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계동의 한 주택가

(인터뷰자막포멧에 흰색 노란색 번갈아 써주세요)
피디 : 안녕하세요 여기가 임진순 할아버지 댁 맞나요??
아주머니 : 네
피디 : 어디 계시나요??
아주머니 : 저쪽이요 저쪽 방에

이번 사례의 주인공 임진순 할아버지는 시각장애1급이십니다.
이곳에서 15년 동안 안마와 침술로 생활해오셨는데요.
저희 제작진이 찾아갔을 땐,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매일같이 걸레질을 하고, 손님이 침대에 눕기 미안할 정도로 주름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 하십니다.
예전에 비해서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할아버지의 손님 맞을 준비는 예전과 변 한 것이 없습니다.

임진순 78세/ 서울 중계동
나이가 70이 넘어 80이 다 되니깐 누가 나 같은 노인한테 안마를 받으러 오겠어요?
이제는 거의 내 몸 지탱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거의 못 하죠
한 달에 서너명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그래요
그래도 할 것이 없으니깐 지키고 있는 거죠.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나면 침술 강의를 들으며 손님을 기다리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전혀 없습니다.
할아버지의 가게 바로 옆은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한 달에 많아봐야 서너명.
그도 그럴 것이 할아버지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어 바깥 생활을 거의 못 하기 때문입니다.

임진순 78세 / 서울 중계동
내가 여기서 손님이 없어서 안 되면 밖에 나가서 하는 안마도 있거든요
출장안마라고
그런 거라도 열심히 전화를 해서 찾아보면 밥 먹을 것 정도는 벌 수 있을 거예요
근데 출장 안마를 해도 활동도우미는 필요한 거든요

할아버지의 외출은 이틀에 한 번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을 돌거나 주말에 교회를 가는 게 전부.
산책이래봐야 가까운 곳을 한 바퀴 도는 것이지만, 할아버지에게는 늘 긴장할 수밖에 없는 시간입니다
낯선 곳을 가는 것은 꿈도 못 꾼다는 할아버지

임진순 78세 / 서울 중계동
지하철역에서 떨어져가지고 왼쪽 팔목 인대가 다 끊어지고 고관절도 금이 가는 바람에 몇 달 동안 꼼짝 못 하고 입원해 있었죠.
지금도 이 손은 더 이상 주먹이 안 쥐어져요

장애인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이는 만6세부터 만65세까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다가 만 65세가 넘은 분들 중에서는 장기요양보험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한에서 계속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제도가 시행될 당시 이미 65세를 넘긴 상황이었기에 처음부터 활동지원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임진순 78세 / 서울 중계동
(65세가 넘더라도) 쓰던 사람은 계속 쓸 수 있는 거니깐
그런데 지금 신청도 못 하고 쓰지도 못 했던 우리 같은 사람만 제일 억울하게 되있는 거예요
처음부터 신청을 안 받아줬기 때문에 우린 쓸 수가 없었어요.
내가 생활하는데 조금만 도와주면 나는 늙었어도 내가 벌어먹고 살 수 있거든요
근데 나 같은 사람은 늙었다고 활동도우미가 필요 없다는 거예요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죠.

한참 동안 얘기하시다가 늦은 식사준비를 하시는 할아버지.

찾아오는 손님이 줄다보니, 밥 먹는 것조차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점심도 열무김치와 장조림이 반찬의 전부인데요.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배고픔이 싫을 뿐입니다.

임진순 78세 / 서울 중계동
주인아주머니에게 부탁해서 반찬 조금 해다 주시면 그거 갖다놓고 식사하고,
그럭저럭 없을 때는 사정해가지고 조금 미안하지만 나한테는 뭐라고 안 하니까요

주인아주머니 / 서울 중계동
할아버지가 눈이 어두우셔서 혼자 생활하시기에 상당히 불편하신데 활동보조 도움을 못 받고 계신 게 참 안타까운 거 같아요. 좀 도움을 받을 수 없을지 (알고 싶어요)

남한테 신세지는 것이 제일 싫다는 할아버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다면 누군가에 어렵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집 밖에 그 어느 곳도 마음 편히 나갈 수가 없습니다.

임진순 78세 / 서울 중계동
어차피 65세가 넘어도 쓰던 사람은 쓰지 않습니까? 그러니깐 나이에 대한 개념은 없어졌다고 봐야 되요 나이에 상관없이 쓰던 사람은 쓰는 상황이니깐 그렇다면 한 두 살 더 많다고 해서 못 줄 이유가 없는 거 아닙니까? 내가 여기서 개인적으로 고초를 겪는 거, 생활이 어렵다든가 이런 거는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을 할 거예요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과 권리를 보장 받고 싶다는 임진순 할아버지. 다음 이 시간에는 지금의 활동보조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촬영/편집:정제원>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