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보장구’ 비현실적 지원금과 내구연한
‘장애인보장구’ 비현실적 지원금과 내구연한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4.05.08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보장구연대 “있으나 마나 한 정책 10년 째, 현실화 위한 논의 필요”

본인부담금이 200만 원을 훌쩍 넘고, 내구연한도 6년으로 비현실적인 기준이 정해진 장애인보장구의 건강보험급여. 이에 대한 개선 및 현실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보장구건강보험급여현실화추진연대(이하 장애인보장구연대)는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보장구를 사용하는 전국의 장애인 9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인 생활로 본 장애인보장구 건강보험급여 제도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휠체어 구입시 43% “본인부담금 200만 원 넘는다”

실태조사 결과, 턱없이 부족한 보험급여 기준액과 비현실적인 내구연한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났다.

장애인보장구연대에 따르면 응답자가 주로 이용하는 보장구 유형은 전동휠체어가 38%, 수동휠체어가 31%다.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 사용자 중 43%는 보장구 구입 시 본인부담금이 200만 원을 넘는다고 답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도 200만 원~250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부담하는 비율이 29%에 달했다.

▲ 장애인보장구건강보험급여현실화추진연대(이하 장애인보장구연대)는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보장구를 사용하는 전국의 장애인 9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인 생활로 본 장애인보장구 건강보험급여 제도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장애인보장구건강보험급여현실화추진연대(이하 장애인보장구연대)는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보장구를 사용하는 전국의 장애인 9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인 생활로 본 장애인보장구 건강보험급여 제도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11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서 61%가 ‘구입비용 때문에 장애인 보조기구가 필요함에도 구입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을 증명한다.

보장구 사용기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3년 이상 5년 미만인 경우가 34%, 1년 이상 3년 미만인 경우가 23%였다.

현재 보장구의 내구연한이 적절한지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59%가 적절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적정한 내구연한으로는 ‘평균 3년이 적절하다’는 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이는 현재 전동휠체어는 6년, 수동휠체어는 5년으로 내구연한 기준을 제시한 정부 정책과는 2~3년 정도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2005년 장애인보장구의 건강보험 급여 품목을 확대하며 ▲전동휠체어에 대해서는 209만 원의 급여 기준액과 6년의 내구연한 ▲전동스쿠터에 대해서는 167만 원의 급여 기준액과 6년의 내구연한 ▲수동휠체어는 48만 원의 급여 기준액과 5년의 내구연한을 결정했다.

이 기준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10년 간 물가상승률과 건강보험료, 장애인의 사회참여율과 경제상황 등 다양하고 빠른 변화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결국 삶과 생활에 직결되는 장애인 보조기구 이용이 정책의 비현실적 지원으로 현실과 큰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안전성, 장애유형, 체형 맞춤 고려하면 가격은 ‘무시무시’

비현실적인 급여 기준액에 맞춰 휠체어 등 보장구를 구입하면 안정성은 물론 체형에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장애인들의 실제 삶이 고려되지 않은 내구연한까지 더해져 정부의 인식·책임 부족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 장애인보장구연대 황백남 위원장
▲ 장애인보장구연대 황백남 위원장
장애인보장구연대 황백남 위원장은 “건강보험공단 등 정부는 10년 동안 동결된 급여기준액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그 이유와 심각성은 물론, 실제 장애인이 보장구를 이용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불어 보장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보험급여를 신청하는 등 정보가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보험 급여에 전동휠체어 등이 포함된 이후 10년이 지나오면서 급여기준액과 내구연한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장애인들의 목소리와 실태조사 결과로 증명됐다.”며 “급여기준액을 철회하고, 장애유형과 상태, 생활환경에 부합된 형태의 보험급여와 내구연한 조정은 물론 정보제공 등은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태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구체적 이행에 대한 방법론을 장애인 당사자들과 협의해 대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성민 소장은 급여기준액에 맞춰 보장구를 구입할 수 없는 이유로 안전성을 꼽았다.

송 소장은 “내 휠체어는 700만 원으로, 급여 167만 원을 제외한 530여 만 원을 직접 부담했다. 또 발로 운전해야 하는 장애유형상 개조가 필요했지만 이 또한 자부담으로 처리했다.”며 “‘굳이 왜 비싼 휠체어를 사용하느냐’, ‘급여기준액에 맞춰 휠체어를 구입하면 될 것 아니냐’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급여기준액에 맞춘 휠체어는 몸에 맞지 않을뿐만 아니라 낮은 경사를 올라가다 넘어질 수도 있다. 언제 고장이 나 멈출지 모르는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휠체어는 몇 백만 원에서 최소 몇 십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급여기준액에 맞추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며 “장애인에게는 ‘몸’이고 ‘삶’이고 ‘생존권’인 휠체어를 단순히 정부 정책과 제도에 묶인 급여기준액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최혜영 센터장은 몸에 맞는 휠체어의 중요성과 함께 비싼 비용을 자부담으로라도 떠안아야 하는 고충을 설명했다.

▲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최혜영 센터장
▲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최혜영 센터장
최 센터장은 “11년전 다쳐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고, 6년 전 37만 원이라는 지원금을 받아봤다.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내게는 급여기준액 37만 원이 정해져 있었고, 500만 원 짜리 휠체어에 37만 원이라는 지원금은 내 눈과 귀를 의심하게 했다.”며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엄청난’ 어려운 절차를 밟아 그 돈을 받고, 나머지를 자부담으로 지불했다.”고 되새겼다.

이어 “휠체어가 잘못되거나 몸에 맞지 않으면 욕창이 생기거나 몸이 뒤틀리기 때문에 큰돈을 들여야 했다.”며 “한 예로 병원에 있을 때 만났던 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어린친구를 몇 년 뒤 만나봤더니 휠체어가 맞지 않아 척추측만으로 앉아있는 것조차 어려워보였다. 계속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때 마다 몇 백만 원씩을 들여 휠체어를 바꿔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최 센터장은 “보험급여를 지원한다는 데 생색낼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장애인의 필요와 욕구, 장애유형에 맞춘 휠체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장애인보장구연대는 “빚으로 보장구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비춰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권과 건강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주요한 사례.”라고 주목하며 “장애특성에 적합한 보장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정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보장구연대는 기자회견에 이어 오후 2시 부터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보장구 건강보험 급여 현실화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과 방안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장애인 보장구 보험 급여 현실화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1차적으로 건강보험 장애인 보장구 제도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 및 장애인 당사자 참여를 기반으로 한 정책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장애인보장구 이용자를 대상으로 현재의 문제점과 욕구 실태조사를 통해 진단하고, 적정 급여기준액과 내구연한, 대상품목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도출해 제도 개선방안을 수립하는 기초자료 수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초자료를 토대로 기준 확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소요예산 추계와 실효성 있는 재정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모든 사안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제도를 일부분 수정해 현실화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급여에 대한 접근방법을 장애인의 소득수준에 맞춰 세분화 하거나 내구연한 내 재지급 제도에 대한 기준을 완화 시켜 보장구 훼손 및 마모, 성장 및 신체 변형 등으로 보장구 교체가 필요한 경우 접근권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장애인보장구연대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보장구 건강보험 급여 현실화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과 방안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 장애인보장구연대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보장구 건강보험 급여 현실화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과 방안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