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 재심사, 장애인들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장애등급 재심사, 장애인들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 김지환 기자
  • 승인 2014.08.27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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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 재심사로 모든 복지서비스 중단… 피해자 속출

장애등급 재심사로 피해 받는 장애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윤기(59) 씨는 지난 2007년 물놀이를 갔다가 ‘비후형심근병증’으로 심장이 32분가량 멈췄던 아들 이겨레(24, 뇌병변장애 4급) 씨를 7년간 보살피고 있다.

이겨레 씨는 7년간 약 40곳의 병원의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8월 완전히 퇴원하고 집에서 생활했다. 24시간 동안 아들 이겨레 씨의 수발은 그의 아버지인 이윤기 씨의 몫이었다.

지난 2008년 2월 장애등급심사센터로부터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이겨레 씨는 병원 퇴원 뒤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장애등급 재심사’에 가로막혀 신청할 수 없었다.

혼자서는 휠체어도 못 움직이는데 4급?

▲ 장애등급 재심사 피해자 이겨레(왼 쪽)씨와 그의 아버지 이윤기(오른 쪽) 씨.
▲ 장애등급 재심사 피해자 이겨레(왼 쪽)씨와 그의 아버지 이윤기(오른 쪽) 씨.
지난 4월 동사무소로부터 장애등급 재심사 통보를 받은 이겨레 씨는 지난달 25일, 장애등급심사센터의 재판정을 통해 장애등급 4급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장애등급 2급까지 제공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게 된 것.

이윤기 씨는 장애등급심사센터에 이의제기서를 내는 등 항의했으나, 장애등급심사센터는 이겨레 씨에 대해 ‘어느 정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정도’라고 설명하는 수준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겨레 씨는 뇌병변장애와 함께 단기기억상실 및 치매 증상 등으로, 식사와 용변을 혼자서 처리하지 못한다. 따라서 장애등급심사센터의 ‘어느 정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정도’라는 판정은 잘못된 것.

이윤기 씨는 “아들은 내가 없으면 휠체어조차 끌지 못한다. 혼자서는 용변을 처리할 수도 없다. 그런데 장애등급심사센터가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판정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7년간 병원에 다니며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이윤기 씨에게, 장애등급 1급에게 제공되는 장애인연금 20만 원 역시 절실하다. 하지만 장애인연금 역시 장애등급 1·2급, 중복 3급에 한해서만 제공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발’이 되는 장애인콜택시 역시 1·2급으로 제한돼 있기에 사용할 수 없다. 장애등급 재심사는 결국 이겨례 씨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전부 ‘강탈’한 셈.

장애등급 재심사, 문제점 분명한데도 계속 강행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보건복지부가 장애등급의 모순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등급 재심사가 강행되는 것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새롭게 장애가 발생해서 등급을 재심사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들이 왜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역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장애등급 재심사를 강요하고 있는가.”라며 “현재의 상황에서 장애등급 재심사를 강제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1시 50분경, 장애등급 재심사 중지와 장애등급 하락 피해자 긴급지원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어 이겨레 씨에 대한 장애등급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광나루역 앞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로 향했다.

▲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1시 50분 경 장애등급재판정 중지와 장애등급하락 피해자 긴급지원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1시 50분 경 장애등급재판정 중지와 장애등급하락 피해자 긴급지원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