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2개월과 1년 6개월 동안 무보수 노동… 경찰, 현장 잠입해 장애인 2인 구출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5일, 수년간 염전에서 강제노역을 당한 장애인 2인을 구출하고 강제노역을 강요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대전에서 건설 일용직 노동을 하던 채 모(48, 지적장애) 씨는 지난 2008년 전남 목포의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고 모 씨와 식사한 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남 신안군의 홍 모 씨 집으로 보내졌으며 그곳에서 벼농사, 논농사, 집짓기 노동 등을 했다.

영등포역 등에서 노숙을 하던 김 모(40, 시각장애) 씨 역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의 강요에 의해 지난 2012년 7월 홍 씨의 염전에서 일하게 되면서 당시 염전에서 노동을 하던 채 씨를 만나게 됐다.

채 씨와 김 씨는 경찰에 의해 구출되기 직전까지 각각 5년 2개월, 1년 6개월 동안 무보수로 일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2012년 8월부터 세 번의 탈출을 시도했으나 섬 주민에게 발각돼 염전으로 다시 붙잡혀 가기를 반복했다. 염전주인 홍 씨는 이들에게 ‘한번만 더 도망치다가 걸리면 칼침을 놓겠다’는 협박을 해 결국 탈출을 포기했다.

하지만 고된 강도의 노동으로 버틸 수 없게 된 김 씨가 ‘섬에 팔려와 도망갈 수 없으니 구출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 지난달 13일 이발하기 위해 잠시 읍내에 나온 사이 이 편지를 어머니께 보내면서 이들의 소식이 알려졌다.

편지를 받은 김 씨의 어머니는 곧바로 구로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실종수사팀이 편지에 적힌 주소에서 위장·탐문조사를 한 끝에 염전에서 노역 중인 김 씨를 염전 현장에서 지난달 23일 구출했다.

김 씨를 구출할 당시 함께 있던 채 씨는 당시 ‘자진해서 일을 하는 중’이라고 했지만, 경찰 측이 실종 대상자 검색을 한 결과 2008년 7월에 채 씨의 누나가 실종신고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팀을 다시 보내 지난달 28일 채 씨도 함께 구출했다.

구로경찰서는 장애인들을 유인해 섬으로 보낸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 씨와 고 씨, 염전에서 강제로 노동을 시키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염전 주인 홍 씨 등의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계속되는 장애인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보호를 위한 대책 시급”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는 장애인에 대한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는 한 두번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한 예로, 최근 한 농장에서도 무보수로 지적장애인에게 일을 시킨 농장 주인이 있었다.”며 “지역 주민센터를 방문한 농장 주인이 지적장애인의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무보수로 노동을 강요한 것이 적발됐다.”고 말해 유사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특히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지적장애인의 경우 긴밀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침해 사실에 대한 확인과 현장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 등에서 관심을 갖고 본인의 의사와 달리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파악하고 문제제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활동가는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은 채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역 노동현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끊임없는 점검이 필요하다.”며 “주민 센터에서부터 지자체와 시까지 이어지는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건이 밝혀지자 관할 목포경찰서가 합동 점검반을 꾸려 신안군 일대 모든 염전에서 노동착취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건이 예방이 아닌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야 수사에 나서는 ‘늦장 대응’이라고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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