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한국고용공단에 중증장애인인턴제·공공고용제 도입 촉구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는 업무보고 내용입니다.
‘새정부는 복지와 일자리, 또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는 생애주기별 맟춤형 고용복지 시스템을 조속히 안착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름다운 동화’일뿐입니다.”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21일 출범했다.

공대위는 ▲중증장애인인턴제 도입 ▲2014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인턴제 시범사업 실시 ▲중증장애인공공고용제 도입 ▲중증장애인인턴제·공공고용제 도입 위한 협의기구 설치 및 예산 확보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 제도 개선 투쟁을 결의했다.

각 지역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및 관련 단체 등 23개의 단체는 공대위를 꾸리고, 21일 서울시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장애인인턴제 시행과 공공고용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들은 “1990년대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의 고용과 노동권이 확보되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아직까지 장애인의 실업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다섯 배 이상 높은 편.”이라며 “취업했더라도 비정규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 등의 문제로 자립생활이 가로막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 광주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종선 씨.
▲ 광주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종선 씨.
광주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종선 씨는 “나는 꽃다운 나이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보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철창 없는 감옥에서 살았다.”며 “우연히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만나, 그곳에서 일하며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형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이 중요한 핵심이라는 것.

박 씨는 “(비정규직) 3개월이 지나면 어디로 갈까 걱정하고, 오로지 기초생활수급과 장애인연금만 받으며 살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장애인 고용·노동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현행 법률상 장애인의무고용이 시행되고 있지만 강제 이행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가 실시하는 ‘장애인일자리 사업’ 역시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는 것.

또 고용노동부가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시범사업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 서비스’ 역시 부족한 예산으로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증장애인 고용·노동,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표본’으로 삼아야

공대위는 특히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해 10월 진행한 ‘자립생활인턴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장애인시험고용 사업 예산 일부를 활용해 자립생활인턴제를 진행, 이는 개선·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예산을 이유로 기만적인 시험고용 재추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고용노동위원회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상대로 중증장애인인턴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자립생활인턴제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행했지만, 이는 원래 있던 시험고용 예산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나눠준 것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해 시험고용 예산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36개소 중증장애인 44인에 대한 3개월간 취업 경험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다.

비록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기관 수 및 대상 제한·월 80만 원에 불과한 수당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중증장애인에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친화력 높은 일터임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고용노동위원회 김재익 위원장.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고용노동위원회 김재익 위원장.
이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해당 사업의 도입·정착을 요구했지만, 기간이 종료된 참여자들에 대한 대책은커녕 다시 같은 사업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애계가 요구했던 자립생활인턴제를 사실상 거부,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김재익 고용노동위원장은 “한국고용공단은 의무고용과 함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한국고용공단 이사장에게 책임과 자격을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대부분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중증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이 소득 보장의 전부인만큼, 기초생활보장제도 또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주현 소장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 상담을 하고, 불합리한 제도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분명 사회를 한 단계 높이는 일이고 노동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댓가를 직접 지급해야 한다.”며 “자립생활인턴제가 일회용 노동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만큼, 이를 의무화하는 공공고용제를 쟁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황백남 회장은 “중증장애인 고용·노동 표본은 이미 전국 200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마련돼 있으며, 시행 중이다. 이를 활용하거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정부는 자신들이 지원하지도 않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고용 실적을 이용해 ‘고용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날선 목소리를 냈다.

중증장애인 노동 현실, 얼마나 알고 있나?… “올바른 인식과 근본 대책부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중증장애인인턴제 시행과 공공고용제 도입에 앞서 중증장애인 노동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독일에서 본 중증장애인 노동환경을 전하며, 한국 또한 중증장애인 고용 및 노동에 대한 섬세한 연구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
그는 “독일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하지 않았을 경우, 부담금을 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담금과 더불어 장애인 고용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노동사무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일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을 해고하려면, 이 역시 노동사무소에 ‘일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 동료에게 별도의 급여를 주는데, 이는 ‘업무 보조’에 대한 급여가 아닌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

양 회장은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경찰서에 고용된 장애인이 500인이라는 사실.”이라며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일하는 분야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경찰서에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은 획기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중증장애인인턴제와 공공고용제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도 출·퇴근길에 함께 오를 수 있는 환경’, 근본적으로 장애인이 노동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중증장애인은 고용의 기회를 보장 받지 못했다. 항상 중증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무시 당하고 차별 받았으며, 이는 결국 빈곤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결과와 가족에게 짐이 되는 현상을 불렀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사무총장은 “중증장애인은 근로능력이 없다고 말하는데,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근로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처음부터 일할 기회를 박탈 당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4대 의무는 납세, 국방, 교육, 근로다. 일을 통해 당당하게 세금을 내고 사는 국민이 되고 싶다.”고 당부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고용노동부에 장관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고용노동부측에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고용노동부측에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한편, 공대위는 △공동대표 단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해방열사 단, 한국장애인연맹 △참여단체: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동양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천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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