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형제복지원 사건 학술토론회 열려

▲ 형제복지원서건신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방송통신대학교에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유림 기자
▲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방송통신대학교에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유림 기자

26년 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한 개인이 아니라 명백한 국가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위한 입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공식 출범과 함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국가책임, 한국 사회 수용정책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 상지대학교 김명연 교수. ⓒ정유림 기자
▲ 상지대학교 김명연 교수. ⓒ정유림 기자
상지대 김명연 교수는 “국가범죄란 통상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통해 강대국이 약소국에 자행하는 경우를 생각하지만 한 국가 안에서 지배집단이 소수자 집단에게 자행되는 것도 완벽한 ‘국가범죄’라고 할 수 있다.”며 “수용관계에서 불법성을 저지른 형제복지원 사건 또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중대한 인권유린행위.”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회복지법인은 국가의 연장된 ‘팔’과 같다. 국가가 복지원 입소 후 전 과정을 관리·감독 했고, 운영 과정에서 사실행위를 수행하는 가운데 인권침해가 벌어진 것으로 보아 국가의 자기책임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범죄에 대한 국가책임의 추궁은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 배상 ▲제도 개혁 ▲문화적 구축의 5가지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 과거사위 조영선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좌·우,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라고 못박으며, “지금이 바로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입법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현재적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법률안의 방향으로 ‘이원론’을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생활지원, 의료지원 및 보상은 입법화하고, 국가배상 책임은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경우 국가로 하여금 입법적으로 해결하도록 권고하는 ‘이원적’인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피해자의 규모나 정도 등이 밝혀지지 않아 국가 배상은 별도의 법률이나 소송 등의 절차를 통해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

조 변호사는 특히 입법 시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한 보상 및 생활지원금 등의 절차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조 변호사는 “사건의 피해자들은 사회적으로 소위 ‘부랑아’로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라며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의료지원, 생활지원을 하도록 규정하되, 배상에 대해서는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2년 내에 국가가 입법할 수 있도록 권고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 작성, 기념관 등 역사적 사료정리작업, 위령사업을 통한 피해자의 명예회복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이재승 교수 또한 형제복지원 사건을 ‘인권의 총체적 침해’라고 규정하고, “피해자의 권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형제복지원 시설은 국제법 상 강제노동철폐협약, 노예제철폐협약, 고문방지조약, 강제실종협약에 대해 위반함으로써 국제인권기준에서 보자면 국제인권법의 총체적 침해라고 할 수 있다.”며 “단순히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에 대한 금전 배상 뿐 아니라 인권 침해의 재발을 야기할 수 있는 사회 구조의 개선 또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조백기 활동가 또한 사건을 국제 사회에서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보탰다.

조 활동가는 이를 위해 사건 피해생존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고, 공식적인 증언 자료를 만들어 국제 사회에 알리려는 노력 등이 중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강력한 제재 기준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를 실천·이행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준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학술토론회에서는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적·심리적 치료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권의학연구소 민문경 연구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생존자들은 충격적인 사건의 결과로 지금까지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형제복지원 사건과 같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트라우마(심리적 외상)의 경우 외상 생존자 개인에 접근하는 심리적 치료 뿐 아니라 국가의 배상 또한 치유적 역할을 하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자각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에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당사자 이상철·양세환 씨가 참석해 사건에 대한 생각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상철 씨는 “사회에서 높거나 낮은 지위를 막론하고 인간은 그 누구든 모두 같은 존재로 취급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복지원에서 나온 후에도 평범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시선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당사자 양세환 씨. ⓒ정유림 기자
▲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당사자 양세환 씨. ⓒ정유림 기자

양세환 씨는 “오늘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유익하다고 생각한 반면, 사건이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많이 늦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건의 가해자들은 아직 죗값을 받지 않은 채 큰 재산을 갖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에 진정한 사과와 배상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상임이사는 “대책위는 이제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과거와 인생을 되찾아 나가는 과정들을 함께 하려고 한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은 단시간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건과 연결된 여러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피해자들이 주체가 돼 여러 활동들을 해 나가다 보면 이들에게 진정한 치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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