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소년’ / 이언 브라운

▲ 책 ‘달나라 소년’ / 이언 브라운 / 부키
▲ 책 ‘달나라 소년’ / 이언 브라운 / 부키
“워커를 보고 있자면 달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기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워커가 정말로 공허한 존재라면, 왜 그 존재가 이렇게 중요하게 느껴질까?……. 워커가 훌륭한 공동체에서 전일제로 살게 된다면 비용이 1년에 최소한 20만 달러는 들 것이다. 워커가 쉰 살까지 산다면 총 비용은 800만 달러가 된다. 내게는 800만 달러라는 큰돈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온타리오 주의 인구가 800만 명이다. 워커는 온타리오 주에 사는 사람들 각자에게 1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가 자기 아이의 영혼에 내비치는 의구심은 낯설고 불편하다. 지은이 이언 브라운은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의 기자이기 전에 희귀성 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장애자녀를 둔 아버지다.
워커는 중증 지적장애가 있으며, CFC 증후군(cardiofaciocutaneous syndrome)을 앓고 있다. CFC 증후군은 심장 및 안면 장애와 피부 이상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CFC 환자는 100인 남짓이며,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워커는 24시간 누군가가 곁에서 함께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이언 브라운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생활 속에서 워커의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그 과정은 서툰 위안과 희망에 기댄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이를 ‘고장 난 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냉정하고, 자세하며, 집요하다. 이언 브라운은 ‘극히 최근까지 누구도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지만 직접 돌보기는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달나라 소년’ 워커를 통해 답을 구하고자 한다.
책장이 모두 넘어갈 때까지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물음표를 따라가던 이언 브라운은 달나라 소년의 정체를 규정하지 못한다. 단지 이언 브라운은 앞으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자신과 아이가 동반자로서 함께 가고 있다고 끝맺는다.

“내가 나 자신의 한계와 직면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워커를 다른 아이로 바꿨으면 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혈연이라는 단순하고 중요한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아들이 내게 진짜 문제와 단순히 성가신 것의 차이를 가르쳐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를 좀 더 진지한 사람으로 만들고, 시간과 헤일리와 아내와 친구들, 언젠가는 사라질 그 모든 달콤함에 감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내가 워커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 지친 아버지와 고장 난 아들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로, 바꾸거나 변명하지 않고. 그런 관계가 주는 안도감이 얼마나 큰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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