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인권단체, 유엔 보고서 답변 정정 및 사과 촉구

▲ 인권단체와 장애계가 인권위 13층에서 질의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했으나, 인권위 직원들은 업무시간 외라고 답변하며 이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 인권단체와 장애계가 인권위 13층에서 질의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했으나, 인권위 직원들은 업무시간 외라고 답변하며 이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사람(故우동민 열사)이 죽은 것을 왜곡하고 기만한 인권위한테 질의서를 제출하러 왔는데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은) 밥이 넘어 가나요? 같이 활동하던 활동가가 죽어서 이 죽음의 원인 제공인 인권위에 질의서를 제출하러 온 사람들인데, 싸우러 온 것도 아니고 질의서 하나 제출하러 왔는데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기만할 수 가 있나요.”

25일 낮 12시 15분경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건물 안 위원장 사무실이 위치한 13층에는 장애계·인권단체가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인권위는 ‘업무시간이 아니다’는 이유로 문을 열지 않았는데, 한 인권위 직원은 사무실 출입문 앞에 서서 시종일관 비웃는가하면 자신의 태도를 지적한 장애인을 노려보는 등의 행동을 취했다.

지난 2013년 5월 한국에 공식 방문한 유엔 마가릿 세카기야 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은 방문 뒤 ‘인권위의 한국 인권옹호가 인권 침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세카기야 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은 보고서를 통해 ▲인권위의 기능적 자율성 결여 ▲진정 처리과정의 과도한 지연 ▲장애인 인권옹호자들의 점거농성에서 있었던 인권 침해 등을 지적했다.

특히, 2010년 12월 3일 장애인 홛동가였던 故우동민 열사가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 사퇴 촉구’를 외치며 인권위 안에서 점거 농성을 하던 중 인권위의 난방을 끄고 중증장애인들의 이동수단인 엘리베이터 및 전기 공급을 중단시켜 장애인활동가들을 고립시킨 결과, 응급실로 호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2011년 1월 2일 급성폐렴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인권위는 지난 10일 이에 대한 답변서에 ‘인권위의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했으며, 시위자들이 인권위 직원들에게 물리력을 사용해 신체적으로 부상을 초래했고, 시설물에 손상을 입혔기 때문’이라고 적으며, 세카기야 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의 지적을 부인했다.

또 ‘농성 중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전기와 난방을 중단하거나 음식의 반입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난방 등 건물 관련 체계에 대한 책임은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에 있으므로 인권위와 무관하다는 것.

故 우동민 열사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점거농성 뒤 이뤄진 또 다른 농성에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거짓 답변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25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답변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국제민주연대 최미경 사무처장은 “시위자들이 인권위 직원들에게 물리력을 사용해 신체적 부상을 초래했다고 했는데, 당시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에도 나와 있듯이 직원들이 막는 과정에서 장애인권활동가들에게 물리력을 사용한 것을 알고 있느냐.”며 “이러한 충돌이 발생한 이유는 인권위 농성에 대해 직원들에게 막으라고 지시한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그는 “故 우동민 열사가 병원에 가게 된 원인은 인권위 점거농성 때 있었던 난방 중지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부정했다. 인권위는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없냐.”고 날선 목소리를 냈다.이밖에도 인권위가 기능적 자율성 결여와 진정서 처리의 과도한 지연에 대해 ‘인권위원회법을 철저히 지키고 행했으며, 그 어떠한 것도 차별하거나 지연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점을 질타했다.

최 사무처장은 “인권위가 기능적 자율성 결여에 대해 ‘정부로부터의 어떠한 개입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인권위원의 임명과정에서 인선절차가 없어 인적 구성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긴급한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공개 성명 및 보고서를 시기적절하게 발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러한 조치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 명숙 집행위원은 “인권위가 이전에 한국의 인권옹호자들을 탄압했던 것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알려진 사실임에도 거짓말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며 “인권위가 시간이 흘렀다고 거짓말을 하고 해명자료를 보내면서 이전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당시 점거농성을 기록한 영상들과 자료를 보면 인권위 직원들이 막는 데 장애인활동가들이 많이 다쳤다. 이전 인권위원장중에 농성한다고 농성자들을 막으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세카기야 특별보고관 역시 장애인활동가들이 농성장에서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들이 공급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고 인권위의 반성을 촉구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비서실장에게 UN이사회 거짓답변에 대한 질의서를 제출하는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
▲ 국가인권위원회 비서실장에게 UN이사회 거짓답변에 대한 질의서를 제출하는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왼 쪽).

한편, 오후 12시 40분경 인권위원장 비서실장이 도착했지만 사무실 출입문은 잠긴 채 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애계·인권단체와 인권위측은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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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이 지난 1시 15분이 되서야 사무실 문이 열렸고, 비서실장은 질의서를 받은 뒤 ‘일주일 안에 답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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