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성명서

- 발달장애인 염전 노예 사건에 부쳐 -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지적장애인이 수년간 모 염전에서 임금을 착취당하며 노예 같은 생활을 사건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얼마 전, 전남 신안 일대 염전에서 수년간 노예 생활을 하다 극적으로 구출된 지적장애인 채모씨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그동안 수차례 발달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해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책을 촉구하였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치 않고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우리는 지난 2010년 6월 대전에서 16명의 비장애 고등학생들이 15세인 지적장애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에 분노하며 이를 계기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시켰었다. 사건이 알려진 뒤 온 사회가 분노하였고,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되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여전히 국가와 사회는 지적장애인의 인권유린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였다.

우리사회에서 지적장애, 자폐성장애등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인권침해 사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청소년을 무려 7년간 할아버지․큰아버지․작은아버지가 성폭행해온 사건, 미신고 장애인수용시설에서 불타죽은 지적장애인 사건,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사기사건 등 지적장애인의 인권침해사건은 그 유형이 광범위하며 침해정도 또한 심각한 사건이 태반이다. 우리사회에서 지적장애인은 언제나 사기의 대상이자 폭행의 대상이었으며, 지역사회와 분리된 시설에 감금된 상태에서조차 온전히 목숨을 이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번에 알려진 사건 또한 사회적으로는 충격이었겠지만 2000년대 들어서도 수차례 문제제기 된바 있는 사건이었다. 지난 2004년 다섯 살 때 섬으로 유인된 어린이가 44년간 노예생활을 하여 충격을 주었고, 2006년도에도 새우 잡이와 염전에서 장애수당과 급여 등을 착취당하며 노예생활을 하는 사건 등이 보도된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이 밝혀질 때마다 충격에 휩싸이고 사회적으로 분노하곤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우리사회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저열함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는 인권보호의 최우선 대상이 되어야 할, 발달장애인에 대해 우리사회가 아무런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인 것이다.

지적장애등 발달장애인들은 우리사회의 경쟁교육 속에서 갈수록 불필요한 존재로 내몰리고 있으며,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완전한 사회적 방치상태에 내몰리게 된다. 보호자조차 없게 되면 발달장애인들이 갈 곳은 수용시설 또는 아무런 보호 대책 없는 사회에 염전 노예와 같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수당 등 보조금을 빼앗기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 받지 못하는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 사건을 토대로 이제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의 인권침해를 넘어 지적장애등 발달장애인들의 삶에 대해, 그들의 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더욱이 부모연대는 이제는 막연하게 지적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자는 선언적인 구호만으로는 이와 같은 참혹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문제의 재발방지를 위해선 지적장애등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과 발달장애인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과 노동부에서는 염전 지역 노동자에 대한 조사를 2주간 진행하겠다고 한다. 한시적인 조사가 발달장애인의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야할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 땅에 소외받고 있는 발달자애인의 권리확보를 위해 발달장애인법 제정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 차별과 배제 없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 가족지원에 대한 권리, 주거에 대한 권리, 평생교육에 대한 권리, 노동권 등 소득보장에 대한 권리 등이 포함된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인법 제정만이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발달장애인의 희망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유린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예산의 논리로 보장하고 또는 보장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의 시각이 아닌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천부인권(天賦人權)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이 순간에도 발달장애인의 권리가 유린당하고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

2014년 2월 13일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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