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한국장총 등 중저상버스 도입 반대 성명서 발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중저상버스의 도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시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저상버스 도입은 14.5%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저상버스 도입이 지자체와 정부의 예산논리에 의해 왜곡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일부 장애계단체와 함께 중저상버스 체험 행사를 개최하고 중저상버스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행사 직후 열린 회의에서 서울시는 재정 여건과 유지관리비 부담 등을 이유로 중저상버스 보급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국토교통부도 관련 행정규칙인 ‘저상버스 표준 모델에 대한 기준’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중저상버스 체험 행사에 참석한 장애계단체는 중저상버스가 안전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도입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중저상버스의 도입 추진과 저상버스 표준 모델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등 현재까지 관련 논의를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발표한 ‘중저상버스 도입 추진 검토’ 문건을 보면 중저상버스의 도입 필요성으로 △구입비용이 일반버스의 1.2배 수준으로 초저상버스보다 낮음 △버스회사의 연료비 및 유지관리비 부담완화 △CNG 내압용기 상단부에 위치 ⇒ 안정성은 초저상버스와 동일 △교통약자 이동서비스 제공 기능 보유 △교통약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에게도 대시민서비스 기능 강화 △경유버스에도 중저상버스 도입 등을 제시했다.

장애계, 저상버스 보급률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의 ‘안전한 접근’도 함께 높여야

이에 대해 한국장총은 “중저상버스 도입은 저상버스의 순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용과 도입률만을 고려한 것”이라며 “교통약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서울시의 중저상버스 도입계획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해결하기보다는 수치상으로 저상버스의 도입률만을 높이겠다는 서울시의 꼼수.”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중저상버스가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수단이 될 수 없는 이유로 ▲여전히 계단이 존재해 다른 교통약자의 안전한 접근권 보장 못함 ▲중저상버스 리프트 결함 발생 시 휠체어 이용 장애인 승·하차 불가능 ▲중저상버스 리프트에 추락 방지용 안전장치가 없어 교통약자의 사고 위험성 높음 ▲저상버스보다 승·하차 시간 길며 더 넓은 승·하차 공간이 필요한 점 등을 들었다.

특히 중저상버스에 리프트를 장착할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승·하차가 가능하지만, 계단이 있기 때문에 다른 교통약자(임산부, 유모차 동반 승객 등)의 안전한 접근권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저상버스는 수동으로 전환가능한 자동식 경사로를 개발해 설치하는 등 여러 대안이 있지만 중저상버스에서 리프트에 대한 결함이 발생하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의 승·하차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장총도 “저상버스는 낮은 차체에 경사로를 설치해 교통약자의 승·하차를 가능하게 하지만 중저상버스의 리프트는 손잡이나 안전벨트 없이 수직으로 승·하차를 하게 하는 구조.”라며 “이는 경사진 곳에서 중저상버스를 이용할 경우 승·하차시 추락 위험성이 높아 인명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중저상버스가 저상버스보다 약 8,000만 원 저렴하다’는 주장에 대해 “실제 중저상버스를 납품하는 자일 대우버스(주)에 문의한 결과 2014년 1월 기준 일반버스 1억1,960만 원, 중저상버스 1억8,300만 원(리프트 설치비용 2,800만 원 포함), 저상버스 2억1,500만 원으로 저상버스와 중저상버스의 가격 차이는 3,200만 원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중저상버스 도입을 추진한다면 전장연은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권리기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장총은 중저상버스가 교통약자 이동서비스 제공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균형감각을 완벽하게 갖고 있는 일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이동권을 높일 수 있으나 그 외의 교통약자(지팡이 사용 보행약자, 임산부 등)에게는 전혀 안전한 이동권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교통약자 이동서비스 제공 기능 보유’가 아닌 ‘교통약자의 이동서비스 무력화’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장총은 “단순히 저상버스의 도입률을 달성했다는 보여주기식 행정보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행정을 보여 달라.”고 말하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교통약자 이동권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하루빨리 각성하고 미래한국건설을 위한 기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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