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부에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빼앗긴 권리, 그로 인한 피해를 이자까지 쳐서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장애인과 그 가족은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고 비하할 것이 아니라 떳떳이 나서고 떳떳이 요구해야 한다.
이제 복지는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국가유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복지예산이 국방예산의 사분의 일도 안 되는 우리나라에 비해 독일의 경우는 복지예산이 국방예산의 두 배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故 이현준 열사가 월간 ‘함께 걸음’에 독자 투고한 글 중. 1992년 12월

▲ 이현준열사추모사업회는 14일 오후,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故 이현준 열사 9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 이현준열사추모사업회는 14일 오후,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故 이현준 열사 9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이현준열사추모사업회(이하 추모회)는 14일 서울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故 이현준 열사 9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故 이현준 열사는 함께 걸음 기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실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장애인 기초연금제, 성년후견인 제도, 장애인 콜택시, 장애인차별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책을 제안했다.

故 이현준 열사는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으며, 2005년 3월 16일 새벽 가래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결국 삶을 달리 했다.

이번 추모제에는 故 이현준 열사의 유가족을 비롯해 추모회 오영철 집행위원장 등 관계자 30여 명이 함께 했다.

▲ 故 이현준 열사 9주기 추모제에 앞서 참석자들이 민중의례를 하는 모습.
▲ 故 이현준 열사 9주기 추모제에 앞서 참석자들이 민중의례를 하는 모습.

추모제 사회를 맡은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故 이현준 열사는 소주 세 잔 이상을 못 마셨지만 술 모임에 참석하면 항상 끝까지 있었다.”며,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이어 “故 이현준 열사는 2002년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투쟁 때 특별교통수단을 제안했다.”며 “장애인 콜택시가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강력히 투쟁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회의장 장소로 가는 길에 혜화동 뒷길에서 만난 적이 있다. 더운 날에 회의장소를 함께 찾아가면서 왜 이리 힘든 곳에 회의장이 있는지 서로 투덜대며 갔었다.”며 “故 이현준 열사가 휠체어에서 내리지 못해 그대로 잠든 일이나 승강기 단추를 누를 수 없어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렸던 일 등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듣고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진우 활동가는 “나도 故 이현준 열사와 같은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지금은 활동지원제도가 어느정도 있지만, 故 이현준 열사가 활동했던 당시에는 그마저도 없어 잠자리에 들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 활동가는 “최근에 호흡이 어려워 며칠 동안 앉아있거나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었다. 故 이현준 열사의 뜻에 부합하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故 이현준 열사가 호주에서 저상버스를 타본 뒤 이것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이어갔다.”고 떠올렸다.

또 “故 이현준 열사가 살아있었을 때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이뤄졌다면, 故 이현준 열사는 여기 함께 있었을 것.”이라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故 이현준 열사의 동생 이현제 씨는 “내년이면 이번 추모제가 10주기를 맞는데 내년에는 정말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가 폐지됐으면 한다. ‘고생’이란 말과 ‘절망’이란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故 이현준 열사의 동생 이현제 씨가 헌화한 뒤 추모하고 있다.
▲ 故 이현준 열사의 동생 이현제 씨가 헌화한 뒤 추모하고 있다.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활동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총칙에 장애인에 관한 삶의 이념을 넣어야 한다면 여기에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넣어야 한다고 처음 제안한 사람이 故 이현준 열사.”라고 밝혔다.

현재 故 이현준 열사가 제안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7조에 명시돼 있다.

한편 이번 추모제에는 가수 이지상 씨의 문화공연이 있었으며, 분향 및 헌화로 고인의 정신을 잇고 넋을 기리는 시간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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