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성명서

지난 2월 20일 제19대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732조에 대한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상법 732조(15세미만자 등에 대한 계약의 금지)는 15세 미만의 아동과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여, 혹시 사망보험금을 이유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한 안전조치라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법 732조는 ‘심신미약자’라는 범위도 대상도 불분명한 표현속에 장애인 모두를 상대로 ‘당신들이 범죄에 악용될까봐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핑계하면서 아예 가입자체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관행처럼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거부해온 보험회사들의 횡포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보험가입 거절의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상법732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면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010년부터 상법732조의 폐지를 위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후 2012년 상법732조의 폐지에 대한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처리를 미루어오던 국회는 결국 장애계의 계속적인 보험차별에 대한 문제제기와 상법 732조의 폐지에 대한 의지를 이번 19대 국회에서 개정이라는 이름으로 입막음하기에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 조항을 통해 장애인의 보험가입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능력은 누가 판단할 것인가?, 의사능력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결국 보험회사에서 의사능력을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저 그동안 행간에 숨겨져 보이지 않던 이야기를 단서조항으로 풀어 쓴 것 뿐이다.

과연 무엇을 근거로 이 조항이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인가!!

상법 732조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져야할 보험회사와 금융감독위원회, 국가 등이 자신들의 책임을 심신미약자라는 이름안에 장애인을 묶어놓고 접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미봉책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독소조항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하는 배제, 제한, 분리, 거부를 위법상황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또한 헌법과 유엔권리협약 등에서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보편적인 권리를 누려야 함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자신에 신변과 관련하여 이후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고 노후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등 필요한 보험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상법 732조의 폐지와 함께 금융서비스 기관들에 대한 장애인차별행위를 엄격하게 감시해야한다.

장애인의 근본적인 금융상품 선택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상법 제732조는 말한마디 덧붙여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허울뿐인 개정이 아닌 전면폐지를 통해 법이라는 이름안에서 영원히 사라져야만 한다.

 

2014. 2. 22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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