인지 숨기려고만 한다.”며 “개정 과정에서 반드시 가난한 이들이 서로의 발목을 잡게 하고 죽을 수준이 돼야만 죽지 않을 정도로 부조를 해주는 현행 제도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내건 장애인공약 중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이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연구용역비 5억 원을 들여 ‘중증장애인 보호’하겠다고 한다.”라고 토로하며 “우리는 ‘보호’ 받고 싶은 게 아니라 24시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성환 회장은 “창조경제를 중요시하는 박근혜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앞서 우선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며 “역대 정권이 하지 못한 창조적인 복지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박 상임대표는 이같은 장애계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복지부 담당자에게 복지부 소관 장애인정책 국정과제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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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서기현 소장.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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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석 상임대표가 복지부 담당자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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