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요양병원들의 ‘악행’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환자들이 묶여 화마에 목숨을 잃고, 역사에 있는 노숙인들이 반강제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인권유린을 당했다. 요양병원의 근로자들 역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

이에 사회단체와 정부는 14일 국회 제2세미나실에서 요양병원의 실태와 그에 따른 해결책을 모으고자 ‘요양병원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 “화재 아닌 요양병원의 영리 추구에 환자 죽었다”

▲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참사 유가족 비대위원장 이광운 씨.
▲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참사 유가족 비대위원장 이광운 씨.
요양병원의 실태가 국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사건은 지난 5월 28일 새벽, 전라남도 장성군 삼계면에 있는 효사랑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이었다.

화재사건 수사 결과 ▲화재 당일 병동에 야간 당직자를 1인만 배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미설치 ▲화재용 간이 호흡기구, 미끄럼대, 피난사다리 등의 비난장비 미구비 ▲피난통로인 비상구 폐쇄 ▲소화기를 사물함에 잠근 채 비치▲ 가연성 높은 스티로폼이 함유된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 무허가 병원 건물 중축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당 병원에서 숨진 피해자 유가족 중 한 명인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참사 유가족 비대위원장 이광운 씨는 화재가 발생하기 전부터 환자들은 수많은 인권유린을 당했으며, 해당 병원은 죄책감 없이 경제적 이득만을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했다고 질타했다.

이 씨는 “나는 두 달에 세 번 가량 병원에 면회를 갔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께서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었다.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확인해보니 병원 측에서 기저귀 값을 아끼기 위해 두세 번 가량 기저귀를 재활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분개했다.

또한 이 씨는 이처럼 운영이 허술한 병원에 인가를 내 준 정부를 질타했다.

그는 “전과 22범에 신용불량자인 이사장에게 허가를 내 준 점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가 과연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부조리한 요양병원 관리·감독을 바꾸기 위한 법 제정에 나서야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B요양병원, 노숙인 유인해 강제 입원 등 인권유린 자행

▲ B요양병원에 반강제로 입원한 K씨(가운 데)가 B요양병원의 인권유린행위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 B요양병원에 반강제로 입원한 A 씨(가운 데)가 B요양병원의 인권유린행위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또한 이날 증언대회에는 B요양병원에서 감금 등의 인권유린 행위를 당한 노숙인 A씨가 요양병원의 실태를 고발했다.

B요양병원의 경우, 지난 5월말부터 서울역 및 영등포 등지에 있는 노숙인 300여 명들에게 술이나 담배를 제공한다는 등의 유인행위로 가짜 응급후송차량에 태워 감금했다. 또 이들에게 제공되는 요양급여 15억 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요양병원장 등 피의자 11인이 검거된 바 있다.

A 씨는 “희망센터에 있던 나는 평소 B요양병원에서 ‘픽업’하는 관리자 한 명과 안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 관리자가 계속 나를 요양병원으로 가자고 설득했고, 평소 답답한 마음이 있었던 터라 따라가게 됐다. 요양병원이 그런 곳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B요양병원에는 보름 정도 있었다. 외출도 되지 않고 퇴원을 요구해도 퇴원시켜주지 않았다. 나는 아무런 불만 없이 가만히 있어 그 이상의 피해는 당하지 않았지만, 나와 같이 입원한 다른 사람들은 지하에서 손발이 다 묶인 채 감금 및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노숙인 B 씨는 지난 6월 26일 B요양병원 실태 고발 기자회견에서 퇴원 요구를 거부당하고 폐쇄병동에 감금하는 등의 인권유린행위를 당했다고 전한 바 있다.

요양병원, 근로자도 숨 막히기는 마찬가지

요양병원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청주시가 157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된 C노인전문병원에서는 위탁운영 민간병원의 불법운영이 자행되고 있었다.

지난 2011년, 간병노동자로 일하다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쫓겨난 권모 씨. 그는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들의 처우가 열악하며, 이에 대해서 하소연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권 씨는 “C노인전문병원 우리 직원들은 한 명당 5인~8인 가량의 한 병실을 맡았다. 하루 24시간을 일했으나, 15.5시간에 해당하는 임금만을 받았다.”며 “부당한 임금이라는 생각이 들어 노동조합에 가입했더니, 며칠 뒤에 해고 시켜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료 11인과 6개월간의 싸움 끝에 청주시에서 위탁업체를 바꾸게 돼 복직했다. 우리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처우 개선을 약속하며 들어온 병원 역시 그 전 병원과 다를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권 씨가 복직한 뒤 해당 병원에서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계약직에서 1년에 한 번씩 새로 계약을 진행하면서 근속기간이 인정되지 못해 수당 역시 동결 됐다는 것.

160여 명의 직원 중 97여 명이 노조에 가입하면서 직원 근로여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으나, 해당 민간병원은 ‘불법용역’ 등을 투입시켜 여성조합원을 폭행하고, 조합원 12인을 해고했다.

이에 노동조합원들이 78인으로 축소되는 등, 민간병원의 만행에 굴복을 당하는 현상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지난해 10월부터 약 10개월간 이에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권 씨는 “나를 비롯해 직원 몇 명이 불만을 표시했지만, 오히려 불만을 표시한 이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해당 병원의 열악한 근로 형태를 질타했다.

문제의 해결책은 ‘복지의 강화’에 있다

한편, 피해자들의 증언대회에 이어 참가자들은 요양병원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들을 제시했다.

이날 제시된 대안으로는 ▲공공병원의 민간위탁을 통한 불법운영 방지를 위한 지자체의 경영참여 제도화 및 규제력 강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문제 제도화 통한 처우 개선 ▲최근 사건들의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요양병원 안전점검, 민간에서 운영되는 인증원평가를 중앙정부로 이양하는 등 요양병원 평가 구조 개선 등이다.

특히 홈리스행동의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이러한 요양병원의 영리추구를 막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복지의 전면적인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활동가는 “요양병원 유인책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보면, 이들은 기초생활 수급, 숙식 제공 등을 미끼로 노숙인들을 유인해 왔다.”며 “가난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보장 받아야 할 기초생활 보장, 주거 권리를 정상 통로로 보장 받을 수 없는 기형적 현실이 범죄를 양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요양병원 사태를 맞아 노숙인 등 복지지원제도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노숙인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복지 수준을 점검해 잔여적 지원, 여론타기 사업으로 일관했던 현재의 노숙인 등 복지지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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