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에 ‘꺾기’ 문화 판쳐… 노동자 권익 보장 필요

▲ 지난 15일,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에서 한 패스트푸드점의 마스코트가 무릎을 꿇고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정유림 기자
▲ 지난 15일,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에서 한 패스트푸드점의 마스코트가 무릎을 꿇고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정유림 기자

“한 달에 13번 일했는데 3번 ‘꺾기’를 당했어요. 오늘은 그만하고 들어가라고 매니저가 이야기하면 일하다 말고 적게는 30분~최대 2시간도 일찍 퇴근해요. 매니저가 당일에 갑자기 문자나 전화로 오늘은 일을 쉬라거나 출근을 늦게 하라고 통보할 때도 있어요. 계획된 일정이 바뀌니까 싫어도 매주 일정 조정 신청할 때 불이익을 당할까 봐 문제 제기하는 게 어려워요.”

현재 대학에 다니며 한 패스트푸드 가맹점에서 7개월 째 일하고 있는 A 씨. 주로 고기를 굽는 석쇠에서 일하는데, 인력이 부족할 때는 간간이 계산 업무도 처리한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버는 돈은 약 20~30만 원. 생활에 필수적인 교통비와 통신비를 빼면 약 10~15만 원 정도로만 생활해야 한다. A 씨는 “이 돈으로 밥다운 밥을 먹는 것은 사치.”라고 말했다.

A 씨는 “시급으로 5,210원을 받고 있는데, 이 돈으로 식비를 포함한 경비를 충당해야 한다. 학교생활 도중 밥값 이외의 돈이 들어가게 될 상황에는 밥을 굶어야 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른다면 조금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매출대비 인건비를 통제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강요하는 ‘꺾기’가 판치고, 근무시간을 조작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은 국내 대기업과 미국 초국적 기업의 상표를 중심으로 매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매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지난 2012년 각각 31조와 5조가 넘는 순이익을 달성한 반면,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

가령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회사인 맥도날드의 경우, 보통 40~50인이 일하는 대형 매장으로 운영되며 직급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구별돼 있는 철저한 서열구조다. 컨베이어 체계로 만들어지는 햄버거는 단계별로 고정된 인력이 필요하지만 매일 석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달라진다. 손님이 없어도 재료 준비, 바닥·식탁 청소, 빨대 채우기 등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심지어 계산대에는 의자가 없어 4시간 동안 계속 서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자가 없는 것은 에어컨 없이 버텨야 하는 뜨거운 석쇠 앞도 마찬가지다.

매주 회사가 필요한 시간에 배정된 계획에 맞춰 일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일도 허다하다. 가맹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따르면 매출 대비 인건비를 통제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강요하는 ‘꺾기’와 함께 주휴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조작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알바노조 구교현 위원장은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종에서는 노동자가 입력한 근로 시간을 관리자가 급여 계산 컴퓨터에 다시 입력하는 체계로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실수나 고의적인 누락이 발생한다.”며 “지난달 한 롯데리아 매장의 점장은 ‘근무시간 조작을 통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양심선언을 한 바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패스트푸드점의 유동적인 노동 시간으로 인해 생기는 높은 노동 강도도 문제지만, 낮은 최저임금을 고수하는 것 또한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업체는 시간당 5,210원의 최저임금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근은 전년대비 7.2% 인상된 것이지만 이 돈으로는 20분 만에 먹어치울 수 있는 빅맥세트(5,300원)는 물론 전국 직장인 평균 점심값(6,219원)도 지불하기 어렵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국가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최저시급으로 먹을 수 있는 빅맥의 개수(최저시급을 국가별 빅맥의 가격으로 나눈 값)를 살펴보면 ▲한국 1.27개 ▲미국 1.73개 ▲일본 1.96개 ▲프랑스 2.38개로, 한국은 한 시간을 일해야 겨우 햄버거 하나를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청년유니온 등 32개 단체가 모인 최저임금연대는 “2015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6,700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 측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인 5,210원은 OECD 국가의 2013년 시간당 평균 최저임금인 미화 6.8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며 “한국의 노동자들도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쟁취와 당연한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15일, 서울 맥도날드 신촌점에서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유림 기자
▲ 지난 15일, 서울 맥도날드 신촌점에서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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