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격무 호소 “근무조건 개선 시급”…“투명한 시설 관리 선행돼야”

보육교사 10년 차인 A 씨는 만 7세 반을 담당하고 있다. 오전 7시 30분 출근해 10시까지 등원하는 학생을 맞고 12시까지 수업, 12시에 점심식사 후 3시 30분까지 오후 수업을 진행한다. 이후 학생들의 하원지도를 한 뒤 교실로 돌아와 청소 및 수업일지를 쓰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A 씨는 한 반에 학생 18인을 맡고 있지만 보조교사는 단 한 명도 없다. 혼자서 18인을 맡아 보육하다 보니 휴식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소화기관 질병은 고질적으로 달고 산다.

“보육교사는 쉬는 시간이 공식적으로 전혀 없어요. 알아서 쉬어야죠. 휴식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점심식사도 급하게 하다 보니 위나 소화기관에 좋지 않은 질병을 항상 가지고 있고요. 또 차량운행 지도를 하다보면 아이들을 보기 위해 항상 뒤로 돌아 앉아요. 그래서 차량을 탈 때에도 생명보장에 대한 위험성도 굉장히 많이 갖고 있고요. 그런 것이 많이 힘들죠.”

대구 지역에서 장애아전담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B 씨는 “보육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야 하는데, 근무 여건 상 그렇게 느끼는 것이 힘들다. 자기 아이를 10시간 이상 아이에게 집중해 보육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교사와 어린이의 비율이 높다보니 보육교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하루 '10시간'… 일률적일 수밖에 없는 어린이집

▲ 지난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기념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가 보육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 지난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기념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가 보육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전국의 어린이집 307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보육교사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약 10시간에 육박했고, 어린이집 가운데 63.8%는 토요일 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보육교사의 월급은 낮은 수준. 전체 보육교사의 월 평균 급여는 144만3,677원이다. 15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보육교사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급여 인상이 처우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간어린이집 및 가정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경우 평균 호봉(민간 2.7호봉, 가정 2.4호봉)이 국공립어린이집 및 법인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평균 호봉(국공립 5.5호봉, 법인 5.8호봉)보다 낮은 상황이다.

B 씨는 “아이는 국가의 미래라고 하는데 그 미래를 담당하는 교사의 복지수준은 아직 바닥이다. 민간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 경력 인정이 안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보육교사는 매년 최저 임금 수준으로만 가니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급여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은 처우 개선을 위해 급여 인상도 중요하나 ‘근무 조건’ 자체에 대한 개선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연장교사를 고용하지 않은 경우(68.7%)나 보조교사를 고용하지 않은 경우(64.2%)가 과반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기본 10시간 이상의 어린이집 운영 시 8시간 근로시간이 요구되는 보육교사에게 장시간 근로의 부담이 가중되기 쉬운 구조라는 것.

A 씨는 “내가 일하는 어린이집 운영시간은 12시간이다. 거기에 맞춰 일을 하다보니 노동 강도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보육 이외에도 행정적인 업무가 많다 보니 근무 시간도 모자라 일을 집에 가져가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보육에 집중해야 할 시간들을 다른 것에 쏟게 되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씨는 인력 부족 등으로 어린이집 체계 또한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영아들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1~1.5시간을 자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데 그 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놔 아이들을 억지로 재워야 한다.”며 “아이들 재운 다음 ‘좀 쉬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이 자는 시간은 보육교사가 일지를 작성하는 등 다른 일을 보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 지난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기념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가 보육교사 근무 여건을 개선해 달라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유림 기자
▲ 지난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기념대회'에서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가 보육교사 근무 여건을 개선해 달라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유림 기자
학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 할 수 없어

최근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보육교사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비스 인력에 대한 처우가 당연히 뒤따라야 하지만, 이 같은 사건들로 처우 개선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왜곡되기 십상이기 때문.

보육교사들은 ‘보육교사 처우와 아동 학대는 별개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학대는 정당화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렇다면,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최근 어린이집 학대 사건으로 신고된 건수는 2009년 67건, 2010년 100건, 2011년 159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아동학대는 신고가 이뤄지더라도 처벌과 제재는 미미한 수준이다. 현행법상 아동을 학대한 보육교사는 자격정지 1년 처분이 내려지지만, 자격증 취소 1년 만에 재취득이 가능하고 어린이집 원장 역시 시설 폐쇄 명령을 받아도 1년이 지나면 재개원이 가능하다.

보육교사의 자격증을 취소하거나 시설의 평가인증을 취소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는 최소 벌금형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내려지기 때문.

건강한 어린이집, 학부모의 믿음을 쌓는 게 첫 걸음

정부는 서둘러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진화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말부터 가해 어린이집의 명단을 공개하고, 최대 10년 간 어린이집 원장의 재개원 금지 및 가해 교사의 재취업을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에는 지난 2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과 여·야 의원 11인이 발의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인 상태로, 최근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누리꾼의 91.7%가 이 법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부 보육교사와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CCTV 설치는 오히려 어린이집과 학부모 사이의 불신과 불안을 초래하는 역기능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아이가 있는 학부모로서 많이 불안한 게 사실이죠. 보육시설이 부모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부분이 솔직히 많습니다. 무엇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느낍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노성경 씨(서울 신길동)-

학부모가 자녀를 믿고 맡기기 위해서는 어린이집의 열린 의사소통 및 투명한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민간 어린이집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국·공립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어난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철저한 감시·감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적어도 국·공립의 경우 국가의 공공성 확보를 통해 어린이집 간 운영 편차를 줄일 수 있고 재정지원 효과에 대한 평가가 가능해 운영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민간의 경우 원장 또는 법인이 단독으로 운영할 소지가 있고 실질적으로 그 안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태다. 또한 임대 허용과 투자금 회수 문제가 걸려 있어 교사 인건비 등 아동 보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차옥경 사무처장은 “국가가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어린이집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생활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지금 그 안에서 어린이들이 죽고 맞고 질 좋은 먹을거리를 먹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부모들은 원장에게 잘 보여야 우리 아이가 좀 더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쉽게 꺼내지 못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일단은 보육교사와 부모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제도적으로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보육교사 B 씨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육 문제를 국·공립을 더 늘릴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민간에 맡겨버렸다. 민간 어린이집의 한계와 문제점은 계속해서 지적돼 왔지만, 국가는 책임을 회피한 채 모든 잘못의 책임은 보육교사 개인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김은정 간사 역시 “최근 아동 학대 사태는 국가의 관리·감독이 부재한 것에 기인한다. 현재 어린이집 운영이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율을 끌어올려 어린이집 운영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것만이 어린이집의 아동학대의 재발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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