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편의시설 미설치, 서울메트로 상대 협의체 요구 및 소송

▲ 리프트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닌, 하나의 위험요소다.
▲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닌, 장애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다.

종로3가역은 많은 장애인들에게 ‘지옥철’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험하다.

1호선과 3호선, 5호선을 잇고 있는 종로3가역은 총 15개의 출구가 있는 큰 규모지만, 그에 걸맞는 편의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종로3가역 1호선에만 엘리베이터 세 대가 설치돼 있고, 3호선과 5호선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실정. 3호선·5호선에는 ‘죽음의 리프트’라 불리는 휠체어리프트가 각각 다섯 대와 두 대 설치돼 있으며, 1호선에도 한 대가 있다.

휠체어리프트는 지난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지하철 안전사고와 관련한 민원이 계속해서 접수됨에 따라,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보장에관한법률에 따라 장애인에게 제공돼야 할 정당한 편의로 볼 수 없다’며 엘리베이터 의무 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휠체어리프트는 계속해서 장애인 추락사고를 일으켰고, 사망에 이르는 참사를 낳기도 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휠체어리프트가 사방이 트인 구조와 작동시의 경보음·점멸 등으로 주위 시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장애인의 수치심을 유발 ▲사용방법과 절차가 까다로워 장애인 혼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장치가 미비하고 지나치게 사용자 주의사항에 의존하고 있어 추락사고에 취약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동스쿠터와 전동휠체어의 규격과는 맞지 않아 수동휠체어 사용자 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동차 타기 위해 수치심은 물론 ‘목숨’까지 담보

시인이자 시민개혁단의 장애인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박원철 씨는 단체 모임이나 시인 모임을 갖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종로 3가를 찾는다. 하지만 그때마다 박 씨는 ‘호소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박 씨는 전동휠체어 이용자로, 종로3가역 2-1번 출구에서 3호선 승강장까지 총 네 번의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비장애인의 경우 5분~10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곳을 박 씨는 약 30분의 시간을 들여 가야 한다.

▲ 아찔한 높이의 경사를 안전장치 하나 없이 휠체어리프트만을 의지한 채 내려오고 있는 박원철 씨
▲ 아찔한 높이의 경사를 안전장치 하나 없이 휠체어리프트만을 의지한 채 내려오고 있는 박원철 씨.

한 휠체어리프트 이용구간은 60m~70m 가량. 수많은 계단으로 이뤄진 경사지만, 박 씨는 불안하지만 휠체어리프트에 몸을 맡기는 것 외에는 달리 이동할 방법이 없다.

3호선 승강장으로 가는 휠체어리프트 구간은 폭이 굉장히 좁은데, 지나가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비장애인의 눈총을 받는 것 또한 박 씨의 몫이 된다.

뿐만 아니라, 휠체어리프트에 오르는 과정에서부터 불편과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 박 씨는 휠체어리프트를 운영하는 공익요원들의 인식 부족에 얼굴이 붉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휠체어리프트 이용을 위해 공익요원을 불렀지만, 하도 오지 않길래 계속해서 호출 단추를 눌렀다. 공익요원은 한참 뒤에 나타나 ‘왜 계속 누르느냐’며 화를 냈다. 화가 나서 지하철 책임자를 불러 역무실로 들어가 이야기 하는데, 직원 한 명이 오더니 공익요원에게 ‘너까지 저 사람이랑 똑같이 행동하면 어떡해’라고 이야기 했다.”고 황당함을 표했다.

이밖에도 박 씨는 승강장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안내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서울메트로 “편의시설 설치 공간 없다”… 장애계, 협의체 결성 요구 및 재소송

▲ 휠체어리프트를 기다리는 박원철 씨, 공익요원이 올 때 동안 박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 휠체어리프트를 타려는 박원철 씨. 공익요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5분여의 시간 동안 박 씨는 가만히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을 겪은 박 씨는 최근 서울메트로에 장애인차별 구제소송을 제기했고, 현재는 ‘조정 판결’을 받아 당사자와 조정위원회가 서로 협의점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메트로 등 지하철 관계자들은 ‘지하철에 편의시설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며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장애계단체는 편의시설 설치 공간을 확보·활용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팀장은 “이대역에 있는 경사용 엘리베이터와 같이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당장 만들 수 없어도 그에 대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구체적인 이유 없이 안 된다고만 주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씨와 장애계단체는 기술 개발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고 꾸준히 기술 개발에 대한 경과보고를 해 달라고 조정 기간에 요구했지만 이 또한 결렬된 상태.

서울메트로는 ‘현재 지하철시민개혁단이라는 협의체가 이미 구성돼 있기 때문에 해당 협의체에 경과를 보고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박 씨와 장애계단체는 “지하철시민개혁단은 현재 장애인 편의시설의 위치를 표시하는 안내 스티커에 대한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효력이 없는 단체.”라며 “정확한 경과 보고와 이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이뤄지는 협의체가 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맡은 재단법인 동천의 김용혁 변호사는 박 씨의 변호를 맡아 계속해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종로3가의 편의시설 취약점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수집해 결렬된 사항을 다시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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