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빈곤의 심화, 높은 강제입원율과 장기화 등 문제점 산적
“법적 지원강화와 정부 차원의 종합 계획 수립 필요”

사회적 배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현실을 파악해 보고 향후 정책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1일 이룸센터에서 2013년 상반기 장애인정책 토론회로 ‘정신장애인 지원방안을 위한 다각적 논의’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경제적 빈곤의 심화, 높은 강제입원율과 장기화 등 정신장애인 삶의 문제점

보건복지부의 등록장애인현황에 따르면 2011년 12월 말 기준 전제 등록 장애인수는 251만9,241인, 이중 정신장애인은 9만4,739인이다. 연령별로 보면 정신장애인은 40~49세가 35.3%로 가장 많은 비율을 보였고, 50~59세가 29.9%, 30~39세가 16.4% 순이었다. 등급별로 보면 1급이 5.0%로 비중이 낮은 반면 2급은 40.6%, 3급은 54.4%로 나타나 1급 비중이 낮고 2급과 3급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장애인개발원 최성일 선임연구원은 “정신장애인의 1급 비중이 낮은 이유는 일상생활 기능을 높게 평가하는 현행 장애판정체계하에서는 다른 장애에 비해 평정기준 상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정신장애인들의 구체적인 삶과 실태를 살펴본 결과, 경제적 빈곤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사회에서의 차별, 일상생활 지원 부재, 복지 서비스 접근의 어려움 등을 겪고 있었다.

먼저 경제상태를 살펴보면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정신적 장애인(정신·지적·자폐성 장애인 포함)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5%로 전체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 38.6%에 비해 18.1%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실업률의 경우에도 10.5%로 전체장애인의 실업률 6.6%에 비해 높았고, 고용률은 18.4%로 전체장애인의 고용률 36%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의 개인 총소득은 평균 37.5만 원으로 전체장애인의 개인 총소득 평균 81.2만 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어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특히 의료 부분에 있어 병의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 중 66.5%가 경제적 인 이유라고 답해 빈곤이 미치는 영향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높은 강제 입원율이 해결해야 할 큰 과제로 논의됐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정신장애인 입원 형태를 보면 21.4%만이 자의입원하고 있으며, 이를 제외한 상당부분인 78.6%가 강제입원으로 조사됐다. 그 중 가족에 의한 입원이 68.1%에 달하고 있었다.

최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자의입원률은 일본의 자의입원율 64.2%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라며 “선발국가를 비롯해 우리나라와 유사한 입원 형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비자의 입원률이 낮다는 점은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에 대한 입원치료가 얼마나 장애인 당사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국립정신병원과 공립정신병원의 경우 평균 약 8~9개월간 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년 이상의 장기입원환자가 71.8나 되고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6개월 이상 계속 입원 여부에 대한 심사 중 98%가 계속 입원판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국내 정신의료기관은 대부분 수용 위주의 장기입원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정신요양시설의 경우에도 기능전환을 통해 부적절한 장기입소를 개선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원 및 입소에 대한 적절성을 평가하고 현재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을 재분류 해내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주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장애인 관련 정책 현황 및 실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점검해 본 결과 ▲정신장애인 입·퇴원 절차 강화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장애인 보호기반 구축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해소와 인권 보호 ▲정신장애인 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연계와 조정 ▲정신장애인 관련 법률 체계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법적 지원강화와 정부 차원의 종합 계획 수립 필요”

열악한 정신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적 강화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

최근 정부는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변경하는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있으며, 정신건강증진을 중요한 방향으로 제시해 법 내용을 수정·보완하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인권, 복지권 확보 면에서는 기존 법률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정신장애인 관련 전문가와 당사자들의 지적이다.

나사렛대학교 성준모 교수는 “개정법률안에는 입·퇴원 관련 내용을 강화하고 보험 가입 관련 정신질환 이력 차별금지를 명문화 하는 등 개선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여전히 복지법적 내용이 전무하고 의료법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며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증진법으로 제목이 변경됐으나 내용은 이전 법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보건정책 수립에 있어 치료와 재활 뿐 아니라 정신장애의 예방과 정신건강증진에 초점을 두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정신장애의 발병률이 계속 높아지고 한 번 발병하면 만성화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정신장애와 관련해 예방과 치료, 재활과 증진의 각 영역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향, 전문기관과 전문가 등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 개선에 있어서 국제적 인식과 권고에 대한 반영도 촉구됐다.

한국정신장애인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UN에서는 정신의료서비스와 관련한 강제치료와 구금의 상황에 대해 정신장애인의 자발적 동의의 권리와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제도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UN장애인권리협약의 당사국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해 지금이라도 좀 더 인권상황과 함께 현 제도와 관행의 장애인권리협약 위반 상황에 심각한 인식을 갖고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신장애인 정책의 국내적 실효성을 올리기 위한 대통령 직속 국민정신건강위원회 설립도 제기됐다.

마음건강복지재단 박헌수 이사장은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각적인 차원의 지원을 위해서는 현재 산발적이고 개별적인 체계에서 벗어나 국가차원의 종합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국민정신건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로 설치해 개별정책이 아닌 연계되고 통합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보다 격상된 상설 조직의 서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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