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은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 박탈하는 것”

“나는 지난 15년간 10번의 입·퇴원을 했다. 그중 일곱 번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것. 그 곳은 병원이 아닌 포로수용소와 같았다. 정신장애를 이유로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가 박탈된 채 망가져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은 나의 인생, 이 악몽의 세월이 끝나길 바란다.”

14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신장애인 강제 입원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파도손 문화예술협동조합 이정하 씨가 울분을 토해냈다.

이씨는 “강제입원이 시작된 이후 단 하루도 자유로울 수 없었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며 “사람이 활동을 하려면 최소한 신체의 자유가 있어야 하지만, 아프다는 이유로 무조건 강제입원을 눈감아온 사회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협동조합에 함께하던 한 조합원이 어제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보호의무자’라는 가족이 강제입원을 시키려 해 두려워하고 있었다.”며 “부디 헌법소원의 문턱을 넘어 정신장애를 이유로 강제로 입원시키고 감금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가 증명되길 바란다. 우리의 천부 인권을 돌려 달라.”고 심경을 전했다.

정신장애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인권침해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바로 강제 입원.

이러한 반인권적 독소조항을 폐지해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 피해를 근절하고자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중심으로 정신보건법 폐지 공동대책위원회(준)(이하 대책위)가 결성, 지난해 12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제기한 데 이어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가 제출됐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현실적으로는 정신장애인을 격리하는 비인권적 조항”

예인법률사무소 김명철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에는 여러 변호사들과 현직 법학교수들이 힘을 모아 정신보건법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던 정신장애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진행된다.”며 “보호의무자라는 이름으로 가족 두 명의 동의로 강제입원을 허용한 잔인권적이고 위헌적인 실태를 고치고자 한다.”고 이번 헌법소원의 취지를 밝혔다.

정신보건법 제24조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6개월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그 6개월의 강제 입원은 반복해 갱신될 수 있다.

이 조항으로 정신장애인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비인간적인 강제입원 피해와 폐쇄병동의 반인권적 환경 및 강제적인 약물치료로 인한 피해를 받아왔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이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승기 교수는 “정신보건법 24조 규정에 따라 보호의무자 두 사람과 정신과 의사 한 사람의 진단 만으로 정신장애인을 강제 입원시킬 수 있고, 6개월 후 갱신될 때도 정신과 의사 한사람의 진단만으로 강제입원이 연장된다.”며 “이는 현실적으로 보호의무자인 가족이 정신장애인을 격리시키는 방법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의 어떤 경우도 정신과 의사 한 사람만의 진단으로 장기간 정신과 입원을 허락하는 나라는 없다. 적어도 국가가 지정하는 객관적인 정신과 의사 진단이나 복수의 의사 진단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강제입원을 가능하게 하는 후진적 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라고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예인법률사무소 권오용 변호사(한국정신장애인연대 사무총장)는 정신보건법이 국제적 조약과 해석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2009년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 12조에서는 장애인의 자기 의사 결정권 보유를 , 14조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19조에서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을, 25조에서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로 의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들을 세우고 있다.

권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UN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나라로 이를 실행해야 하지만, 정신보건법은 협약 내용과 인권에 반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며 “최근 UN은 강제의료나 강제입원을 고문과 학대로 해석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정신장애를 이유로 인격을 무시하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강제입원이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를 규정하는 헌법에도 반하는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염 변호사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정신장애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인신을 구속한다는 의미로, 헌법 12조에서 정하는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에 위배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모든 국민이 신체의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누군가를 체포 구속하기 위해서는 법관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지만, 강제입원은 법관의 관여 없이 순수하게 사적인 보호의무자에 의해 정신장애인들을 구속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염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강제입원률은 80%를 넘어 90%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강제입원에 대한 헌법소원으로 정신장애인들이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헌법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인권재단 공감, 해인법률사무소, 예인법률사무소 등의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해 소송대리를 맡았으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리컬클리닉의 지원으로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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