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혼인신고서 접수…구청 측 “수리 불가능” 입장 밝혀

▲ 10일,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신고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정유림 기자
▲ 10일,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신고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정유림 기자
지난 9월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가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조 감독과 김 대표는 올해 9월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리고, 사실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부부는 1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관할구청인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접수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앞서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김조-김 동성커플의 혼인신고서 접수는 가능하지만 수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조 감독과 김 대표는 구청이 신고를 수리하지 않으면 이에 불복하는 재판을 진행하는 등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김조 감독은 “지난 9월 7일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린 이후 두 사람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양가의 가족들이 스스럼없이 가족의 대소사를 상의하고 있다.”며 결혼 이후 근황을 밝혔다.

하지만 김조 감독은 “아직 법적으로 등록된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많다.”며 여러 난관을 전했다.

김조 감독은 “최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값이 크게 올라 은행에 대출을 받기 위해 문의해 봤지만 ‘법적인 부부가 아니라서 어렵다’는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그뿐 아니라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에 배우자로서 등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함께 살고 있음에도 주민세를 각자 따로 내고 있다.”며 “이성애자였다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배우자로서의 여러 권리에서 우리는 소외돼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 동성애자의 결혼 금지 조항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만약 국가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거부한다면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며 “국가로부터 혼인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혼인신고서를 오늘 구청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 또한 “주변에서 혼인신고는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난색을 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위험한 일이 닥쳤을 때 배우자로서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석태 변호사.  ⓒ정유림 기자
▲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석태 변호사. ⓒ정유림 기자
이어 “미국과 멕시코의 일부 주 그리고 15개 나라에서는 동성혼을 합법화하고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애자의 결합을 ‘시민 결합’이라는 이름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성애자 커플 중심으로 법률이 정해져 있다.”며 “두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져 다른 부부들처럼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 이석태 변호사는 “김조-김 부부의 혼인신고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혼인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법률적으로 동성이라는 이유로 혼인 제도에서 거부당하는 것은 성 차별, 성적 지향에 기반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11조를 통해 ‘누구든지 성별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천명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역시 성적 지향을 명시적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

이 변호사는 “정부와 관계 당국은 혼인 이외의 결합에 대한 가족제도의 부재가 차별적이며, 실질적으로 가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권리와 혜택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서대문구청은 헌법과 관계 법령에 따라 진지한 검토를 통해 혼인신고를 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대표는 “결혼을 한 이성 간의 부부였다면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했을 혼인신고를 이렇게 떠들썩하고 요란하게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김조-김 부부의 결혼식은 우리 사회에서의 당연한 인권 의식이 표현된 자리였다. 인권과 행복을 지켜나가고 있는 두 사람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며 “이번 혼인신고 수리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성 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동성애자인권연대 곽이경 활동가는 김조-김 부부와 같이 성 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한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내년 1월부터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SNS 지지선언 선전전을 펼치는 등 본격 활동할 뜻을 밝혔다.

▲ 10일 열린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현재 민법 상 남녀 간 이성 부부는 각종 연금 승계, 증여·상속 등에서 혜택을 받고 있으나 동성 부부는 이를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 10일 열린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및 혼인신고 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현재 민법 상 남녀 간 이성 부부는 각종 연금 승계, 증여·상속 등에서 혜택을 받고 있으나 동성 부부는 이를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정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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